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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토) 壬戌 辛亥일 카잔차키스, 『그리스인조르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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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을계 작성일13-10-14 21:33 조회3,66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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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없어
 

살아 있는 강물 같은 이야기가 없고
들려줄 삶다운 삶의 이야기가 없어(박노해, 아이 앞에 서면, 38)
 

우리들 근대인들은 엄살이 심하다. 전면적으로 부딪혀서 깨지거나 넘어가기 보다는 이미지 시뮬레이션하는데 더 능한 것 같다. 힘들다는 말 안하는 사람이 없다. 이것 자체가 말버릇이다. 이런 말들로 정말로 해야 될 말들은 없다. 힘들다는 얘기랑 아프다는 얘기가 주이고 서사의 뼈대가 없다.
현대인은 노동과 예술에서 너무 멀어졌고 그걸 표현하기에는 신체가 너무 굳어버렸다. 인간이 자연을 너무 잔혹하게 해서 자연이 침묵해버렸다고 한다(나카자와). 우리 안의 자연도 침묵하여 소통이 안된다. 일단 이 상태를 지각하고 다시 연습해야 할 듯하다. 감각을 되살려 놔야 한다.
앞으론 전쟁도 카톡으로 하는게 어떨까. 어차피 양쪽에서 말쌈하는 것이다. 권력투쟁도 지금 다 말로 하고 있다. 인간은 말하는 기계고 말하는 것이 지성이고 야성이다.
신체적인 근육을 써서 어떤 한계에 도달하는 장 자체가 없다. 야생성을 확인할 길이 없다.편안함과 생고생, 이 모순에서 현대인들은 벗어날 수 없다. 일상 안에서 생고생하며 신체성을 기르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은 글쓰기다.
 

이야기가 많아야 한다.
 

조르바는 입이 살아있다. 말발이 두목을 압도하고 있다. 그런 풍성한 말은 삶에 대해서 관계 맺고 있는 깊이와 넓이다. 어떤 것도 태어나서 처음 본 것처럼(수수께끼처럼) 대한다. 조르바는 카잔차키스가 머리로 꿈꾸는 것을 신체로 다 표현하고 있다. 처음 본 것처럼 느끼는 그런 신체, 어린 아이의 몸이다. 늘 새로운 것을 본다. 그런 신체성이 갖게 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집중되게 되어 있다. 일도 잘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너무 좋고 입만 열었다 하면 재미있는 예기가 술술 나오면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이야기가 많아야 한다.
조르바의 말은 거리에서 배운 언어다. 돈키호테의 산초도 그렇다. 산초는 전 세계 속담을 다 꿰고 있다. 속담이나 민중의 토속어의 특징은 정교하진 않지만 둘러치는데 대적할 수 없다. 춘향전의 방자의 경우도 있다. 이 말들이 힘을 갖는 것은 신체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현실적 실감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22)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이다.
 

글을 쓴다. 읽는다. 그리고 말한다. 이는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디지털의 세계 안에서 정보의 심연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말을 창조하는(낳는) 것이다. 깨달음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씨앗을 뿌리면서 다니는 것이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는 읽고 쓰고 말하기다.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강의(들은) 내용을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강의 내내 그리고 이후에도 이야기라는 말이 계속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소리는 이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알고 있지만 말하기와 연관하여 생각해 보진 않았습니다. 공부하면서 새롭게 또는 감명 깊게 느끼고 배운 내용이 적지 않았고 이를 누군가와 나누고자 하는 욕망이 없지 않았지만 쉽사리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했습니다. 우선 조리있게 말하기가 안 되다 보니 자신이 없기도 하고, 어설프게 배울 풍월을 읊어 보지만 실감이 떨어져 이야기가 이어지지 못하기 일쑤였습니다. 공부가 내 안에서만 맴돌고 밖으로 내보낼 길을 찾지 못한 불통의 형국이었습니다. 글쓰기가 어려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글쓰기와 말하기를 함께 사유하며 주변에 들려줄 실감나는 이야기를 만들어야겠구나 생각해 봅니다. 비록 계속 어설프더라도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이다그러다 보면 길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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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님의 댓글

나디아 작성일

귀감이 되는 부분이 많네요~ 많이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