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금성 1학기 1강 후기] - 2조 이경자 > 금요 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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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금성 1학기 1강 후기] - 2조 이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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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깨비 작성일23-02-22 09:06 조회440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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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하는 사람,  소크라테스와의 첫 만남

 

                                                                     

  금성의 시작은 긴 겨울의 끝에 만난 설레임이면서 동시에 어려운 서양 철학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였다. 그래도 조금은 익숙해진 감이당과 남산 산책로와 무엇보다 정갈하고 속이 편한 밥상이 있었으니, 금새 편안해졌다.

  대중지성 3년차, 두 번의 라성을 통해 공부 시간에는 꼭 출석하고, 그 시간만큼은 집중하는 연습은 한 셈이다. 그래서 올 해 목표는 주어진 교재를 적어도 한번은 다 읽고 참석하자로 정했다. 애석하게도 첫 주부터 목표를 못 지켰다. 핑계와 위안을 삼자면 30여년을 정리하는 전쟁같은 대 이주(사무실 정리와 집 이사와 딸의 독립을 동시에 진행하는 복잡한 삼중주의 아수라장)의 상황 속에서도 출석만은 했다는 것이다.

  

   첫 주의 1교시는 글을 남기지 않은 소크라테스 읽기였다.(이것도 후기 쓰면서 커리큘럼을 들여다 보고 알았다. ㅎㅎ) 학창 시절 스쳐 지나가듯 들은 이름 말고는 별다른 지식도 없고, 제대로 읽은 책도 없고, 예습도 못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 소크라테스가 글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 정승연 샘과 함께 딱딱한 책 속이 아니라 눈 앞에서 생생하게 자신을 변론하는 소크라테스를 만나는 멋진 경험을 했다.

  나는 바로 그 아테나인이 되어(사실은 여성이라 안될 수도 있었겠지만, anyway) 법정에서 시민들을 향해 포효하는 소크라테스의 목소리와 몸짓을 느꼈다. 법정에 가득한 청중들의 표정과 착잡한 마음도 나누었다. 당대의 상황과 주변 정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보니 그 때 사람들이라도 된 듯 감정이입이 되었다.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을지, 또 소크라테스의 존재를 어떻게 대했을지 상상해 보았다.

 기원 전에 살았던,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그리스와 주변 사람들이 지금 이곳의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도 놀라웠다. 시대와 사회의 조건에 따라 사고의 경계가 그어지고, 대다수는 자신에게 다가올 불이익에 따라 눈치 보며 처신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펼치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등등.

  

   서구 문명의 시작이자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 여겼던 아테네의 광장, 아고라와 법정에서는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민주주의라는 형식 속에서 구현된 것은 정말 민주주의였던 것일까? 도대체 민주주의라는 것이 민중이 스스로 권력을 행사하며, 정치를 행하는 제도이기는 한 걸까? 그렇다면 현재의 우리 대의제 민주주의의 처참한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정말 형식이 만든, 법과 제도만으로 이런 정신은 구현될 수 있는 것일까? 오래 전부터 인류가 찾아온 방향은, 그런 의지와 마음은 교육을 통해서는 가능한 것일까? 그렇다면 교육만이, 훈련만이 그런 사회를 가능케 하는 힘일까? 등등

  

   이사한 집에 억지로 쌓아 놓은 짐들 사이로 잠잘 곳과 다닐 길을 겨우 만들었다. 이제 찬찬히 짐들을 정리하면서 꼭 필요한 것과 버릴 것, 나눌 수 있는 것을 분리해야 한다. 짐을 싸면서도 여전히 버리지 못한 미련과 잡념들처럼 내 머리와 몸에도 수십년 동안 가득 쌓인 것들이 있다. 짐 정리하는 것처럼 한학기 동안 소크라테스를 만나면서 내 머리와 몸과 마음에 쌓인 짐들도 구별, 정리해 보고 싶다. 그 시간이 웬지 기쁘고 신날 것 같아 설레인다.

댓글목록

진솔한님의 댓글

진솔한 작성일

경자샘 버전의 소크라테스와 함께 첫 수업을 한지 벌써 4주가 지났네요. 제 사고의 경계선은 한달 전보다 얼마나 희미해졌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애초에 실선이었는지 점선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머리속에서 희미한 균열이 느껴지긴 하네요. 함께하는 샘들 덕분입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반야수님의 댓글

반야수 작성일

질문하는 사람, 소크라테스 !
지금이라도 테스님을 만나게 되어 기쁘기도 하구요.
도깨비님과 함께 공부하게 된 것 또한 기쁘답니다. ^^

김에세이님의 댓글

김에세이 작성일

선생님의 글을 읽는 동안 어린 소크라테스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어린 여자 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조잘댔습니다. 거실에서, 부엌에서, 방에서 저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어찌나 재잘거리던지 꿈속에서도 일을 할 때도 이명으로 고생(?)을 했습니다. 질문이 공회전 하듯 끊이질 않았습니다.

지금은 제 말에 일일이 토를 달며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따집니다. 사춘기의 열병을 앓고 있는 나이가 되었죠. 어느새 훌쩍 자라 꼬치꼬치 따져 묻는 얄미운(ㅠㅠ) 청소년 소크라테스로 성장했습니다. 질문하던 아이가 질문을 던지는 아이로 바뀌었습니다.

“바위로 표상되는 이성, 갈대로 표상되는 감성”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저라면 홀로 떨어져 있는 딱딱한 바위보다 서로 꼭 붙어 있는 갈대에 눈이 갈 것 같아요. 어설픈 이성을 내세워 설득하려는 지금의 딸보다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유치원 때의 조잘거리던 감성이 그리워집니다. 누군가는 이성이 자라고 누군가는 감성을 홀대받는 상황이 언제쯤 마감할지.

마음의 허기를 스스로 채우기 위해 오늘도 저는「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책을 펼칩니다.

선생님의 소크라테스는 누구였나요?

옛 기억을 되살려 주신 선생님의 후기 잘 읽었습니다.^^

홍선화님의 댓글

홍선화 작성일

「나는 바로 그 ‘아테나인’이 되어(사실은 여성이라 안될 수도 있었겠지만, anyway) 법정에서 시민들을 향해 포효하는 소크라테스의 목소리와 몸짓을 느꼈다. 법정에 가득한 청중들의 표정과 착잡한 마음도 나누었다. 당대의 상황과 주변 정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보니 그 때 사람들이라도 된 듯 감정이입이 되었다.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을지, 또 소크라테스의 존재를 어떻게 대했을지 상상해 보았다. 」

아테나인이 되어, 소크라테스를 느끼고 법정의 가득한 청중들과 마음을 나누시는 경자샘의 공감능력에 감탄합니다.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박지은님의 댓글

박지은 작성일

'당대의 상황과 주변 정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보니 그 때 사람들이라도 된 듯 감정이입이 되었다. '는 문장이 인상깊네요 강의를 듣는 선생님의 감각을 배울수 있었습니다 생동감넘치는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