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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_4학기 3강 후기] 혼자서, 그리고 벗과 함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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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늘NowHere 작성일22-11-07 21:34 조회449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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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7 / 금성 / 오후 세미나 - 숫타니파타 / 오!늘~

 

<혼자서, 그리고 벗과 함께 가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무소의 뿔의 경문장 중에는 그 유명한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렵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포함되어 있다. 뭔가 멋진 표현으로 느껴지지만 의미는 알쏭달쏭하다. 그래서 무소의 뿔의 경전체를 읽어 본다. 

  그런데, ~ ‘. 혼자서 가라는 표현이 되돌이표가 붙은 후렴구처럼 여러번 반복되고 있다. 그것도 마흔 번이나. 붓다는 혼자서 가야할 이유를 마흔 개의 문장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족, 자식, 애착, 쾌락, 탐진치 등을 버리고 혼자서 가라고 말이다. 엄청난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머리 깍고, 친구도 차단하고, 가족들까지도 모두 손절하고 승가 공동체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일까? 아니다. 집착하는 것에서 하나씩 벗어나 습()을 바꾸라는 의미로 다가 온다. 마흔 번이나 반복 강조한 것은 습관 바꾸기카르마 수술'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엄청 어려운 일이라는거다. 붓다는 그것을 몸소 체험하고서 마흔 번이나 반복 강조하며 그래도 해보라고 강권한다. 

  조그만 습관 하나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오래전 나는 TV 보는 습관을 바꾸려 노력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TV가 집안 한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는 한, TV 중심의 생활 패턴을 바꾸기 어려웠다. 습관을 바꾸는 어려움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족들의 의견차이, 자녀 교육 문제, 뉴스 따라잡기 등. 그렇지만 실행했다. TV를 내다 버렸다. 조그만 습을 바꾼다는 것도 집착 한 덩어리를 해체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혼자서 가듯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나는 그 후 TV 없이 십오년 쯤 잘 살았다. 그런데 스티브잡스가 스마트폰이 만들었다. 이럴수가. 요즘은 휴대폰을 보며 살고 있다 ㅠㅠ.)

 

함께 가라

  「무소의 뿔의 경을 읽는 중간에 잠시 멈칫했다. ‘.혼자서 가라는 후렴구가 갑자기 .함께 가라로 바뀌었다. 딱 한 번. 마흔 한 개의 문장 중 딱 한 문장만 함께 가라고 써있다. 혼자서 가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하나, 그게 뭘까? 천천히 다시 읽어 본다. 만약에 어질고 단호한 동료 수행자, 성숙한 벗을 얻는다면, 어떠한 난관들도 극복하리니, 기쁘게 새김을 확립하여 그와 함께 가라.” 어질고 성숙한 벗을 만난다면, 그 벗과는 꼭 함께 가라고 말하고 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혼자서고행하며 가는 것이 불교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길에서 만난 벗(도반)과 함께 가라는 것이다. 깨달은 자도 아니고, 가르치는 자도 아니고, 벗과 함께.

 

혼자서 가보면 안다 

  ‘함께 가라는 구절 바로 뒤에 이런 문장이 이어진다. 만약에 어질고 단호한 동료 수행자, 성숙한 벗을 얻지 못한다면. 혼자서 가라.” 안되면 혼자서 가는게 좋다는 것이다. 붓다는 알고 있었다. 함께할 벗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걸. 붓다 자신도 왕궁을 떠나고, 가족도 떠나면서, 믿었던 자들에게 배신도 당하고, 함께 했던 자들과 헤어지는 등 많은 경험을 했다. 힘들고 외로웠을 것이다. 알 수 없는 세계에 내던져진존재(하이데거)로서의 감정이었을까? 엄청난 체험에서 우러 나오는 실존적 인간 붓다의 혼자서 가라는 나에게 위로를 준다. 

  머리를 깍고 승복을 입지 않아도, 독신으로 폐쇄된 수도원에서 살지 않고도 혼자가 쉽게 될 수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 앉아 있고, 혹 선정에 든다고 하더라고 혼자가 될 수 없음을 체험하게 된다. 마음 속에 떠오르고, 또 사라지는 생각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청각을 열어 소리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라는 것은 낱개의 혼자로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것이 연결되어 서로 관계를 이루며 ‘ing’ 하고 있다. 불교가 말하는 인드라망의 세계다. 붓다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혼자서아니 일단 혼자 가봐. 그럼 알게 될거야. 절대 혼자일 수 없다는걸. ‘혼자라는 낱동으로 된 독립적 존재자는 없어!

  

또 다른 경전

  수 천년 전부터 내려온 경전을 읽는 것은 일반 책을 읽는 것과는 조금 다른 체험을 준다. 세 번째 학기, 금성에서는 초기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함께 읽기를 시작했다. 각자 경전을 미리 읽어 오고, 발제와 토론이 아닌 색다른 느낌이다. 다른 세미나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을 준 경전 텍스트의 힘일까? 경전 텍스트도 힘이 있었지만 함께 가는 벗들이 주는 기운 때문이다. 숫타니파타만큼 힘있는 금성의 열 여덟 명 벗들은 또 다른 경전이다. 

 

이상.

댓글목록

여여한일상님의 댓글

여여한일상 작성일

" ‘나’라는 것은 낱개의 ‘혼자’로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것이 연결되어 서로 관계를 이루며 ‘ing’ 하고 있다."
 오늘님의 깊은 사유가 담긴 후기!
잘 읽었습니다.
2600년을 견뎌온 숫타니파타를 함께 공부하며
어질고 성숙한 벗은 함께 가야 할 또 다른 경전임을 마음에 새겨봅니다.

오늘NowHere님의 댓글

오늘NowHere 댓글의 댓글 작성일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