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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카 1차시 수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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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호성 작성일14-03-14 15:38 조회2,804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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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이수영/오월의 봄) 1차시 수업후기   작성자 : 문호성

오늘 수업은 신근영 선생님께서 해 주셨다. 고미숙 선생님은 암송점검을 위해 일부러 참석하셨다. 문 앞에 앉아 과자를 아주 맛있게 드시면서 “A반 1조”를 외치셨다. 상당히 긴 분량의 암송들이 이어지자 “우리, 뭐 이 정도야.”하시며 은근 뿌듯(?)해 하셨다. 정말 암송점검이 끝나자마자 바람처럼 사라지셨다.
신근영 선생님은 작년 한 해 동안 스피노자를 공부하고 얼마 전 <네덜란드 쿵푸로드 원정대>로 네덜란드를 다녀왔다고 하셨다. 암스테르담에서 스피노자의 흔적을 찾아 종횡 무진한 이야기를 들을 때는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스피노자와 <에티카>라는 거대한 산이 있었으니 어쨌든 등정을 위한 첫 발걸음을 떼야만 했다.

《에티카》, 어떤 책인가?
《에티카》를 펴 본 사람은 누구든 뜨악~한다. 정의와 공리, 정리 등으로 구성된 수학적 형식 때문이다. 스피노자 스스로도 이 책은 기하학적 질서에 의하여 쓰여 졌다고 기술하고 있다. 수학에 대한 나쁜 추억이 있는 사람으로서는 정말 읽기가 만만치 않은 책이다. 우리가 읽은 이수영 선생님의 책은 《에티카》를 읽을 수 있도록 길을 내준 가이드북 같은 것인데도 읽는 내내 무슨 말인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러니《에티카》원전을 읽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신근영 선생님은 다음 시간까지 원전을 한 번 살펴보고 올 것을 권하셨다.

《에티카》를 읽기 힘든 이유는 애초에 ‘읽히는 것이 불가능한’ 책이라는 것이다. 각각의 정의와 공리를 연결해서 자기 스스로 내러티브(이야기 구성)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읽는 만큼 읽히는 책이라는 것이다. 너무나도 솔직하고, 공부하기엔 어렵지만 공부엔 좋은 텍스트이다. 딱 내 능력만큼 읽을 수 있으므로 가능태가 아닌 현행태로서만 존재하는 책인 것이다.
 
《에티카》가 읽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하나의 정리를 읽기 위해서는 앞에 있는 것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책읽기 습관은 ‘잘 모르지만 일단 직진’이다. 그러니 다시 한두 장을 되돌아가 다시 살펴보는 것이 천지를 넘기는 듯 힘들고 어렵다. 《에티카》는 아주 성실해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런 속도감을 배우는 것도 《에티카》읽기에서 큰 공부가 된다.
 
《에티카》를 힘들게 읽는 세 번째 이유는 아무리 읽어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기의 천재 괴테도 “열 번을 읽어도 열 번이 다르다.”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엘리트들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이 책이, 별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쉽게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이것은 가난한 자와 많이 가진 자(자본주의자)의 작동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자들은 모든 것을 다 갖추어야 시작한다. 하지만 가난한 자는 갖추어 본 적이 없으므로 일단 주위에 있는 적당한 것으로 시작을 한다. ‘집을 지으려면 무엇 무엇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한 절대로 시작할 수 없다’라고 스피노자는 말했다. 《에티카》자체가 하나의 정리에서 또 하나의 정리가 도출되는 방식으로 쓰여진 것을 보더라도 이 말의 뜻을 알 수 있다. 지금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임을. 한 번에 다 알고 싶어 하는 공부의 로또주의에 빠져있는 자들에게 보내는 말일 것이다.

스피노자, 그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나?
스피노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대체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기에 그는 별 문제없이 계속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20대 초반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는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받았다. 그러다가 공동체로부터 파문을 당한다. 스피노자는 파문당할 특별한 행동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파문의 원인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파문당한 스피노자는 모든 것(재산, 명예, 공동체 속에서의 삶 등)을 포기한 채 떠났다. 공동체를 떠난 스피노자는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을 생각한다.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돈, 명예, 감각적 기쁨을 통해서 가는 길, 다른 하나는 진리, 앎을 통해서 가는 길이다. 전자는 쉽지만 (행복에 이르는 것이) 불가능하고, 후자는 힘들지만 가능하다. 그는 단박에 전자를 버리고 후자를 선택한다. 이때부터 스피노자의 공부가 시작된다. 힘든 일상이었지만 그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단 한 번도 고독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죽은 후 그의 친구들은 그의 책을 출판해 준다. 비록 200년간 금서였지만 그 책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와 긍정에 대해 말한다.

공부에 필요한 몇 가지 개념들
* 인간의 본질, 본성은 이미 다른 양태와의 접촉의 결과 - 인간을 둘러싼 다른 양태들은 조건이지 제약이 아니다. 중력이나 대기압은 인간의 활동을 제한하는 제약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를 결정짓는 원인이다. 본성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접속, 접촉의 효과인 것이다. 
* ‘신’의 개념 - 시대적 한계로서의 ‘신’을 볼 것이 아니라 스피노자가 ‘신’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스피노자가 말하고자 한 것은 ‘인간의 죽음’이었다. 여기서의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주체를 뜻한다. 자유의지란 자기가 판단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로 자유의지를 가진 주체는 없다. 무엇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강렬한 욕망들에 의해 신체가 이미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으로 드러나는 만큼이 바로 나이다. 활동하는 그대로가 나를 규정하는 것이다.
* 무한성 - 활동하면 할수록 점점 증식되어 가며 우주는 무엇인가를 계속 산출한다. 끊임없이 자기를 생산, 산출하면서 자기를 구성한다. 양태는 다른 양태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산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무한성이다.
* 내재성, 필연성 - 원인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것이다. 활동하는 순간 만들어지는, 활동한 만큼 만들어지는 것이다. 원인이 결과에 들어 있는 것, 이것을 발생적 정의라고도 한다. 생명의 존재조건이 서로 인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무언가가 발생하려면 둘 사이의 마주침이 있어야 하므로)
* 이성 - 합리적 ratio(비율, 관계)를 발견하기 위해 필요하다.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비율을 찾아내는 것이 이성이 하는 일이다. 이때의 이성은 지적인 것이 아니라 생명의 기본인 필연성 안에서 본격적으로 고민할 때 나오는 것이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개념들이 너무 많아 머리가 복잡하다. 잡힐 듯 말 듯한, 애들 말대로 알모르겠다.(^^) 다음 시간에는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해 주시겠다고 하셨으니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다면 정말 스피노자가 하려고 했던 말을 그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댓글목록

바로보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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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어려운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 주셨네요...
잘 읽었어요....

필벽성옥님의 댓글

필벽성옥 작성일

참 깔끔하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