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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후기 - 외모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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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생각통 작성일14-09-05 18:41 조회2,8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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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성샘 강의를 들으면서 작년 동의보감 공부 시작할 때 생각이 났다. 이유는, 시성샘이 던진 질문 때문이었다. 왜 내경과 외형일까? 내경/외경 혹은 내형/외형으로 라임을 맞추는 게 상식적(?)인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본 것이다. 더불어 외형에만 서론이 없는 것은 왜인지, 외형의 순서를 머리(頭)부터 항문(後陰)으로 끝낸 이유는 무엇인지 질문했다. 작년 도담샘께서는 공부를 더 하면 질문이 깊어질 거라고 하셨다. 하지만, 시간의 문제만은 아니었나 보다. (아마도.. 원인은 여전히 받아먹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일 거다.^^;) 이 강의록을 통해서 여전히 일차원적인 질문밖에 떠오르지 않는 내 상태를 점검하게 된 것 같다. 사소한 것 같지만 깊은 질문들이 공부의 물꼬를 틔어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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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을 이야기하면서 내경을 살피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몸 안의 운동성이 외모라는 그릇에 담기기 때문이다. 안의 활발한 생명력과 밖의 견고한 그릇은 곧 음양의 조화를 나타낸다. 양의 운동을 담는 음의 그릇이기 때문이다. 우주는 태역-태초-태시-태소의 순서대로 생겼는데, 태역과 태초는 기(氣)의 생성을 나타내는데, 기가 생긴 후에야 모양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게 모양이 생긴 것이 바로 태시 되겠다. 모양이 생긴 후에는 질병이 생기는데 그것이 바로 태소이다. 예를 들자면, 감이당에는 장기 프로젝트로 공부하는 그룹들이 있다. 1학년, 2학년, 포스트감성, 수성, 목성 등이 그것인데, 각기 다양한 사람들이 그룹지어져 있다. 그 다양한 사람들이 그룹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1학년 다르고 2학년이 다른 것, 수성 다르고 목성 다른 것은, 다양한 운동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충합의 결과들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룹들이 가진 문제(병증)도 다르다. 어떤 그룹은 화합이 되지 않을 수 있고, 어떤 그룹은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안과 밖은 서로 거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1) 동의보감에서 내경은 몸 안의 풍경을 나타내는 것이고, 외형은 몸의 구체적인 모양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름을 달리 붙인 것이다. 강의에 따르면 허준은 의학자이기에 앞서 문장가였다. 문장의 핵심은 명료함이다. 그래야 문장이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정확한 단어를 선택해서 쓰는 것도 공부의 중요한 태도라는 것) 라임 맞추겠다고 의미에 맞지 않는 제목을 붙이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어서 (2) 외형의 서론이 왜 없는가에 대한 대답은 이미 나온 것 같다. 몸 안의 풍경이 그대로 밖의 모양이 된다고 생각한 것, 이미 내경의 서론에 외형의 서론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겠다. 마지막 질문, (3) 왜 머리에서 다리가 아니라 항문으로 끝나는가? 내경에서 손진인은 ‘머리는 둥글어’로 시작해 ‘대변’에 대한 멘트로 말을 끝냈다. 이에 짝을 맞춘다는 의미에서 머리부터 항문으로 끝냈다고 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역설적이지만, 짝을 맞추는 동시에 이와 같은 대칭적 사유를 뒤집는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이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이 몸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허준의 질문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칭적 사유가 몸에 배어 있다. 하늘-땅, 천지-만물, 안-밖, 음-양 등등. 하지만 이것은 정녕 구분할 수 있는 것인가? 목차가 전제하고 있는 논리를 따라가면 나의 생리와 연결된 모든 것은 내경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천지와 나는 한 몸이 되는 것! 안과 밖은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다. 어떻게 정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안팎은 다시 만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내경과 외형의 경계는 단숨에 허물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내경에 ‘충’이 속하는 것에 의아해했다. 하지만, 과학 텍스트를 통해 우리 몸에 수많은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단지 살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역할들을 하고 있다. 그것을 내 몸이라 불러야 하는가, 내 몸 안의 타자라 불러야 하는가. 요즘 유행하는 노래 가사처럼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라 불러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모호한 경계가 바로 허준의 의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안과 밖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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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의 중요성은 곧 색의 중요성이기도 하다. 양기가 부족하면 얼굴색이 희다. 섹시의 아이콘인 현아의 얼굴빛이;;
 
본격적으로 머리와 얼굴에 대한 공부를 했다. 외형에서 머리와 얼굴은 모든 양의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고 해서 제양지회(諸陽之會)라고 불린다. 뇌는 신(神)이 거처하는 곳이다. 그리고 심(心)은 그 신(神)을 운용하는 주체다.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의 근원이 되는 곳이 머리지만, 그것을 운전하는 것은 심(心), 곧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마음을 바꾸면 신(神)이 바뀌고, 신(神)이 바뀌면 정(精)이 바뀐다고 할 수 있다. 머리병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두통이다. 원인은 담화(痰火)가 주요 원인이다. 머리로 풍이 들어가 생기는 두풍, 담화에 의해 생기는 어지럼증인 현훈, 폐에 풍열이 들어 생기는 비듬도 모두 머리병에 속한다.
 
그리고 얼굴! 동의보감에서 얼굴은 하나의 마을처럼 묘사된다. 이렇게 구획화한 이유는 망진을 위해서다. 이마는 천정으로 심에 속하고, 턱은 지각으로 신에 속한다. 코는 얼굴 중앙에 있어 비에 속하고, 왼쪽 뺨은 간에 속하며, 오른쪽 뺨은 폐에 속한다. 이것이 오장에 해당하는 부위이다. 그 색을 살펴 병을 분별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색(色)! 색과 안색은 동의어다. 이는 어떤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 선호하는 얼굴색은 복숭아빛이 나면서 윤기가 흐르고 빛이 나는 얼굴이다. 이런 얼굴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어딘가에 이상이 있는 얼굴로 그려진다.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에 따라 병증을 진단할 수 있다. 그러니까 얼굴이란 자신의 오장육부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자 몸 안의 정치적 상태를 표현하는 곳이다. 요소들이 모여서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곳이 아니라 마을을 이뤄서 색과 표정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얼굴의 표정을 바꾸라는 말은 내 몸의 정치(관계맺는 방식)를 바꾸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는 것이다.
 
외형하면 떠오르는 것은 ‘외모’다. 외모가 좋다는 것은 예쁘고 잘생겼다는 것이 아니라 기운이 좋다, 혹은 생기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합하겠다. 외모는 곧 우리 안의 표현이다. 외모는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삶에서 어떤 운동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표현이다. 무엇을 먹고 있는지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고! 그러니 거울 앞에 서 보자. 내 얼굴은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가만히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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