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창 깨지고 돌아오다 (목감 1학기 에세이 발표 후기- 이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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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행자 작성일13-04-19 11:46 조회4,324회 댓글6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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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님의 댓글
생글 작성일진주댁의 1차 에세이발표 후기 끊임없이 변하기를 갈망하면서도 한치도 변하지 않았던 나를 확인했던 장이었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나가 얼마나 각양각색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장이었다. 이제 본격적인 "너 이래도 안변할래?"하는 수련의 장이 진짜 펼쳐지겠구나, 를 예감했다. 사실 어제 오전에 에세이발표가 끝나자 벌써 내가 쓴 에세이가 부끄러웠다. 8주간의 1학기 수업을 바탕으로 포장하고 꾸민 그럴 듯한 욕망을 나열한 나의 에세이. 그 에세이를 쓸 때만 해도 난 치열하게 나를 탐구한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에세이 발표가 시작되면서 그건 가짜였음을 통렬하게 깨주었다. 1박2일의 에세이 발표는 나를 장렬하게 전사시켰다. 1박2일을 마치자 이제 비로소 크리슈나무르티, 융, 장자, 껄껄선생의 말씀들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무엇도 바라지 않고 글을 써야 나의 치유가 되고 구원도 된다! 다시 순수하게 글쓰기와 감이당공부와 마주하기를, 스스로에게 주문했다. 이제 더이상 '폼'을 잡지 않으리라. 변한 '척'도 하지 않으리라. 도망가지도 않고 너무 잘하려고도 하지 않으리라. 진정 뭇 시선에서 놓여 나리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껴안으리라 맨 마지막 발표 조의 은숙샘에게 "엄마는 나빠,라는 소리가 얼마나 아픈 소리인지 안다. 엄마는 엄마의 공부장에서 공부하고, 자식은 자식의 공부장이 있으면 되겠더라. 자식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는 욕망을 내려놓고 진솔하기를. . . "라는 주제넘은 소리를 하고 내려오면서 난 떨렸다. 얼마나 망설이고 또 망설이면서 말해버리기로 결정했던가. 간혹 바깥일을 가진 엄마에게 일어날 수 있는 통과의례와 같은 사건. 아이들은 똑똑한(?) 엄마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지희샘이 가졌던 엄마의 환상을 거의 모두 갖고 있다. 아이들은 그저 따뜻하고 부드러운 엄마이기를 바란다. '엄마'라는 단어가 가진 무한정의 애정에 기대고 싶어한다. 사춘기 이후에 변한 자식에게 그 소리를 듣게 되었을 때 아파했던 기억때문에 결국 은숙샘에게 한 소리는 나 자신에게 한 소리였다. 은숙샘을 보듬어주고 싶었던 것은 나 자신을 보듬어 준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의 과거의 흔적들을 껴안아주고, 흔쾌히 이별했다. 그런 계기를 준 은숙샘에게 감사하다. 이제 그것으로 마지막이다. 엄살부리지 말고, 어리광피지말고 "순도 100% 진솔"에, 아니 우선 "진솔할 수 있는 만큼의 진솔"에 다가가도록 수행해보리라. 오상아를 관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해보리라. 실천한만큼, 수행한만큼 난 담백한 죽음을 맞으리라. 곧 담백한 삶이 되리라. 50대 이후의 나에게 감이당 공부는 정말 유효했다. 노후를 위한 공부보험 맞았다. 여러 선생님들의 지적과 조언은 결국 나를 다시 태어나게하는 거름이 되어 준, 1박2일의 대장정, 에세이발표가 끝났다. 아픈 소통의 나에게 '선'으로 다가온 귀한 체험이었다. 진주로 향하는 고속버스에서 후기를 작성하는 나로부터 새로운 나는 시작된다!
보행자님의 댓글
보행자 작성일
진주에서 서울까지...... 쉽게 다닐 수 있는 길이 아니지요. 그것도 매주를......
두 달...... 돌이켜 생각해보면 공부의 장이 이미 길 위에서 시작되고 있었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앞으로 천천히, 계속, 같이 가요, 선생님~^^
보행자님의 댓글
보행자 작성일
힘주시는 나의 도반들이이여! 감사합니다.
글고 땐구샘! 나는 땐구샘이 나의 어떤 메모를 좋았다고 하시는지 어제는 전혀 몰랐다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생각해 보니 이글이 아닌가하고 짐작이 되었소.
서울 감이당 공부를 시작한지 한달하고도 반이 지났다. 다산과 연암. 크리슈나무르티, 칼 융, 장자를 탐구 중이다. 그들을 관통하는 사유의 핵심은 변화이다. 그들을 들여다보고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나의 소리를 글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나와 타자, 나와 타자가 포함된 세계이다.
며칠 전 둘째아이의 가방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학교에서 받은 안내장이 두꺼운 노트 만큼이나 가득 들어 있었다. 한 장 한 잘 들추어보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 남짓이 지났는데도 단 한 장도 나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무료수업이나 대회 신청서 등 내용이 다양했다. 이미 신청 기간이 끝나 아무 것도 신청할 수가 없었다. 서서히 마음이 동요되기 시작 했다.
이 녀석을 어떤 방법으로 혼내 줄까?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을 방법을 연구하다가 모든 원인이 가족들에게 무관심한 남편 탓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순간 화로 무장된 소용돌이 속으로 나의 인생이 통째로 억울하다는 감정이 끼어들어가더니 눈물이 왈칵 솟아났다.
그야말로 혼자 생쇼를 하고 있었다.
몇 시간 뒤 밖에서 돌아온 아이의 얼굴은 해 맑기만 했다.
“엄마한테 안내장 보여주지 않은 이유가 뭬야?”
“걍!”
이 상황은 뭥미?
세계의 중심에는 내가 서 있고 변화의 시작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끊임없이 기쁨 주고 기쁨 받고 억울하고 억울하게 하고 상처주고 상처 받고...... 세계는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다. 나와 타자가 포함된 세계는 하나의 유기체다. 따라서 나와 세계는 변화를 같이 한다. 내가 변화하면 당연히 세계는 변할 수밖에 없다.
연암이 세상 속 평범한 것에서 진리를 찾고 , 크리슈나무르티가 무의식의 층위를 비워내고, 융이 자아와 자기 원형과의 합일을 시도하고, 장자의 곤이 붕이 되어 구만리를 날아올라 먼 하늘 위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그 순간에도 이 세계는 생명의 숨을 몰아쉬며 꿈틀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내가 서 있다.
내가 감정의 파노라마를 펼치며 생쇼를 하고 있는 동안 아이는 자신이 중심인 세계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며 아주 즐겁게 자~알 살고 있었다. 결국 나를 괴롭힌 것은 나였다. 끊임없이 제공되는 일상의 사건들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 , 바로 그것이 중요하다. 그래, 이제는 변화하는 거다.
내가 써 놓고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소.
정말 정신줄 놓은 게 맞지요. 내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구나, 했으니까.
오늘 아침엔 머리가 맑습니다.
담백한 삶을 향한 공부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깨우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땐구님의 댓글
땐구 작성일오호! 힘이 나는군요. 화이팅!!
필벽성옥님의 댓글
필벽성옥 작성일뭉클하네요. 맑고 밝은 기운으로 2학기도 기대합니다^^
영주씨님의 댓글
영주씨 작성일함께 길을 간다는 건 참 설레고 행복할 것 같아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