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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시대, 그리고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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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생각통 작성일14-05-15 20:00 조회2,390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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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샘 강의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핫한 지금의 사건들이 공부로 연결되는 것일텐데요. 이번 강의 중심에는 세월호와 한류(비중은 좀 적었지만)가 있었습니다. 이것들은 근대의 표상이요, 결과(어쩌면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일텐데요. 두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은 뭘까요? 바로 빅(Big), 크다는 것입니다. 큰 것에 대해서 우리는 암묵적 신뢰를 보내고 있죠. 예컨대, 노트북을 사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무엇을 고민하나요?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것인가입니다. 적어도 삼성, LG 정도는 되어줘야 상품의 품질이나 AS 등에 있어 안심을 하게 되거든요. TV, 에어콘, 냉장고, 카메라, 침대 뭐 하나 안 그런 것이 있나요? 세월호가 안개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바다로 나갈 수 있었던 것 역시 큰 사이즈의 배였기 때문입니다. 그 뒤에는 청해진 해운이라는 믿을만한(?) 사업체가 있기도 했구요.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요?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크고 세면 안심을 합니다. 우리를 지켜줄 거라 생각하거든요. 국가나 민족을 맹신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중세를 넘어 근대로 넘어오면서 분명 우리에게는 다른 척도가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민족이라는 거대한 단어는 신분이며 혈통과 같은 차별적 개념을 격파하며 우리에게 다가온 듯 보입니다. 하지만, 민족은 제국주의와 같은 말입니다. 일종의 파시즘인데요.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쳐 다른 민족, 다른 인종, 다른 나라와 선을 긋습니다. 더욱 큰 덩어리의 혹은 더 높은 차원의 차별적 개념을 품게 된 것입니다. 귀화하는 사람들에게 폭언에 가까운 저주를 퍼붓는 것, 한글이 우수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김연아나 류현진을 민족의 영웅으로 만드는 것, 이것들이 다 다른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민족주의라는 이름 하에 자행되는 일임에는 똑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계몽이란 무엇일까요? 모든 구성원을 국민으로 탄생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국민이 있으려면 국가가 있어야겠죠. 국가는 국민을 지킨다는 사명이 있을텐데요. 그러려면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 힘은 바로 자본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국가와 자본은 손을 잡게 됩니다. 돈이 되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말이죠. 돈이 되지 않을 것도 돈 기계로 만들어 버리는데요. 그렇게 만들어진 돈 기계가 바로 김연아며, 류현진입니다. 세월호도 마찬가지구요. 근본적으로 들어가자면, 종교(특히 기독교)가 그렇죠. 학교, 공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대화를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당한 것은 바로 학교와 공장, 교회입니다.
 
학교는 배움의 장입니다. 참 멋지죠. 하지만, 미화된 의미 뒤에는 ‘배움의 카테고리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강압적 목소리가 내재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요. 먼저 학교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죠. 대학교 같은 경우는 대지를 넓히지 못하면 건물이라도 세우려고 합니다. 그도 안 되면 건물을 높이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확장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어떤가요? 공부는 끝이 없습니다. 이젠 학사만 따서는 어디 명함도 내밀지 못합니다. 개나 소나 다 다니는 대학이 되어버렸는걸요. 그러니 석사, 박사는 물론 유학도 다녀와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취업이 되거나 할 일이 마땅히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계속 나아갈 뿐! 계속 커질 뿐! 공장은 다른가요? 공장 또한 무한증식하고 있습니다. 처음 공장을 가동할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공장 규모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던 사람들이 공장의 리듬을 몸에 익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폭력이 동원되었을지는 상상을 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회입니다. 요즘 작은 교회 보기 힘들죠. 1907년 대부흥회 이후 우후죽순 교회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밤에 산자락에 올라 내려다보면 반은 십자가라고 우길 정도로 많았습니다. 요즘 교회가 좀 줄어든 것 같다고 하는데요. 그 작은 교회들이 큰 교회에 흡수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숫자로 승부를 보거나, 규모로 승부를 보거나 하겠다는 거죠. 이처럼 커지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커져야 힘이 생기고, 자본을 만드니까요. 그래야 국가에 이용당하며, 혹은 국가를 이용하며 기생할 수 있어서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계몽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어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큰 것에 대한 욕망은 분열증을 낳게 되는데요. 문제는 이런 분열증에는 마지노선이 없다는 것입니다. 세력을 키우고 큰돈을 갖게 되면 그 자리에서 멈출 것 같죠?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부국강병, 부국강병 노래를 불렀습니다. 한국, 어느 정도 자리 잡았습니다. (오바마가 방한할 정도인데요;;) 그렇지만 더 강해져야 한다고, 더 커져야 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욕망을 뿌리뽑지 못하면 분열증은 확대 재생산됩니다. 더 세게 말이죠! 우리는 가부장제가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큰 것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하면 가부장제는 다른 얼굴을 하고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될 겁니다. 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말이죠. 크고 강한 것은 파괴에 능합니다. 절대 생성하는 힘을 갖지 못합니다. 그 파괴하는 힘에 눌려 죽은 것처럼 살 것인지, 말 것인지는 우리가 결정할 일이겠죠.
 
마지막으로, 인간은 무엇인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국가, 민족, 자본이라는 이 어마무시한 단어에서 친근한 단어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바로 휴머니즘입니다. 사람을 중심에 놓는다는 이 아름다운 단어는 과연 아름다울까요? 이 인간 중심의 휴머니즘은 자연을 도구로 만들어버립니다. 자연과 함께 운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전제하게 되죠. 그래서 우리가 자연에 거부감을 갖게 된 것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자리인 맹골수도의 흐름을 읽지 못해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죠. 최근 들어 더욱 심해진 중국의 미세먼지도 관리를 하지 못합니다.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당한다는 것도 인간 중심적 표현이겠네요) 세월호 사건은 철저하게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안개를 탓하기에는 인간의 문제가 너무 많이 드러나기도 했구요. 배가 침몰할 위기에 있을 때,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것은 신체적으로 일어나야 할 반응입니다. 그럼에도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자기들만이 살 궁리를 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까지 했습니다. 구조를 하지 않겠다는 신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다만, 선장의 신체성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던 거겠죠. 선장 뿐이 아닙니다. 구조 신청을 받은 해경이나 이 일을 처리하는 국가 모두 현장을 벗어난 액션을 취했습니다. 스펙 문화에 길들여진 우리는 몸을 움직여야 할 때도, 문서를 쓰는 신체성을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월호는 막대한 자본으로 둘러싼 배였습니다. (알고 보니 그랬습니다) 상표권, 특허권으로 쓰인 돈만 500억이 넘는다고 하는데, 훈련비로 쓴 돈은 한 달에 50만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선장은 이전에도 사고를 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습관을 바꾸지 못한 거죠. 습관을 바꾸지 못하면 운명을 바꾸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결국 그는 아이들 목숨값을 감옥에서 치루게 될 겁니다. 이와 같은 파시즘적 욕망으로는 절대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없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슬픔과 분노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진짜 슬프다면, 진짜 분노가 일어난다면 이전처럼 살지 않는 것이 운명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근대를 중세 다음에 온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근대를 계보학적 관점에서 탐색하면,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란 것을 알게 됩니다. 중세 후기에서 근대로의 추동력을 찾아내고, 역사가 연속된다는 걸 증명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진화론의 산물인 것입니다. 근대를 탐색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나’를 시대적 표상으로 보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세월호 사건 속에 ‘나’를 대입해봐야 할 것입니다. 나는 과연,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하고 말입니다. 내 습관이 세월호의 운명을 바꾸지 못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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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간이 끼면서, 순서에 혼란이 생겼었네요. ^^; 늦었지만 올려봅니다.
 
 
 
댓글목록

천천히님의 댓글

천천히 작성일

꼼꼼한 후기 잘 읽었고요, 순서의 혼란을 정리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단주님의 댓글

단주 작성일

찬찬히 작성해 주시어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필벽성옥님의 댓글

필벽성옥 작성일

생각통님의 후기 애독자입니다. 반갑습니다. 술술~~ 쏙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