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화성] 4학기 1주차 후기 > 화요 감이당 대중지성

화요 감이당 대중지성

홈 > Tg스쿨 > 화요 감이당 대중지성

서브배너_화성.png

[2023 화성] 4학기 1주차 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승화니 작성일23-10-21 18:13 조회96회 댓글1건

본문

 

 

4학기 첫 수업은 베르그손의 『물질과 기억』이다. 

채운 선생님에 대하여 "천재다." "꼭 들어봐야 한다."와 같은 사전 정보는 기대심을 키웠고 책을 완독하고 첫 수업을 참가하는 것으로 기대에 부응하고자 다짐했다. 정말 다짐만 했다. 어찌, 세상이 내 뜻대로 되던가 말이다. 빛보다도 더 빠르고 정확했던 yes24는 엉뚱한 책 한 권 주문의 실수로 10일이 넘게 걸렸고 1장도 다 읽지 못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오랜만에 만난 학인들은 더위에서 쌀쌀해진 날씨로 바뀐 만큼이나 왠지 분위기가 바뀐듯했고 나 또한 공무원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고 했다. ㅎ ㅎ 무튼, 그렇게 채운 선생님의 조단 조단한 강의로 4학기 첫 수업은 시작되었다.

 

1,2학기에 만난 스피노자, 그리고 3학기에 니체 그리고 베르그손. 채운 선생님은 구체적 경험으로부터 예를 들어주며 사유해 가는 베르그손이 두 철학자보다 친절하다고 했다. 하지만 예로만 이해하려는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것이 단점이라고 했다. 여기서, 내가 놓치고 있었던 나의 글쓰기 습관이 드러났다. (예를 과도하게 들어 주객이 전도된) 이번 에세이는 그 함정에 빠지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관념론과 실재론(유물론) 그리고 의식과 인식. 그동안 알듯 말듯 한 개념을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시면서 "세상의 본질은 지속이다."라고 하셨다. 오마이가스레인지. 이때부터 베르그손이 나와 궁합이 맞는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최근 꽂힌 문장이라 강의에도, 글에서 사용했던 문장이었다. 그리고 지속은 곧 변화라 생각했는데 이 또한 말씀하셨다. 왠지 감이당에서 2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이해불가였던 공부가 이제는 여기저기 이곳저곳에서 연결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이것이 공부의 재미일까? 무튼, 초 집중이다. 

 

우리는 열심히 졸다 내려야 할 정거장 앞두고 잠에서 깨는 경험을 많이 한다. 이것은 정신과 기억 그리고 의식과 인식에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질문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 놓치고 말았다. 다음 주제는 자유였다. 창조가 자유라 하셨다. 변화(지속) 속에서 자기 존재를 변화에 일치시키는 것이 창조이고 창조적 삶이 자유로운 삶인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면 세상의 새로움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부처님이 저 멀리서 칼을 들과 화난 얼굴로 달려드는 사람을 본 순간 전생을 볼 수 있었던 이유. 그랬다. 늘 새롭게 보고 만나고 실험해야 했다. 하던 대로 하려 하고 힘든 일보다 편한 일을 쫓아가며 자유를 외치지 않았던가? 자유롭게 살지 못하니 자유를 배부른 소리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했던 우리 아니었던가. 그랬다. 새로움과의 접속, 외부의 이질적인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드는 행위가 창조이고 자유로운 삶이라고 나는 그렇게 이해하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라 하셨다. '부자는 좋은 것'이라는 결정된 질문이기 때문이란다.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우리는 달라야 했다. 좀 더 주의를 기울여 보고 그곳에서 문제의식을 찾는 것. 이것이 글쓰기의 서론이란다. 오마이~ 그랬다. 글쓰기의 처음부터 꼬이고 풀지 못한 원인이었다. "왜 부자가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가?"와 같은 질문. "자유로운 삶은 어떤 삶인가?"가 아니라 "어떤 것이 자유로운 삶을 방해하는가?"와 같은 질문으로... 이것이 문제의식의 시작인 것. 

 

피해 갈 수 없는 암송 시간. 『앎과 나무』와 『물질과 기억』의 암송 시간이다. 

무엇이 무엇인지 혼동되었다. 다른 학인분들도 공감했다. 이것은 이번 4학기의 모든 커리큘럼이 하나로 연결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임을 반증한다. 이번 암송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이해하고 외우려 했던 것에서 완전히 파고 또 파고 들어가 내 것으로 만들어야 암송이 쉬워진다는 것을 알았다. 굳이 스피노자 형님의 뜻을 빌려오자면 신체 변용 능력이 증대되고 촉진된 기쁨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암송은 힘들다. ㅠ ㅠ.

 

2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에서도 만난 신근영 선생님. 역시 전달하기를 갈망하는 뜨거운 눈빛으로 시작하신다. 졸지 않기 위해 돌아가면서 낭송을 시키셨다. 들킨 것일까? 아니면 맨 앞자리여서 그랬을까? 무튼, 낭송 이후 졸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초 집중. 

 

콩 심었는데 콩이 나는 원인은?

흙, 물, 바람, 공기가 아니란다. 콩이란다. 헐 ~ 우리가 배우는 『앎과 나무』는 인간 인지능력을 생물학적 뿌리에서 찾아가는 공부라 하셨다. 생물은 자기 생성 능력이 있고 콩 또한 그러하다. 땅속에 쇳덩어리를 넣고 물을 주어도 쇳덩어리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하니 콩 심은 데 콩이 나는 원인은 콩인 것이다. 콩의 자기 생성 능력이 외부 조건(유발)인 흙, 물, 공기를 만났을 뿐이라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여기까지는 알듯 모를듯한데 왠지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올 즈음 컵을 예로 들어주셨다. 내가 컵을 잡는다. 컵을 잡을 수 있게 한 원인은 컵의 모양일까? 아니면 나의 손가락을 둥글게 만들어 잡을 수 있는 나의 신체 능력일까? 컵은 그저 조건이자 유발자인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주셨다. 볼펜 끝으로 내 손 등을 힘껏 누르면 아프다. 이 또한 원인은 볼펜일까 아니면 신체 변용을 일으킨 내 손등이 원인일까? 그렇다 쇳덩어리에 볼펜을 아무리 찔러도 쇳덩어리는 변하지 않는다. 즉, 내가 원인이고 볼펜은 외부의 조건(유발)인 것이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지 않기.

친구나 나에게 던진 말 한마디가 나를 화나게 했다면 나를 화나게 한 원인은 친구일까? 드디어 나올 것이 나왔다. 아... 혼동된다. 분명 친구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의 신체 변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 같은 말을 듣고 누군가는 그저 웃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무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A와 B가 있는데 C가 웃긴 말을 했다. A는 웃고 B는 무표정이다. 그렇다면 A를 웃게 만든 원인이 C라면 B도 C가 함께 원인이 되어야 한다. 하여, C는 외부의 조건에 불과하다. 그것에 반응하는 것은 A와 B의 몫이다. 하여 내가 관찰자가 되면 "너 때문이야!"가 된다. 판단하고 정의 내리고 아파하면 끝까지 C가 원인이 된다. 외부의 이질적인 것들이 원인이 되어 피하거나 때리거나 뒤에서 담화를 하거나 기타 등등 이하 생력이 된다. C를 계속 붙들고 늘어지는 것이다. 그러한 인식이 자의식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것도, 잘 보이고 싶은 욕망도 이 모든 것은 외부의 이질적인 것들을 염두에 둔... 내가 관찰자가 되어 원인을 재 생산해 내어 확대 해석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오마이가스레인지. 

불교의 무아(無我)를 비교하며 말씀하셨다. 

무아가 나를 없애라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세계의 본질은 지속(변화)이라 했고, 생물(생명)은 끊임없이 자가 생성을 하며 변하고 흐른다 했다. C가 밉다고 말하는(미운 생각이) 순간 내 인식 체계 안에서는 고정된 미운 C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여 C를 볼 때마다 내 신체는 변용을 일으킨다. 슬픔의 신체로 바뀌는 것이다. (스피노자 형님은 신체활동 능력이 축소되는 것을 슬픔이라 했다.) 하여, 내가 생각하는 무아란 그러한 C를 바라보고 있는 내가 원인임을 알아채고 그러한 원인을 (내가)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 하여, 화나는 순간 나의 시선(관찰자)을 C에게로 돌리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아니다. 밖의 어딘가에 관찰자를 두는 것. 그렇게 관찰자를 바꾸어 주는 것. 그것이 무아가 아닐까 한다. 근영 선생님은 다음 질문으로 마무리하셨다. "내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왜 존재하는지 아시겠지요?"

 

내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누가 원인이고 누가 조건일까?

책이 어려운 이유는 책 때문인가? 나 때문인가? 

 

댓글목록

당신뜻대로님의 댓글

당신뜻대로 작성일

우와~~~ 강의를 통째로 요약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질문도 재밌어요.
지난 강의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원인'과 '조건'으로 구성된 단어라는 게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일주일 동안 네 그룹에 설명했는데 다들 별로 감동을 안 받은 거 같았어요. 제 문제겠죠?  ^^;;; 모레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