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 2주차 수업 의역학 후기 > 목요 감이당 대중지성

목요 감이당 대중지성

홈 > Tg스쿨 > 목요 감이당 대중지성

서브배너_목성.png

목성 2주차 수업 의역학 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포츈 작성일15-05-26 09:55 조회3,306회 댓글0건

본문


우리 모두 군주(君主)되기 심장의 모양이 특이하다. 하트모양의 둥그런 평면에 구멍이 일곱 개가 있고 털이 세가닥 나있다. 티브이나 책에서 봤던 그림(서양사람들이 본 심장의 모양)과는 달라도 아주 다르다. 하지만 별로 낯설지 않다. 지난 시간에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심장에 구멍과 털이 나 있다고 본 것은 실제로 그래서가 아니라 중국인들은 그렇게 보고 싶었을 따름이다. 그들의 어떤 사상이나 관념을 이입해놓은 것이다. 그들은 심장의 생김새나 위치보다는 기능 즉 운동성에 주목했다. 구멍이나 털가닥을 그려넣은 것은 인간이 외부와 연결되고 관계함으로써만 살 수 있다는 그들 철학의 표현이다. 즉 구멍이나 털가닥은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카톡창’ 혹은 ‘안테나’같은 것 그런데 그들이 설정한 외부는 너무나 거창하다. 그것은 우주와 자연이다.


심장은 ‘천진(天眞)의 기(氣)’를 끌여들여 ‘신(神)’이 깃드는 곳이라 했으니까. 천진을 사리사욕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자연법칙 정도로 본다면 심장은 그러한 우주와 접속할 수 있는 장부라는 뜻이다. 또한 신(神)을 정신과 비슷하게 보아 우리의 의식 또는 사유활동이라 본다면 심장은 우주 자연의 법칙과 접속할 수 있는 ‘지혜’ 또는 능력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심장은 피를 펌프질 하는 곳이 아닌가? 지극히 생리적 기능을 하는 심장과 우주의 도가 연결돼 있다고? 넘 형이상학적 아닌가? 왜 하필이면 다른 장부가 아닌 심장에 구멍을 내고 털가닥을 붙였을까? 그것은 심장이 혈(血)을 혈맥(血脈)을 통해 사지(四肢) 말단(末端)까지 보내는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心柱血脈)


심장은 심장 아닌 외부, 즉 오장육부뿐 아니라 손, 발 끝 모세혈관까지 구석구석 다 혈을 보내어 우리몸을 따뜻하게 해 줌으로써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게 하고 추운 겨울에도 살게 해준다. 이는 마치 군주가 그 덕을 백성 에게 베푸는 것과 같다. 백성에게 임금의 선정이 미쳐야 나라(몸)가 유지되는 것처럼. 그래서 심장을 동의보감에선 군주지관(軍主之官)이라 하여 몸을 대표하는 장부로 본 것이다. 심장을 다른 장부들과 갈비뼈가 철통 보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화와 백성들이 임금의 지위를 절대 보장하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까 고대 중국인들은 심장의 생리적 운동과 우주 자연의 도가 유사한 기능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본 것 같다. 혈이 혈맥을 통하여 운동하는 것이나 우주 자연의 법칙이나 군주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활동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 몸과 우주 그리고 군주의 다스림을 하나로 꿰는 장치이다.


혈이 오장을 관통하는 한 심장은 오장에 배속된 감정도 주관한다.(心主神志)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에 해당하는 노(怒), 희(喜), 우(憂), 사(思), 공(恐)이다. 그런데 모든 감정을 주관하는 심장에 기쁨이 배속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쁨이 여타의 감정 즉 분노나 슬픔, 두려움등을 조절하여 감정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살면서 이성보다는 감정에 좌지우지 하면서 살곤 한다. 아무리 지성적인 사람도 결정적 순간에는 감정으로 결정하고 결단하곤 한다. 그만큼 감정은 조절하기가 힘든 정서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이 감정들이 지나치지 않도록 조율하는 감정을 동의보감에선 기쁨으로 본 것. 기쁨은 화(火)의 성질로서 다른 감정들을 흩어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기쁠 때면 웬만한 감정들에 별로 끄달리지 않는 것을 일상에서 경험하곤 한다. 하지만 이 기쁨이 넘쳐흐르는 환희나 그것으로 인해 들뜬 감정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기쁨이 지나친 것으로 기쁨에 도취된 나머지 심을 상하게 하여 냉정하게 판별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리게 한다. 너무 기뻐서 말을 많이 하거나 많이 웃은 후에 지치고 몸에 기운이 빠지는 경우를 경험할 때도 있다. 그러므로 적절한 기쁨이란 ‘마음이 편안하고 기혈이 조화로운 상태’, 혹은 ‘유쾌한’ 상태라고 할까? 심혈기가 조화로워야 설령 분노나 슬픔 혹은 두려움이 치고 올라와 자신을 괴롭힐 때 그런 감정에 끄달리지 않을 수 있다. 여러 감정들이 일어나는 모습을 능동적으로 냉정하게 관찰할 수 있는 여유가 있게 되고 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만약 그러한 감정들에 계속 끄달리면 그 감정에 해당하는 장부만 상하는게 아니라 심장이 가장 심하게 타격을 받아 나머지 감정들을 컨트롤하지 못함으로써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신하들이 군주에게 절대 권력을 보장해주면서도 한편으론 끊임없이 수신(修身)하라고 압박해왔던 것도 군주가 마음의 균형을 잡는 기쁨의 상태가 되지 못하면 정사를 냉정하고 현명하게 처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군주가 수신한다는 것은 결국 기쁨의 감정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 여타의 감정이 지나치는 것을 단속함으로써 지혜롭게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혈을 충분히 확보하고 구멍이 막히지 않는게 중요하다. 혈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그것은 음식이다. 음식이 위와 소장을 거쳐 소화되어 정미로운 진액으로 변하고 그것이 심장으로 넘어가 영기(營氣)와 만나 붉은 색의 혈(血)이 되고 신(神)이 깃들게 되는 것. “우리가 먹는 게 ‘나’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잘’ 먹는게 아주 중요하다. 너무 기름지지 않고 지기가 듬뿍한 곡식과 채소 위주로 적당히. 구멍은 많을수록 좋다. 성인의 경지인 완전수 9개까지는 아니더라도 7개, 3개1개. 이런 식으로 많을수록, 막히지 않을수록 우주에서 사지말단까지 끊임없이 순환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막히지 않을 수 있는가? 『열자』에서는 심장이 빌수록 성인, 즉 구멍이 많다고 했다. 비어야 사지 말단 까지 갔던 혈이 돌아올 수 있고 막히지 않을 수 있다. 욕심이나 자의식이 들어차 있을수록 구멍은 막히고 숫자는 적어지면서 병이 찾아온다. 심부전증, 협심증, 심근경색. 이는 결코 혈관이 좁아지거나 심장이 썩는 생리적인 병만은 아니다. 욕심과 무지를 다스리지 못한, 마음의 병이었던 것. 심장을 『동의보감』에서 심(心)으로 표현했던 이유이다. 동의보감은 우리에게 군주(君主)되기를 요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