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둘째 주 강의 후기 및 다음주 공지사항 알림(2) 이옵니다. > 일요 감이당 대중지성

일요 감이당 대중지성

홈 > Tg스쿨 > 일요 감이당 대중지성

서브배너_일성.png

1학기 둘째 주 강의 후기 및 다음주 공지사항 알림(2) 이옵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얼음마녀 작성일13-02-25 01:18 조회3,621회 댓글2건

본문

 <글쓰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두 번째 시간이었죠. 다산과 그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다산의 외가 쪽 선조인 고산 윤선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두 사람은 혈연으로 이어져 있는데다 박람강기(여러 가지 책을 널리 많이 읽고 기억을 잘함)했고,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자 분투했으나 유배당하며 시련을 겪었고, 시각적 이미지에 강했다는 점이 비슷한데 둘 다 화기가 충만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화기가 넘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되는 한편 나의 화기는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산은 원시유교를 연구하며 이미 세상의 원리는 정해져 있다고 보았는데 효제(孝悌)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성리학이 논하고 있는 형이상학을 부정하고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실천만을 이야기한다. 원시 유교에서 잠시 언급된 상제라는 개념을 되살려 상제-인간-동물-식물-벌레...와 같은 식으로 인간 안에서도 군주-수령-백성의 순서로 서열화하고 위계를 설정한다. 이것이 다산이 서교(천주교)를 만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요순시대로 돌아가자!는 그의 정치적 구호였다. 요순시절에 대한 그의 해석도 아주 독특하다. ‘특별히 뭘 안 해도 만물은 잘 자라고 백성은 자기 자리에서 편안했던 그 시대가 가능했던 것은 요와 순임금이 한시도 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모두가 쉬지 않고 일하게(어린아이도 솔개를 쫒아내고 병아리를 지키도록) 하라고 한다. 천하를 위해 일하고 그것을 숨기지 않아야 하고 실수한 것도 모두가 알게 해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키워드다. 다산이 살았던 시대, 중세는 기본적으로 불균질한 시대였고 천지인을 중층적으로 겹쳐 보던 마법의 시대였는데 다산의 시각과 관점은 투명하기 이를 데 없다. 그에게는 진리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너무 명확한 것이어서 고민할 게 하나도 없다. 그 시대에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았던(혹은 하지 못했던) 근대적 사고를 펼친 사람이 바로 다산이다. 이 말을 들으면서 다산도 니체가 말한 것처럼 시대를 앞서 태어난 존재였기에 그리고 그런 자신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낸 사람이었기에 자기 시대와 불화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산이 남겨놓은 글()들은 그 양이 너무 많은데다 자기 시대에는 너무 낯선 사고 방식이어서 제대로 읽혀지지 않았고, 계몽의 에너지가 넘치던 8, 90년대 잠깐 반짝 환영받다가 그 이후에는 너무 지겹도록 봐왔던 교과서적인 것이라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앞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이 남긴 사상과 학문이 시절인연에 따라 사람들과 다른 양상으로 접속하게 된다는 것, 모든 것이 그렇듯 생각에도 생로병사의 리듬이 있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 다음 주부터는 정약용과 정조가 격하게 반대했던 소품문 대유행을 이끌어낸 감성과 감각 변화를 가져오게 한 공안파와 이탁오의 뿌리가 되는 양명학을 3주 동안 공부합니다. 일단 문리스 샘의 앎은 삶이다, <북드라망출판사> 읽고, 필사하고, 외워오면 되어요.
 
짧게 정리하는 게 샘한테 필요한 공부인 거 같던데...후기는 길게 쓰지 마시고 A4 두장 정도 쓰시면 돼요.”라는 주문을 받았건만, 나의 후기는 3장 끝자락을 달려가고 있네요. 정말 나는 왜 이러는 걸까요. 사실 이 정도로 줄이기도 정말 힘들었다는 점(.)  꼭 덧붙이고 싶네요.  에고고~~~
댓글목록

감이당님의 댓글

감이당 작성일

고생하셨습니다.^^ 다산콜센타 이후 가장 마음이 끌리는 후기(?)네요. 공부의 화신 다산 선생을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죠? 다음 주에는 양명을... 감이당 교양학부 전임강사이자 저자 직강으로 양명을 접하게 되는 행운. 특별히 뭘 안 해도 우리는 잘 자라고 있(?)네요^^ 단 공부는 제자리에서 편안한 것만 빼면ㅋㅋ 요와 순처럼 되려면 이 상황을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해 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얼음마녀님의 댓글

얼음마녀 작성일

시간이 너무 늦은 탓인지 이젠 손으로 승읍혈을 눌러대도 여전히 눈이 시리고 잘 안떠진다는 점(.) 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자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