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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론 후기 by 도담샘-미화샘-시성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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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생각통 작성일13-05-31 20:48 조회3,800회 댓글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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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론 강의는 총 3번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지지난 2번의 강의는 대중지성 3학년 분들이 해주셨는데요. 간(담), 심(소장)을 담당하신 시성샘은 감이당 집사로 유명한 분이죠. ㅋ 저 같은 경우는 『갑자서당』과 『누드글쓰기』를 통해서 접했는데, 글이 정말 좋더라구요. 공부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비(위), 폐(대장)은 미화샘이 강의해주셨는데요. 생소한 분이었어요. 하지만 전에 북드라망 블로그에서 다양한 약재를 다룬 글들을 본 적이 있어서 친숙하더라구요. 가장 인상적인 것은 몸에 표시된 12경맥이었는데요. 몸으로 하는 공부가 뭔지 알 것 같았어요. 와우~!
 
그리고, 어제 도담샘이 신(방광)과 함께 마무리를 해주셨지요. 도담샘 강의와 얽힌 일화를 하나 소개하려고 해요. 누드글쓰기를 할 때였어요. 사주를 기반으로 자신의 삶을 글로 쓰는 거였는데, 쓰고 고치는 과정이 2달 가까이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었어요. “책을 읽는데 손님이 들어오면 방해받는 느낌이 들어 짜증이 나곤 한다”는 거였어요. 저는 막연하게 독서가 돈벌이에 밀리지 않는다는 데서 희열을 느끼며 한 얘기였어요.(부끄럽지만요;;) 하지만 선생님은 “현장에 집중하세요. 그 자리에서는 공부보다 장사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어릴 때에는 ‘공부한다’는 말이면 모든 것이 용서되곤 했잖아요. 모든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도 있고 말이죠. 감이당 역시 공부하는 공간이니까, 이런 류의 사고방식에 동의해줄 거라 생각했던 거죠. 전, 처음부터 뭘 잘못 알고 있었던 겁니다. 아주 뒤죽박죽이었죠. 지금도 여전히 헤매고는 있지만 아주 조금씩 뭔가 깨닫고 있는 것은 같습니다.
 
서론이 정말 길죠? ^^; 하지만 나름 의도는 있습니다. 특히 도담샘의 강의 일화는 의역학과 관련이 있기도 합니다. 선생님은 가족 삼각형과 그 안에서의 자본의 논리에 꼼짝 못하고 있는 지금 우리 모습을 일례로 들면서 “이것은 단지 근대의 문제가 아니라 의역학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했습니다. 순환이 되지 않으면 병이 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행복하기 힘들다고요. 해서 시선을 달리 해야 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시선이 달라지면 욕망이 달라지고, 욕망이 달라지면 오장육부의 배치가 달라지고, 오장육부의 배치가 달라지면 병이 회복된다 하시면서요. 어쨌든 저는 선생님의 일침에 마음을 바꿔먹었습니다. 전에는 “공부하고 싶은데…. 이놈의 돈벌이가 뭔지! 돈을 벌어야 공부도 하니까 어쩌지 못해 이러고 있다”는 마음도 없지 않았거든요. 마음이 널뛰니까 어떤 것에도 집중을 못했고, 어떤 것을 해도 만족이 없었고, 그러니 즐겁지 않았습니다. 일이 많아서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일쑤였는데, 그런 마음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꽉 막혔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뚫리니 두 가지(공부와 장사) 모두에 활력이 붙기 시작하더라구요. 이런 것이 선생님이 말씀하신 ‘순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첫 강의 이후 정리를 하기 시작했는데요. 3번의 강의를 듣고나서는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정리를 못하겠어요;; 너무 길어지네요. 그래서 제게 들렸던 것을 중심으로 적어봤습니다. 하,하하하!
 
장상론이 뭐지? 
장상론이 뭔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장상론이 무엇일까요? 장과 상에 대한 이론 같은 거라 짐작이 되지요.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론이라는 말 대신 장상론이라는 말을 쓰는데요. 그 이유는 ‘관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몸 안에 숨겨진 것이 “장(臟)”이고, 몸 밖으로 드러난 것이 “상(象”)을 의미하는데, 이 둘의 관계성을 파악하겠다는 의도를 품고 있는 것이죠. 즉 장상론은 안과 밖이 하나의 밧줄로 이어져 있다는 사유이며, 이 밧줄을 통해서 몸 안의 상태를 들여다보겠다는 기획인 겁니다. 야심차네요. 야심차긴 한데, 믿어도 되나…? 이런 마음이 생기는 분들도 있겠죠! 
 
그래서 살펴봅니다. 한의학이 시작된 중국, 중국인들의 사유를요. 중국인들은 눈에 보이는 실체보다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요. 그래서 실용적인 것이 아니면 과감하게 버려 버립니다. 그렇게 냉철한 중국인들의 사유 속에서 살아남은 거라면 실용적인 것은 담보하고 있다 해도 무방하겠지요. 그것이 바로 음양오행론이고, 장상론입니다. 이렇게 살아남은 장상론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자리잡게 된 걸까요? ①몸을 해부하고 관찰합니다. 『난경』이라는 책에는 이미 해부학으로부터 얻은 무게, 모양, 크기, 색깔 등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죠. 하지만 이것은 기초지식에 불과합니다. ②해서 취상비류가 도입됩니다. 상(象)을 취해 종류별로 분류한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상을 갖는 것들끼리 묶고 분류하는 것. 하지만 종종 실제의 배치와 어긋나기도 합니다.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해야 오행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천문, 역법, 지리, 기후 등과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요. 그들은 실용적이니까요. ③마지막 단계는 검증입니다. 이렇게 만들어낸 사유가 맞는지 틀린지 임상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가령 조그만 일에도 버럭버럭 화를 내는 것은 간(肝)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간을 치료하고 그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죠. 상태가 진짜로 호전되면 간과 분노의 관계를 확정하는 방식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장(간, 심, 비, 폐, 신)과 육부(담, 소장, 위, 대장, 방광, 삼초)의 중심에는 ‘관계성’이라는 것이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역설과 모순을 몸으로 익혀라
우리는 정확한 것을 좋아합니다. 이것도 됐다가 저것도 됐다가 하면 일관성이 없다며 신뢰하지 못하는데요. 하지만 의역학에서는 이러한 역설과 모순을 몸에 새기라고 합니다. 우리는 ‘폐’라고 하면 심장 양쪽에 위치한 장기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수태음폐경의 (기)중부 (종)소상까지의 경맥 모두를 폐라고 합니다. 폐 같은 거? 아니죠! 그냥 폐인 거죠. 슬픔을 일으키는 것이 폐이며, 수렴하고 통치하는 금기가 바로 폐입니다. 이 수많은 기운을 모두 폐라고 하는 장부라 보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계를 해체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의학에서는 유형적인 것과 무형적인 것에 경계를 두지 않습니다.
 
우리는 ‘분노’하면 ‘간’을 떠올리죠. 간은 목(木)기 되겠구요. 이처럼 분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분노가 꼭 ‘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할 때가 오는 겁니다. 이러면 금(金)기 센 분들 미츄어버리지 않을까 싶은데~ ^^ 사주명리에서 점수 매기는 데 목숨을 걸다가 어느 순간 점수를 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요. 분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느 순간 ‘직관’이 개입하게 되면서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날이 온다는 이야기 같습니다. ‘그 어느 순간’이 바로 공부가 다시 시작되는 지점 되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20년 암송만 하다가 꿈 한번 잘 꿔서 명의가 된 장원소가 생각나네요. 명의가 되기 전 장원소의 주구장창 암기는 불필요한 것이었을까요? 그 과정이 있었기에 그 안에 담긴 사유와 접속할 수 있었던 거겠죠. 우리도 역설과 모순을 몸으로 익히기 위해서 기초부터 갈고 닦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닥치고 암기’에 힘써야겠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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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강의를 들으면서 의역학의 원리가 생활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을 보며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오장육부 중 어느 것 하나 안 중요한 게 없다지만, 위(胃)기는 살고자 하는 기본적인 기운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먹고자’ 하는 욕구 자체가 살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거죠. 그래서 비위(脾胃)가 망가지면 모두 소용이 없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이와 같은 원리는 우리의 삶과 바로 직결됩니다. 비위는 토(土)기죠. 동서남북이 유효하려면 중토가 있어야 합니다. 즉, 비위가 건강해야 방향 설정이 가능하다는 거죠. 중심을 못 잡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사람들, 비위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삶의 상태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내 오장육부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함께 모여서 각자가 가진 문제를 의역학과 연결시켜 살펴보는 게 또 다른 의미에서 임상이 될 수도 있겠구요.
 
마지막으로 시성샘이 제시한 팁은 이렇습니다. “이미지를 그려라!”인데요. 우리가 지금 파편적으로 외우고 있는 단어들을 조합하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손톱에 금이 간 사람은 건드리지 말자! 왜죠? 간이 안 좋으니까 ‘버럭’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이미지로 만들다보면 한의학이 우리의 일상에 보다 쉽게 안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보자인 우리에게 필요한 팁인 것 같아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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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강의록으로 지금까지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 화기-시성샘과 몸개그가 아닌 몸공부를 직접 보여준 금기-미화샘, 마지막으로 절대 유머를 장착한 ‘강의의 신’ 수기-도담샘이 만들어낸 장상론 밴드 강의 즐겁게 잘 들었습니다. ^^ 
 
댓글목록

햇살사랑님의 댓글

햇살사랑 작성일

후기 읽고, 쓱~ 지나갈 수 없어 로그인 하고 댓글답니다. 생각통님이 누구신지 정말정말 궁금합니다요~!!

생각통님의 댓글

생각통 댓글의 댓글 작성일

햇살사랑님! 쓱~ 지나가지 않고 댓글 달아주시는 마음, 감사합니다. ^^

리락꾸마님의 댓글

리락꾸마 작성일

그동안 생각통님의 후기가 재밌어 여러번 읽곤 했는데, 뉘신지 알고 말았슴다.
누드글쓰기 발표 때 썩은 얼굴로, 나는 우는 얼굴로 함께 했는데,
유쾌해진 글을 보니 반갑습니다. 우리 언제 만날 수 있으리오.

생각통님의 댓글

생각통 댓글의 댓글 작성일

교수님~ ^^ 이를 어째! '썩은'에서 혼자 팡! 터져 손님들 쳐다보구. ㅋ 그러게 말입니다. 옷 잔뜩 껴입고 만났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더워져서는. 강의 없는 목요일에 점심 드시러 오세요. 휴강.. 이런 거 없나요.... ^^

필벽성옥님의 댓글

필벽성옥 작성일

그대를 후기의 달인으로 임명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생각통님의 댓글

생각통 댓글의 댓글 작성일

앗!! 송구합니다. ^^ 필벽성옥님의 온화한 미소가 떠오르네요. 즐거운 기운이 항상 가득해서 뵈면 기분이 좋아져요~

감이당님의 댓글

감이당 작성일

아!! 이렇게 훌륭한 후기를 올려주시다니... 감사합니다. 후기 쓰는 동안 공부가 많이 되셨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후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낸다는 거 자체가 소중한 일이네요^^

생각통님의 댓글

생각통 댓글의 댓글 작성일

아, 제가 오히려 감사합니다. 강의 듣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그 말씀이 맞습니다! 후기를 쓰는 동안 진짜 공부를 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