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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6주차 글쓰기 수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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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달개비 작성일16-03-28 15:18 조회2,222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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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교시-열하일기문성환 선생님
지난주 책을 읽지 못한 상태에서 조별토론과 수업에 참가하였다. 조별토론시간,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책을 읽지 못하고 온 조원들이 꽤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면서 각 조의 질문내용을 체크하셨는데 음....텍스트와의 접속이 어려웠다는 의견도 있었고, 목욕은 제대로 했는지 궁금하다는 등 기발한(?) 질문도 나왔다ㅋㅋ 문샘께서는 한참을 어이없어 하시다가 텍스트에 접속하지 못한 우리들을 위해 친절하고 열띤 강의를 해주셨다.
 
* 자기 스타일이 있는 글-연암의 여행기
1. 열하일기가 탄생할 수 있었던 조선후기에 대한 배경 이해
사회, 경제가 안정됨으로써 다양한 사유, 여러 소리들이 흘러넘칠 수 있었다. 문물이나 제도, 소식의 도입으로 새로운 문명에 대해 수용, 해석할 수 있는 여지 많아지고 공유할 수 있는 지각이 만들어졌으니 북학파도 그중 하나다.
 
2. 조선후기 지식인들의 글쓰기이해
남인(도덕적으로 더 긴장하면서 살게 됨. 보수적, 경건, 굳어있음)에 비해 노론쪽 지식인들은 오히려 지배 이데올로기에 더 가까움으로써 이것저것 해볼 수 있었고 열심히 딴짓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연암은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는 지대를 만들 수 있었다. 연암 같은 유연한 글쓰기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3. 연행팀은 어떻게 이루어졌고 그 일정은?
300여명의 수행인원과 짐, 행정업무, 장장 5개월에 걸친 빡센 일정...어머어마한 규모다. 목적지가 정해지고 목적지에 도착함으로써 여행이 시작되는 우리의 여행과는 달리 연암의 열하일기는 목적지에 이르는 길 마디마디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건, 제도, 문물 등 모든 낯선 것들과의 만남과 이질적인 존재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채워진다. 이는 건강한 신체였기에 가능했다.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그 험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고 밤새 낯선 이들과 낯선 언어로 소통할 수 있었고 또 기록할 수 있었다. 여행은 의미있는 공간에 가서 인증샷 찍고 기념비적인 영광을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길 위에서 매 순간 낯선 나와 대면하는 것이다.
 
4. 이질성과 차이-텍스트를 읽는 포인트
 
자네, 길을 아는가?
길이란 알기 어려운 게 아니야. 바로 저편 언덕에 있거든.
이 강은 바로 저들과 우리 사이에 경계를 만드는 곳일세. 언덕에 아니면 곧 물이란 말이지. 사람의 윤리와 만물의 법칙 또한 저 물가 언덕과 같다네. 길이란 다른 데서 찾을 게 아니라 바로 이 사이에 있는 것이지. (p.47-48)
 
지금 이 순간 내가 서 있는 이편을 떠나 저편으로 가는 것 그게 길이다, 라고 연암은 말한다. 나를 확인하는 여정이 아니라 다른 나의 공간을 찾는 것, 그것은 길 위에서 낯선 사람들의 일상, 제도, 복식, , 먹을 것 등과 만나 매번 깨우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깨우침은 지금 고정된 것에 머물지 않고 다른 것이 들어왔을 때 변통할 수 있는 유연함에서 나온다.
 
문샘께서는 금생에 한번 읽을까말까 한 다시 없이 좋은 기회인데 왜 열하일기를 읽지 않느냐, 어떻게 재미없다고 할 수 있느냐, 어떻게 읽어야 된다는 틀은 없지만 적어도 재미없다는 말에는 참을 수 없다고 하시면서 왜 열하일기를 읽어야 하는지 두 시간 내내 협박 아닌 협박(?)을 하셨다. 이제 드디어 상권 읽기를 마치고 후기를 올린다. 어쨌든 난 금생에서 해야 할 귀한 기회 반은 잡은 셈이다^^
 
 
*騷壇赤幟引-연암집에서
조선 최고의 문장가 연암이 말하는 문장론이다. 제목중 소단적치는 연암의 처남이자 절친 이재성의 책으로 과거시험에 급제한 명문장들을 엮어놓은 책이고, 연암이 이에 이끄는 글()’을 써준 것이다. ‘騷壇은 지금말로 하면 문단이라는 뜻이고 赤幟는 붉은색 깃발, 장수의 깃발을 뜻한다. '글쓰기'와 '병법'이라는 두 가지 코드로 문장을 짓는 정수에 대해 적은 글로서, 연암이 얼마나 문장을 가지고 놀았던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좋은 문장이다. 번역문으로도 그 비유의 적절함을 느낄 수 있지만 한문문장으로 읽으면 연암 글의 맛을 조금이라도 더 맛볼 수 있다.
 
善爲文者, 其知兵乎.” 글을 잘 하는 자는 군사 운용법을 잘 아는 자가 아닐까?
요즘말로 바꾸면 육군참모총장은 글쓰기의 달인일까?’라는 말이지 말입니다^^ 연암은 글쓰기와 병법이라는 이질적인 두 개의 단어를 첫 문장으로 가져와 기존의 통념을 딱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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題目者, 敵國也제목은 적국이고
, 이게 그거였구나. 작년 에세이 발표때 문샘께서 제목을 작게 잡아라, 제목은 극복, 장악, 적시해야 할 대상이다, 라고 하시면서 인용하셨던 말씀이! 이렇게 그 원문을 만나니 반가웠다. 제목을 통해 글을 장악하고 있는가? 전체의 내용을 틀어쥐고 있는가? 휘어잡고 무너뜨리고 있는가? 나타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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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소단적치인문장 안에서 연암 글이 왜 훌륭한지, 비유의 효율이 얼마나 높은지 설명해 주셨다.
 
 
댓글목록

용재법사님의 댓글

용재법사 작성일

저야말로 7전 8기는 아니지만 몇년에 걸쳐, 이제사 열하일기의 재미를 알게되는 기쁨을 누렸다는 거! 저도 그 귀한 인연을 잡은 듯합니다.^^
'제목은 적국이다'라는 글. 전쟁에서 적을 적란하게 알고 병법에 능통한 자같이 적을 장악하는 자라면 그 전쟁은 이기겠지요.
전쟁처럼 이기고 지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에세이를 쓸 때 이와 같이 한다면 참 좋겠지 말입니다~ㅎㅎ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는데 왜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을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