4학기 7주차 후기 (2023년 11월 19일) > 일요 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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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기 7주차 후기 (2023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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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주 작성일23-11-19 21:38 조회112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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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업 때 가족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질문했었고, 정화 스님의 답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하고, 내려놓아요."였어요. 그 말씀에 따라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의 김장을 도왔어요. 12일의 김장 일정동안 다리 아픈 엄마가 힘들세라, 초딩 둘 육아로 지친 동생에게 무리가 될세라 제가 한 걸음 더 빠르게 움직였어요. 적당한 피로감이 기분 좋았어요. 그래도 살짝 꽤가 나는 거예요. ‘김장을 핑계로 결석하고 늦잠을 잘까?’ 하는 유혹이 어느 결에 제 옆에 와 있어요. 지난번 회사 일로 부득이하게 결석을 하는 바람에 후기당번을 조원에게 미뤄야 했었는데, 이번까지 후기 당번을 미룰 수 없어 옆에 서 있는 결석 유혹을 훅 날려 버리고 기쁜 마음으로 오늘 수업에 참석했어요. 우와~ 오늘 전원 참석!! 나오길 참 잘했어요. 서두가 길어졌지만, 이 후기가 오늘 결석 유혹을 이겨내고 도반님들과 함께 할 수 있게 해줬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

 

오늘 정화스님 수업에서는 괴로운 일은 없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사건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과 괴로움도 사건으로 각각 존재하는 거예요. 어떠한 사건에 괴로움이 따라 붙었을 뿐인 거죠. 예를 들어 아파서 괴롭다는 말은 맞지 않는 거예요. 아프기 때문에 괴롭다고 스스로 생각한 거예요. 아픔에서 괴로움이 발생한 게 아니에요. 이 말은 아파도 괴롭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요?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마음 아파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누군가 나에게 나쁜 말을 한다고 내가 화를 낼 필요가 없는 거예요. 암송 숙제를 하지 않았다고 그 시간을 괴로움으로 채울 필요가 없는 거예요. , 물론 그렇다고 숙제를 게을리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에요. 선택하고, 행했으면 그에 따른 결과를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거죠. ‘사건괴로움을 각각의 사건으로 분리하고 보니 많은 번뇌가 사라지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또 이렇게, 예시를 들어가다 보니 뭔가 게으름이 진리 뒤에 숨어 필요 이상으로 당당해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 이렇게 이론적으로 정리하려니 어렵네요. 그냥 우리 각자 일상에서 괴로움을 만났을 때, 그 괴로움의 실체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그 사건과 괴로움을 분리시켜 보기로 해요. ^^ 그리고, 불교에서 머물지 말라고 하는 것은, 연에 맞지 않는 생각을 고집하지 말라는 거래요. 수인샘처럼 저도 편안하고 좋은게 많은 요즘인데, 우리 여기에 오래오래 머물러요. ^^ 

 

오후 세미나 수업은 점심 후 먹은 감기약의 충실함으로 잠든 것도 아니고, 깨어있지도 못한 상태로 후루룩 지나가 버렸답니다. ^^;;;

 

그럼에도 오늘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뭔가 채워진 듯 좋았어요. 깨봉에서 충무로역까지 제 차를 함께 타고 가신 춘자샘과 효정샘께 요즘 몸도 마음도 많이 편안해져서 어지간한 일에 화가 나지 않는다는 자랑을 했어요. 두 분 샘이 내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어요. 엄마에게 다녀온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감기에 잔뜩 걸린 코맹맹 엄마 목소리를 듣자, 아직 차 안 공기 중에 섞여있을 조금 전의 자랑의 말들이 무색하게 화가 욱 올라왔어요아! 이런!!! 엄마에 대한 상을 만들고, 기대를 했다가 그 기대대로 되지 않았다고 화를 내버렸어요. 엄마가 감기에 걸렸다는 사건에 저의 괴로움이 따라 붙었어요. 다행이 올라온 화가 목소리에 담기기 전에 깨달아서 친절한 말투로 엄마를 살펴드릴 수 있었어요. 휴~~ 정화스님 감사합니다. ^^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에세이를 쓰고, 깨달아도 일상속에서 실천하지 못하면 소용 없음을 확인했네요. 또, 업을 가지고 태어난 생이기에 그 습을 떨쳐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내 마음이 올라오는 것은 시비를 하면 안된다

올라온 것을 비난하지 말고.. 올라왔구나.. 알아채는 것 까지만 해야 한다(나는 왜 이렇지? 금지)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너는 왜 그렇게 살아? 금지)

그렇게 사는 연습을 하는 것이 무아의 삶의 연습이다.

올라오면 내 안에 있는 손님이 온 것이니 잠시 머물다 가도록 둔다.

자신을 편안하게 대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깨달음을 자기 삶에 적용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내가 어떻게 반응할까가 더 중요하다.

잠깐 머물다 간다."

 

이상 후기를 마치며, 우리 위 말씀을 실천하는 일주일 보내요~ ^^

 

추신 : 오늘 후기에 수업 요약을 잘 해보겠다고 노트북 들고가서 운섭쌤 자리까지 빼았았는데.. 수업을 들을때는 많이 알아 들은 것 같았는데, 막상 글로 정리하려니 어렵네요. 요거(수업내용 정리) 적으려고 자리까지 빼앗았나 싶지만, 그래도 올라 온 이 마음 시비하지 않겠습니다. ^^

자리 양보해 주신 운섭샘~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고요한걷기님의 댓글

고요한걷기 작성일

후기글을  워낙 일찍 올리셨네요. 글이 연주샘 목소리처럼, 표정처럼, 생동감이 있어서 기분좋게 읽었어요~저도 아픈것과 괴로움은 서로 다른것이라는 말씀이 참 좋았습니다. 아프다고 해서 무조건 괴로워 하지않기~^^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찐달래님의 댓글

찐달래 작성일

늘 좋은 말씀 해주시고 힘이 되주시는 연주쌤의 후기 후루룩 잘 읽었습니다~ 정화스님 강의가 마지막이어서 아쉽지만 머무르지 않는 마음으로 연이 닿는다면 또 만나뵐 수 있겠죠..? 이번주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봬요!

어떤사람A님의 댓글

어떤사람A 작성일

찰지고 재미난 에피소드를 곁들인 후기 역쉬 연주샘 글짱!ㅋ 감이당에 오면 늘 하나씩 배우고 깨닫고 가는 즐거움...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모두 빠지지 말고 평안~한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 해요~.^

구름22님의 댓글

구름22 작성일

연주샘 글은 어찌 이리 술술 읽히나요.
잘 읽었어요.
감이당과의 인연으로? ㅎ 얼굴도 갈수록 맑아지시고, 마음도 편안해지신다니 참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