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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 1학기 1주차 수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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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승현 작성일24-02-18 14:35 조회136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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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 1학기 첫 수업이 있었습니다. 감격^^ 낭송으로 연 후에, <증여론>과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를 공부했습니다.


<증여론>

‘인류학’ 하면 떠오르는 오선민 선생님께서 수업을 해주셨습니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


인류학은 민속학과 다르다

일단, 인류학이 다루는 시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6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을 하고요.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에렉투스가 활동했던 3만 년 이후를 집중적으로 탐구합니다. 뭔가 존재의 스케일이 확~ 커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가 길어서 생략하고요) 

인류학과 민속학을 비교하는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인류학, 민속학 모두 사고 대상은 같은데, 접근 방식에 따라 나뉜다는 것입니다. 민속학은 ‘발견한 물건’의 역사를 따져 묻습니다. 여기가 어떤 나라이길래, 어떤 전쟁이 있었길래 등 ‘이 물건이 어쩌다 여기에서 발견되었지?’라는 질문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찾아내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민속학은 역사로 귀결된다고 합니다. 반면, 인류학은 이 물건이 나온 심층적 이유를 따지고 들어갑니다. 개별적 차이를 입구로 해서 심층에 들어갔다 나오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인류학에는 정신분석, 심리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철학적 논의로 바로 뛰어들 수도 있고요. 민속학이 직선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이라면, 인류학적 사고는 자유롭게 운동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류학은 사고훈련이다

인류학은 풍경, 박물, 나라고 하는 세 가지를 종합하는 사고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①풍경의 단계에서는 자연이나 우주 등을 떠올릴 수 있지요. 땅 속에 힘을 통해 땅의 모양이 형성되고, 동식물의 간섭을 통해서 그 모양이 또 바뀌기도 하죠. 풍경이라는 것은 인간이 인간만 보고 살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②박물인데요. 박물은 ‘사람이 만든 무언가’를 보는 것입니다. 주먹도끼를 만들어서 썼구나. 부장품으로 이런 것을 만들었구나…하고요. 그 물건을 통해 비슷한 점, 다른 점을 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③나입니다. 내가 풍경을 보고, 물건을 보며 생각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에 감발을 받는지 보는 작업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를 통해 ‘나는 어디쯤에 있나’를 볼 수 있어요. 보통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파고들어가는 작업은 많이 하잖아요. 자연이나 물건을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통해 ‘내 위치’를 가늠한다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증여론, 이렇게 읽어라

증여론은 ‘준다’를 개념어로 쓴 책입니다. 와! 이것이 인류학을 읽는 가장 큰 재미라고 하십니다. 이 개념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구체적으로 나올 것 같고요. 오늘 기초로 잡고 간 부분은 ‘물신화’에 대한 부분이에요. 물신화라는 것은, 예를 들어 우리가 컵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컵 자체를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고요. 샤넬가방은 가방일 뿐인데, 브랜드 자체가 힘을 가지게 된 것도 물신화라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을 인류학에서는 ‘압력을 받는다’라고 표현합니다. 압력을 계속 받으면 변형이 일어나게 되죠. 물신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반복되면, 관계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이 억압됩니다. 그래서 관계적으로 사고하던 방식이 삐죽삐죽 삐져나오게 된다고 하는데, 프로이트를 떠올리게 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이 하는 행동에는, 근원적 차원에서 작용하는 힘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같은 것이 뚜껑이 되어 계속 누르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뚜껑을 없애자고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뚜껑 없이는 살 수 없어요. 사회나 문화가 구성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근원적 사고능력과 뚜껑 사이에서 어떤 관계를 맺을지가 중요해집니다. 우리는 뚜껑이 어떤 성격을 가졌든 눌리게 되어 있습니다. 즉 더 좋은 뚜껑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멍을 열어놓는 일입니다. 그 구멍이 ‘예술’이라고 주장한 신이치가 있고요. 그것이 ‘동화’라고 주장한 오선민샘이 계십니다. 우리도 1년 동안 찾아보는 걸로. ^^ 

모스는 북서 아메리카 해안에 살았던 인디언 부족들의 경제 시스템을 연구했습니다. 그들의 경제 시스템이 그들의 어떤 정식적 시스템의 표현 혹은 반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① 증여의 주체는 ‘개인’이 아니다. ② 주고받는 것에는 ‘물건’만 있지 않다. ③ 선물의 형식을 취한다. 하지만 의무다. 이 세 가지를 기억하면서 증여론을 읽어나가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

수성의 세미나는 모두 렉처세미나로 진행됩니다. 발제문을 써서 읽는 것이 아니고요. 말하기 형식으로 (거의 외워서) 발제를 하는 것이죠. 물론, 중간중간 페이퍼를 봐도 괜찮습니다. ㅎ 밀도있게 세미나를 준비하게 만드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시스템과 제도가 바뀌었는데, 왜 인간은 자유로워지지 않는가. 노동조합이 합법화되었지만 노동자는 지성의 해방과는 거리가 멀고, 전교조가 합법화되었지만 교육민주화는 학생들을 더 나약하게 만들었다. 여성의 사회적 권리는 향상되었지만 여성은 성형과 쇼핑과 연애 중독에 빠지고, 민주주의가 이루어졌지만 일상은 축제가 되지 않는다. 왜? 정치건 경제건 핵심은 삶이다. 그런데 정치는 곧 경제학이 되어 버렸다. 모든 관심이 성장과 복지에만 쏠려 있는 것. 이렇게 ‘삶’이 빠진 정치경제학적 담론에 고통받는 것은 우리의 ‘몸’이다. 몸을 소외시키지 않으려면 몸을 통해 생명을, 생명을 통해 우주의 원리를 엿보고, 그것을 힌트 삼아 정치경제학의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보돈>은 출항했습니다.


직선적 세계관, 즉 혁명과 기계를 통해 유토피아에 이를 수 있다고 믿었지만, 결과는 디스토피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직선적 세계관은 우리 몸을 소외시키는데요. 그 결과 우리는 ‘상화’의 패턴을 일반화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상화가 잉여의 불이듯, 문명 또한 소유와 축적, 잉여와 착취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자본주의, 사회주의가 다르지 않습니다. 자본주의는 설탕과 아편, 총균쇠, 공장시스템 그리고 열정과 꿈, 낭만과 에로스 등을 원료로 굴러갑니다. 사회주의 혁명 투사나 노동 영웅들 역시 워크홀릭 상태로 일하다 대부분 과로사했지요. 하지만 이 직선적 세계관에서는 출구가 없습니다. 선에서 역으로, 입자에서 파동으로 존재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책에서는 사주명리를 통해 주체가 아닌 생명주권자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우주적 관계망에서는 ‘잘 흘러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 산다는 것은 잘 흘러가고 있는가가 핵심입니다. 


세미나 중에 많은 주제를 다뤘습니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자기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들도 많이 나왔는데, 흥미로웠습니다. 최근에 인도여행을 다녀온 샘께서는 인도 분위기 역시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자본이 들어오면서, 성지도 관광지화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고요. 자본주의의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고요. 더불어 자본주의 영향으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 그러니까 스펙, 불안, 불면, 단맛에 대한 집착 등에 대해서도 토론했습니다. 앞으로, 더 치밀하게 지금의 현실과 연결하며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끝)

 

댓글목록

진혜린님의 댓글

진혜린 작성일

지난 시간에 뭘 배우고 얘기 나눴는지 가물가물해질 뻔 했는데, 승연샘이 핵심을 짚어 가며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니 장면 장면 기억이 다시 떠오릅니다.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