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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글쓰기수업 1주차 후기-진화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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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후 작성일15-05-15 09:38 조회2,947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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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란 무엇인가’/ 에른스트 마이어/ 근영샘 강의


이 책은 100살이 넘게 살며 명확하고 강력한 논지로 글을 썼던 한 진화학자가 90대에 진화에 대해 내놓은 진지하고 무거운 책이다. 마이어는 현재 진화론의 주류인 신다윈주의의 핵심적인 학자인데, 그는 자신의 의견과는 상충하는 의견들도 충분히 소개하는 정직한 학자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이어의 다윈주의의 핵심인 다섯 가지를 정리한다.(178쪽)

1. 종의 비균일성(진화의 기초이론) - 개체군 사고와 변이성

2. 모든 생물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유래(분기진화)

3. 진화의 점진성(도약 진화 부정, 불연속 부정)

4. 종의 증가(다양성의 기원)

5. 자연선택

 

진화론은 불변하는 물리법칙의 세계와는 달리 시간과 역사 속에서 생명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는 학문이다. 우리는 불변하고 순수하고 단일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삶은 늘 변하고 흘러간다. 또, 고전으로 남아있는 책을 생각해보아도 시대와 맥락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어야 계속 읽힐 수 있다. 불변하는 게 영원한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게 영원한 것이다.


물리법칙 중 시간성을 내포한 유일한 법칙인 엔트로피의 법칙은 세상은 늘 무질서해지는 방향으로 흐른다고 한다. 즉 시간이 흘러가면 모든 것은 질서를 만들어 낼 수 없는 죽음을 향해 간다. 그런데 생명을 보면 정반대이다. 시간이 가면서 새로운 생명이 계속 탄생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 계가 닫혀있지 않고, 외부에서 에너지를 끊임없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자가 섞이면 무질서해진다고 생각하고 순수한 나를 지키려고 하지만, 과학은 타자의 힘을 받아야만 내 안에 질서를 증가시킬 수 있음을 증명한다. 또, 무질서해진다는 것은 차이가 없어져서 더 이상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평형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즉 작동할 수 있기 위해서는 차이를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오직 외부세계, 즉 타자와 접속할 때만 가능하다. 닫힌계는 시간이 갈수록 무질서해지고, 평형상태가 되어간다는 것을 잊지 말자.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탐사하며 생명에 정해진 모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새로운 것이 발생한다는 직관을 얻었다. 다윈의 위대성은 이 직관을 신이 그렇게 만든 것이란 외부의 원인이 아닌, 자연자체가 그렇게 선택을 한다는 내부의 원인으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그가 주장한 진화는 “변이를 수반한 유전”이다. 다시 말하면 ‘차이와 변화’(변이)를 가진 ‘연속성’(유전)이라는 것이다. 자손을 보는 관점이 ‘부모와 비슷한 것이 태어난다’가 아니라 ‘부모와 다른 것이 태어난다’이다. 이를 ‘향상진화’라고 한다. 향상은 점점 좋아진다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다 아주 다른 것들이 생기는 것, 가지가 갈라지는 것이 ‘분기진화’이다. 창조론은 신이 모든 것을 창조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같은 것 안에서의 소진화는 인정하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분기진화’는 인정하지 않는다.


분기진화는 화석만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 이는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넘어가는 점진적인 과정을 다 화석으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대로 여러 종 사이에 공통의 조상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종간 장벽이 없고, 한 조상에서 다른 종들이 분기했음이 증명된다. 이런 공통유래의 증거는 형태학적 유사성과 발생학에서 발견된다. 상동기관은 겉으로 보이는 형태와 기능은 다르지만 속 구조는 같다. 예를 들어 박쥐의 날개는 새나 잠자리의 날개와는 전혀 다르고 오히려 고래의 지느러미나 동물의 앞발과 같다. 발생학에서는 서로 관계있는 동물들의 배아상태가 성체상태보다 유사하다는 것(개, 소, 쥐, 파충류, 어류 배아 초기 비슷)과 개체발생과정에서 이미 소멸된 형질이 배아의 발달 단계의 특정 시점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발생반복, 수염고래 이빨 배아단계에서 나타났다 없어짐) 공통유래의 증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발생학은 오히려 현재 신다윈주의를 위협하는 최전선에 있다.


생명이 공통유래를 가진다면 매우 단순한 생명체에서 시작을 했을텐데 이렇게 다양한 생명들이 존재할 수 있게 된 방식을 살펴보자. 우선 생물들이 환경에 적응한다는 수동적인 사고방식을 버리자. 지구에 원래 산소가 많아서 우리가 산소호흡으로 적응을 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먼 조상인 시아노박테리아가 산소를 만들어내는 생명활동을 해서 산소가 많아진 것이다. 환경과 생명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 영향을 미치는 일방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는 것처럼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 또 생명들끼리도 서로 분리되어 닫힌계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만나 새로운 몸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다양성을 증가시켰다. 핵이 없었던 원핵생물이 핵이 있는 진핵생물로 변한 이유를 공생설로 설명한다. 먹었는데 소화시키지 못한 것이 함께 살게 되면서 자신을 구획하는 방을 정하는 것이 DNA를 둘러싼 핵이 되었다고 보기도 하고, 반대로 보면 병원균이 다른 것에 침투했다가 완전히 죽이지 못하고 같이 살아야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자신의 경계를 짓는 핵을 만들어냈다고도 본다. 둘 다 서로 다른 신체들이 합해져서 하나의 새로운 신체를 형성하며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서구 과학자들은 개체와 개체는 배타적이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체가 열린계로서 공생적으로 살아간다는 공생의 개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앞의 발생학으로 돌아가서, 배아단계에서 성체에서 필요 없는 것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것을 신기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역시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기인한다. 서구과학의 중요한 전제는 ‘경제적 효율성’이기 때문에 뭐든지 교환적인 관계로 설명하려고 한다. 생명에서는 잉여적이고 비경제적, 비효율적인 현상들이 너무나 많다. 서구과학은 필요도 없는데 일어나는 자연의 일들을 해석하기 힘들어한다. 우리 유전자도 대부분이 비부호화된 DNA(noncoding DNA)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몸은 형질로 발현되지 않는 97%의 유전자로 이루어져 있고, 우주는 보이지 않는 96%의 암흑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4%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96%가 반드시 필요하다. 생명은 그 잉여적인 것들(의미 없다고 말하는 것들)이 있어야 의미하는 세계도 나온다.


수업 진행 순서

1,2주 - 진화란 무엇인가 (1,2부/3,4부)

3,4,5,6주 - 여덟 마리 새끼 돼지 (1,2부/3,4부/5,6부/7,8부)

7,8주- 3중 나선(1/2), 에세이 프로포잘 발표(1~4조/5~7조)

 

댓글목록

태정님의 댓글

태정 작성일

겅의 들을때 보다 더 이해하기 좋도록 후기 쓰셨네요. 앞으로 글 쓰시는데 많은 발전이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수진님의 댓글

수진 작성일

깔끔한 정리 굿이예요
뭔가 이해가되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