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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신 후기 by 도담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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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생각통 작성일13-06-14 17:59 조회4,374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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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강의 때는 날아간 정신을 붙드는 것만으로도 수행하는 기분이 들었는데요. (날이 갑자기 더워져서 그런 걸까요? ^^) 그 더위에도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이번 주는 비교적 맑은 정신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도담샘의 의역학 강의로 시작해서 오후에는 문샘의 글쓰기 강의를 들었는데요. 문샘의 강의는 무정과 이어지면서 더욱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역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네요. ^^
 
2년 전에 일산에서 기초 한의학 강의를 들었습니다. 도담샘께서 출강을 하셨지요. 그때 저는 『한권으로 읽는 동의보감』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읽을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의학에 대해서요. ㅋ; 하지만 막상 강의를 들어보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인문학적 사유까지 중첩되니 더욱 혼란스러웠다고 할까요? 당시 제가 좋아했던 한의학은 ‘정보’에 치중되어 있었던 겁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편두통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면 손발이 오그라들어 펴지지 않는데 이건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런 병증을 고칠 묘안이 ‘한의학’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호기심 정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한의학을 철학적 사유와 연결시켜 말씀을 하시면, ‘그것 말고,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말해 주세요’라고 외쳤지요. 물론, 마음속으로요. ㅋ;; 
 
그런데, 어제 선생님께서 3학년이 되면 한의학 시간에 더 이상 ‘임상’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우리의 질문은 이렇거든요. 지금 내가(혹은 내 가족) 가진 병증에 대한 해결책 혹은 해석을 요청하는 방식이지요. 친절한 도담샘은 1학년 때에는 이런 식의 질문이 당연하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 주셨어요. ^^; 어쩌면 우리는 아직 병과 그 병을 치료하는 방식을 직선화시키는 데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어떤 측면에서는 근대화(?)된 사고방식이라 볼 수 있겠네요. 어쨌든 우리는 한의학의 세계 속에서 조금 더 허우적거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임상의 차원을 뛰어넘는 철학적 질문이 우리를 찾아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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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기신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정기신의 흐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셨는데요. 2년 전에 들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세포가 꿈틀했거든요. 그리고, 이젠 인문학적 사유와 연결시켜 말씀하지 않으면 좀 서운한 기분까지 듭니다. 선생님께서는 늘 ‘무턱대고 암기’를 강조하시죠. 암기하는 것들이 기억 속에서 다 사라져 무용해지는 것 같겠지만 언젠가는 다 써먹게 된다구요. 저 구석에 있는 세포 하나가 기억하고 있다가 암기했던 내용을 들으면 반가워하며 반응한다는! 당시에는 ‘설마?’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믿습니다. ^^
 
정기신은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을 합니다. 이렇게 구별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태극 상태인 ‘기’가 ‘신’과 ‘정’을 연결시켜준다고 볼 수 있겠죠. 기에서 분화된 양기(마음)는 신(神)이구요, 음기(몸)는 정(精)입니다. 요즘의 현대인들은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몸을 상품처럼 소비하는 거겠죠. (저도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만;)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마음’이라고 하죠.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어떤 마음을 내게 되는지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여전히 치즈의 유혹을 외면하지 못하고, 야밤에 치맥(치킨과 맥주)을 일삼는 것도 생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말과 같습니다. 하물며 머리카락을 잘라내도, 손톱을 깎아도, 눈곱을 떼어내는 것도 마음을 쓰는 거라고 하는데요. 실연을 당하면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었네요. 머리카락을 잘라내도 마음이 나가는 거구요. 절실하면 똥을 한번 누고 ‘돈오’를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내 몸과 마음이 맞물려 있다는 결정적(?) 증거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기신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정을 쌓는다는 것은 하단전을 쓴다는 의미인데요. 그것은 이성을 놓치지 않고 자연에 접속하는 힘을 만든다고 합니다. 우주와 내 몸이 연결되어 있음을 배우는 우리에게 ‘정’을 쌓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 되겠습니다.
 
정기신의 흐름을 나타내는 도표는 생략할게요. (글씨가 암호 수준이라;;) 글로 설명을 해 보자면요.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한 출판사를 통해 108배에 관련된 내용을 접합니다. 다른 내용도 많았지만 108배만이 머릿속을 맴도네요. 그것이 바로 ①의(意)입니다. 그래서 108배를 해보자 다짐합니다. 이것이 ②지(志)입니다. 108배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③사(思)구요. 이제부터 중요해집니다. 가령 내일부터 시작해 매일 오전 10시에 108배를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바로 ④려(慮)입니다. 려(慮)는 도모한다는 모려(謨慮)에서 나온 글자지요. 다음 날 10시가 되었을 때 108배를 수행하면 그것이 바로 ⑤지(智)가 되겠죠.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매일 10시에 108배를 하다보면 폐에 기(氣)가 모이구요. 이 기가 새로운 ⑥정(精)을 만들어 냅니다. 새로운 몸이 만들어지면 새로운 사유를 할 수 있겠죠. 이 새로운 생각이 바로 ⑦신(神)이 되는 겁니다. 몸에서 마음이 나왔다가, 이 과정을 통해 다른 몸을 만들게 된 셈입니다. 이 몸은 (당연하게) 다른 마음을 만들게 되겠죠. 이때부터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완성’과 ‘지속’입니다. 7가지의 과정을 완성하지 못하면 ‘기’는 사라집니다. 기억하는 것, 다짐하는 것, 계획을 짜는 것, 결심하는 것, 수행하는 것 모두 기를 쓰는 것입니다. 그러니 중도에 포기하면 사용했던 ‘기’는 사라지고 맙니다. (그나마 ③생각(思)까지 하면 기의 소모가 비교적 적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몸도 신경질이 나겠죠? 그러니 완성하지 않을 거면 시작도 말라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지속성! 1년은 기본이고, 적어도 5년은 지속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몸이 바뀝니다. 일례로 저는 108배를 시작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매일 오전에 108배를 하죠. 수승화강이 되지 않아 생기는 수많은 질병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많은 깨달음을 얻는 중입니다. 길면서도 짧은 듯 느껴지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108배라는 동일한 행위를 반복했지만, 그 안에서도 희로애락은 끊임없이 반복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108배가 일상이 되면서 어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일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시간이 흘러 오년이 되고 십년이 지나면 제 몸도 새로워지고, 그 새로워진 몸에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마음이 생길 거라 기대해 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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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어제 흥미로운 질문이 나와 소개해 봅니다. 해탈을 상징하는 ‘도인’의 이미지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는데요. 많은 분들이 공감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도인, 마치 신선의 이미지로 실현되는 삶이 재미있을까 의문을 갖곤 합니다. 너무 밋밋하지는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도인이라고 해서 희로애락을 느끼지 않는 게 아니다, 희로애락을 거치지만 그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힘을 가진 거라구요. 우리는 담담하게 사는 것을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굉장히 자극적인 것만이 쾌락, 행복 혹은 만족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니까 우울한 것이라 합니다. 더 자극적인 것을 찾을수록 내가 기뻐할 수 있는 분야는 점점 협소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공부 혹은 책읽기는 자극성이 없으면서도, 평상심을 유지하면서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라 하셨습니다. 혼자 해도 기쁘고, 나눠도 기쁜 것! 그것이 바로 공부니까요.
 
 
 
 
 
댓글목록

전화노인님의 댓글

전화노인 작성일

감사합니다 샘, 정기신 아무리 들어도 어려워요. 저는 한의학에서 제일 어려운게 이 정기신이라 생각해요. 도저히 내 언어로 설명이 안되어서요. 글구 동담샘의 강의 중 칠신 부분, 들으면서도 완전 이해가 안되었는데 집에오니 더 가물가물하더라구요. 생각통 샘의 후기를 보고 이제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어요. 고맙습니다요

생각통님의 댓글

생각통 댓글의 댓글 작성일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쁜데요. ^^ 전, 수업 중간중간 샘의 멘트가 참 좋더라구요. 웃음 팡! A조의 활력소이면서 브레인으로써 중심을 잡아주세요~ 지금처럼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동춘년님의 댓글

동춘년 작성일

역쒸 우리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셨군요 ^^ 사실 쌤의 정리글을 읽다보면 수업과는 또다른 묘미랄까요... 암튼 계속 부탁드려요 . 감사^^

생각통님의 댓글

생각통 댓글의 댓글 작성일

저야말로! 그렇게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ㅋ 멘붕상태 잘 정리하고 다음주에 만나요~ ^^ (이번주는 샘 고생이 많을 듯~ 부탁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