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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 3학기 5주차 후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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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基 작성일15-08-27 17:28 조회2,977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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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쓰기 수업(신채호의 [꿈하늘], [용과 용의 대격전]/길진숙 샘)

 

신채호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총독부를 향해 허리를 꼿꼿이 세워 세수를 한다거나, 만주벌판을 직접 답사하며 조선상고사를 집필하는 모습들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말년 ‘아나키스트’로 활동했던 신채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진보적 진영에서조차 폭력과 전복을 말하던 신채호를 부담스러워 한 까닭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채호의 작품을 읽을 때는 작품보다 작가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작가가 소설에서 자신의 의도를 너무 대놓고 말하고 있으니, 차라리 작가를 이해하는 편이 훨씬 편하기 때문입니다. 신채호 소설 속에 암시? 숨은 의도? 그런거 좀체 없습니다. [꿈하늘], [용과 용의 대격전]만 해도 노골적으로 ‘애국하라’, ‘민중이여 깨어나라’고 외칩니다. 너무 직설적이라 읽는 내내 훈계 듣는 아이마냥 마음이 불편합니다. 길샘은 그 이유를 신채호가 소설을 국민들을 계몽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십니다. 신채호는 민중을 행동하도록 ‘격분시키’는 수단으로 ‘소설’을 택했다는 뜻입니다. 비단 신채호 뿐만 아니라 20세기 초반 조선의 필자들은 대부분 이런 ‘애국계몽적’ 글쓰기를 했다고 합니다. 길샘은 그 시대가 그런 글쓰기를 필요로 한 것은 아닌가 말씀하십니다. 그만큼 절박했는가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지점이었습니다.

 

덕분에 작품의 의도를 파악하기는 쉽습니다. [꿈하늘]은 신채호가 망명중인 1916년에 쓴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한놈이 을지문덕, 강감찬, 님등을 만나며 애국하는 도를 깨쳐갑니다. 작품에 의하면 인간 세상은 ‘싸움’의 세상이며 그 싸움의 결과는 천상에서도 반복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승리해야 하는 처절한 세상이지요. 식민지 치하의 조선인들은 애국을 통해 승리의 길을 모색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그 ‘애국의 길’은 어찌나 절박한지 사랑과 양립하는 것조차 불가능합니다. 오로지 나라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라는 외침은 가족들과의 인연조차 끊었던 신채호의 절박한 호소인 듯도 합니다.

 

[용과 용의 대격전]은 [꿈하늘]보다 10여년 후에 쓰여진 작품입니다. 그 당시 이미 아나키즘에 깊이 빠져있던 신채호는 기존의 ‘애국’의 길을 버리고 세계민중들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작품에서 새로운 혁명 전사로 등장하는 것은 드래곤입니다. 드래곤은 기존 질서를 매우 폭력적 방법으로 해체합니다. 심지어 공자와 석가는 ‘공자놈’과 ‘석가놈’이 되어 민중을 속이는 마취제라 폭로되고 , 서양의 야소(예수)는 아예 부활하지 못하도록 참살됩니다.  신채호는  ‘제도적 폭력’에 맞설 수 있는 약자의 힘을 오직 ‘자연적 폭력’ 즉 무장 봉기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질서는 그 자연적 폭력마저 사라져 완벽히 해체될 때 완성됩니다. 그래서 드래곤은 실체가 없는 0으로 표현됩니다. 길샘은 폭력의 주체로 선다는 것은 힘을 행사하는 주체가 아니라 자신을 해체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라 하십니다. 철저히 무로 돌아갈 각오로 투쟁하는 전사의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2. 독송수업(보화환/김주란 샘)

    

무엇이든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인 것을 없애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죠. 보화환은 오랫동안 서서히 쌓여 온 적취를 삭혀 내보내는 약재입니다. 상당 기간동안 헛배가 부르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더부룩한 증세가 계속된다면 이 ‘적취’를 의심해볼만 합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적에는 식적(食積), 주적(酒積), 면적(麵積), 육적(肉積), 어해적(魚蟹積), 과채적(果菜積), 차(茶)적, 수(水)적, 혈(血)적, 충(虫)적 등이 있습니다. 즉 술이나 고기 면 등을 먹고 조금씩 쌓인 것들이 ‘적(積)'이 되어 탈을 일으킨 것이죠. 이처럼 오랫동안 쌓인 적은 한꺼번에 없앨 수 없습니다. 정기를 상하지 않게 적취를 살살 달래 녹여 없애는 방책이 바로 보화환입니다.

보화환에는 산사, 신곡, 나복자가 군약과 신약으로 쓰입니다. 산사는 새콤달콤한 맛의 과실로 기름진 육적을 삭입니다. 신곡은 약누룩을 말하는데 효소 덩어리인지라 적에 매우 효과적이고 특히 술로 인한 적취에 탁월합니다. 나복자는 무씨인데 밀가루로 생긴 적취를 내리는 효능이 있습니다.

그밖에 보화환에는 반하, 진피, 복령, 연교 등이 첨가되는 데 복용할 때 진하게 다린 맥아(麥芽)차와 함께 마십니다.

 

3. 의역학 수업(몸 철학자 이제마/장금샘)

      

이제 동의보감을 넘어 「동의수세보원」으로 갑니다. 우리에게 사상의학으로 널리 알려진 이제마는 의외로 우리와 매우 가까운 시대에 살았습니다. 그가 죽은 해가 1900년이니 현재 글쓰기 수업에서 관통하고 있는 ‘근대’와 이제마는 같은 코드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제마가 45세에 원산항에서 일본 순사와 나눈 6일간의 대담이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당시 조선인들이 얼마나 세계정세에 어두웠는지 서양 문명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마는 ‘에라~ 나는 모르겠다’며 뒤돌아서지 않습니다. 일본순사에게 묻고 또 물은 후 이제마는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개혁이니 쇄국이니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무사였던 이제마는 천근을 너끈히 들 수 있는 장사(壯士)였고 미래를 내다보는 직관이 탁월했다고 합니다. 그는 평생 세권의 책을 쓰는 데, 하나가 앞으로 배우게 될 「동의수세보원」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 수양에 관련된 「격치고」, 마지막 하나는 이제마가 평소에 썼던 여러 글들을 모아놓은 「동무유고」입니다. 그중 의학과 철학을 대표하는 책이 각각 「동의수세보원」과 「격치고」입니다 . 이제마는 만병의 원인은 마음에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마음을 ‘빠르게 돌아봄’으로써 욕망을 조절하는 것이 몸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유일한 방편이라 말합니다. 아마 이제마는 욕망을 부추겨 자기를 증식시키는 ‘근대화’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던 듯 합니다. 그렇기에 그는 삶의 원칙을 지키며 이 혼란한 세상을 꿋꿋이 헤쳐 나가라 말합니다. 장금샘의 표현에 의하면 “나는 등촉이고 반딧불이다. 아무리 미미한 빛일지라도 태양이 천하를 비추듯 내 소명을 다해야한다.”고 이제마는 외치고 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이런 철학을 가진 이제마가 집필한 「동의수세보원」을 본격적으로 탐구합니다. 낯설고 생소했던 근대가 이렇게 문학과 의학으로 우리에게 손을 내미네요. 갈수록 빠져들게 되는 그 세계 속에 다음 주에도 빠져보렵니다. 다들 다음 주에 뵈어요.../


 


댓글목록

이소룡님의 댓글

이소룡 작성일

오매~ 맛깔스럽게도 정리해주시네(^ 3^) 복습이 안 될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