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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목성 / 1학기 3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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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둑인문학자 작성일24-03-05 21:28 조회146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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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춥다. 요 며칠 비가 내려서, 절기 '우수'의 기운이 오는가 보다 했는데, 바람이 쌀쌀하다.  얼어붙은 땅이 녹아서 조금 따듯해지는 듯 하다가도, 아직 인월(寅月)의 매서운 찬바람이 발걸음을 웅크리게 한다. 감이당 도착.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암송을 하며 몸을 녹인다. 어색한 한자낭독과 알듯말듯 두리뭉실한 뜻풀이가 반복되며 다행히 점점 몸에 익어간다. 

[1교시 불교]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 오, 진리의 기쁨이여

   붓다의 생애는 읽을수록 경이롭다. 절정의 쾌락을 누릴 수 있는 탐스러운 음식과 성욕을 내려놓았다. 현대인은 못가져서 안달인데, 대단하다. 우리는 쾌락을 누리면 누릴수록 더 탐을 낸다. 나도 그랬다. 특히 바둑둘 때 승부의 짜릿함과 승리의 쾌감에 열광했다. 더 이상 승리하기 어려울정도의 단계에 이르자, 그 열망은 '돈'으로 이어졌다. 멋진 집과 차를 사고, 예쁜 여인과 맛집을 맛집을 투어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업을 키우고, 약간은 그 쾌감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몸과 정신이 피폐해지고, 공부를 하며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 

   하지만, 청년 붓다처럼 단호하게 결정을 내리기 참 어렵다. 곰샘이 말씀하신 것 처럼, 아직 욕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욕망을 해부하고 분석해야 한다. 쾌락 후 결국 오고야마는 환멸, 쾌락을 누릴때, 아프리카에서는 며칠씩 굶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 등등. 고타마존자는 그 고통의 순환을 통찰했다. 몸으로, 입으로 짓는 악업을 버리고 해탈과 구도를 향해 정진했다. 

   첫번째 스텝은 출가! 보시의 기회를 주고 빌어먹으며 생존을 해결한다. 미각의 욕구를 날려버렸다. 두번째 스텝은 스승! 방향과 지도를 보여주는 스승 없이는 너무나 그 길이 요원하다. 처음 스승은 알라라 칼라마로부터 '무소유처- 인식하는 주체와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터득한다. 다음 스승인 웃다카 라마풋타에게선 '비상비비상처- 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경지'를 배운다. 

   그러나 선정에 들어가면 황홀경에 빠졌지만, 평상시는 탐욕과 욕망이 들끓었다. '과연 영원한 자아가 있는건가? 영원한 자아란 것이 또다른 망상이 아닐까?' 6년 고행의 시작! 욕망의 습관을 몸으로 통찰한다. 그리고 극닥적인 고통 속에서 엄청나게 들끓는 욕망을 발견한다. 육체와 싸울수록 쾌락에 말려들어 자아가 강화되는 것이다. 나도 해병대에서 1년 내내 쳐맞았는데, 그 고통은 제대 후 성공과 쾌락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우리는 육체를 괴롭히지 않아도 된다. 참 다행이다. 오히려 육체를 활용해서 나아가라! 

   육체를 회복하고, 마음을 비우고, 목숨을 걸고 사자후를 토하는 고타마 존자. "무상의 큰 지혜를 얻기까지, 몸이 다 부서지더라도 결단코 가부좌를 풀지 않으리!" 그리고 탐욕대마왕 '파순'을 불러내서 한판 승부를 펼친다. 1라운드, 미녀를 보내 32가지 교태로 유혹하자, 미녀를 '가죽 주머니에 담긴 똥덩어리'로 단호게 하게 물리친다. 헉!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미녀를 이렇게 한 순간에 물리치다니... 2라운드, 마왕은 고타마 존자의 전생의 보시를 증명하라 한다. 그러자 대지의 여신들은 답한다. "천만 억겁 동안, 헤아릴수 없는 재산과 몸을 보시하며 공덕을 쌓았습니다. 이 공덕은 오직 중생구제를 이한 무상정등정각을 구하기 위함입니다."

   마왕과 대결을 통해 번뇌의 지꺼기를 제거하고, 복숭아나무아래 앉는다. 농민-소-벌레-새로 이어지는 고통의 사슬을 보고, 명상을 들었을 때 '무한한 지복감'을 떠올린다. 그렇다! 깊은 공감으로 주체와 대상사이의 거리가 사라졌다! 무아! 생과사, 시간과 공간이 분리되지 않는 인드라망의 세계. 마치 바둑판의 모든 돌은 바둑판안에 서로 영향을 주는 것과 같다. 초저녁이 되자 '숙명통 - 자신의 모든 과거생을 앎'을 터득, 이어서 '천안통 - 나의 모든 행위와 업보를 통해 타자의 모든 행위와 업보를 파악' 도 깨우쳤다. '누진통 - 번뇌를 다스리는 신통력'을 얻고, 욕망의 흐름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결국 생노병사에서 일어나는 욕망의 모든 원인은 '무명'에서 비롯된다. 거기서 홀로, 영원히 존재하고자 하는 갈망이 싹트고 세계가 이원화된다. 욕망의 원인을 덜고 덜어내면, 애초에 자아는 없다. 무엇이든 될수 있지만, 무엇으로도 규정될 수 없다. 오직 생성과 소멸이 있을뿐. 

   그렇게 '12연기-생성과 소멸의 무한 프로세스'를 터득하고 '무상정등정각'에 이른다. 위없는 깨달음! 대자유의 환희! 그 깨달음이 경전 '우다나'가 된다. 49일의 환희를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으리. 

 

[2교시 주역] 중천건 ~ 중지곤

   천원지방 -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 하늘을 뜻하는 바둑알은 둥글고, 땅을 상징하는 바둑판은 네모낳다. 고대로부터 하늘은 형체가 없어서 걸림이 없다. 이를 직진의 짝대기 하나로 표현한다. ㅡ 양이다. 하늘의 기운을 4계절마다 매년 다르게 받은 땅은 우들투들 모가 지고, 각이 생겼다. 걸림이 있다. 나아감이 끊겼다. 짝대기가 나아가다 구멍이 생긴 꼴이다. - - 음이다. 모든 세상만물의 변화는 음양으로 표현된다. 음양이 사상으로, 사상이 팔괘로, 팔괘가 64괘로, 64괘가 384효로 진화되었다. 우리 일상사가 384개의 사건으로 분류되고, 인생의 문제가 터졌을 때 주역점을 치고, 이치에 합당한 '처세'를 얻게 된다. 와! 놀랍지 아니한가. 인생의 수많은 기로에서 표류하고 길을 헤메고 있을 때, 든든한 주역이 있지 아니한가. 

   양은 음으로, 음은 양으로 변화하고자 한다. 가을, 겨울이 봄과 여름으로 향하는 것 처럼, 11월 입동에서 시작한 '중지곤'은 5월의 입하가 되면 '중천건'으로 바바뀌게 된다. 겨울 내내 씨앗이 응축하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여름을 맞은 것처럼, 은나라 역은 주나라의 역성혁명으로 주역이 만들어졌다. '음'은 땅의 기운으로 안정되고, 포근하다. 마치 대지의 어머니처럼 만물을 포용하고, 시스템을 지킨다. 그러나 '음'이 잘못 쓰이게 되면, 변화할 때 변화를 모르고, 나만 우리가족만 챙기는 이기주의에 빠질 수 있다. 그 때 필요한 것이 '양'이다. 양은 하늘의 기운으로 변화 무쌍하다. 사계절의 햇빛과 온도가 다르듯이 만물을 변화시킨다. 그렇다면, 각각 양효6개, 음효6개를 가진 중천건, 중지곤에서 각 지위에 맞는 역할과 행동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허나 여기에 모든 효사를 다 설명하긴 시공간의 제약이 있어서 패스. 

   - -  直方大 不習无不利  '직방대 불습무불리'가 특히 인상 깊었다. 이효는 '중'을 지키는 재야의 도덕군자를 떠올리게 하는 위치이다. 중지곤의 육이효는 당당하게 외친다. 하늘의 큰 뜻을 진솔하게 본받으니, 억지로 익히지 않아도 유리하지 않음이 없다. 오! 형체가 없는 우주의 신호를 억지로 배우지 않아도 깨달을 수 있는 경지라니! 이는 공자가 70세에 마음먹은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종심'의 경지와 통하는 듯 하다. 이는 결국 배움이 있어야 도달할 수 있다. 부처님도 공자님도 소크라테스도 모두 공부를 좋아하고 배움에 힘썼다. 우주자연의 이치를 터득하고, 몸으로 익혀, 세상 사람들에게 지혜를 전수했다. 

중지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겸손하게 대응하고, 만물을 포용하는 지혜를 갖추기를!


  모든 수업이 끝나고, 한번 더 조모임을 진행했다. 주역에 대해 서로 이해안되는 부분을 묻고 답하며, 한번 더 공부를 다질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공부의 묘미는 역시 반복과 숙달이다. 꾸준히 정진하면 어느새 입에 붙고, 강의로 태어나 타자에게 도움을 준다. 이때의 뿌듯함이란! 지혜에서 자비로! 우리도 할 수 있다! 배움과 나눔을 순환하는 기쁨이란! 점점 불교와 주역을 배우며, 바둑의 중도가 점점 스며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댓글목록

주희님의 댓글

주희 작성일

성근샘의 후기 속에 녹아 들어가있는 바둑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네요~
불교와 주역을 배우면서 바둑의 중도가 어떻게 성근샘의 삶 속에서 구현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ㅎㅎ
나중에 바둑 이야기도 나눠주세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HeyHeyHey님의 댓글

HeyHeyHey 작성일

성근쌤 후기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복습 제대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