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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금성 2학기] 스토리텔링 8주차 조별수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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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솔한 작성일23-06-24 16:18 조회493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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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壬子) 만난 



2023년 6월 23일 금요일 계묘년 무오월 임자(壬子)일.

이제는 제법 아침부터 태양의 열기가 강해서 버스에 내려 감이당까지 가는 길에 그늘을 찾게 된다. 3차 스토리텔링을 위해 그동안 생각한 내용을 정리해 이야기하며 함께 피드백을 주고 받는 날이다. 아침까지 수정을 하고 프린트한 나의 글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번에도 생각이 쉽게 흐르지 못해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피드백을 받으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로, 생각은 무거우나 마음은 가볍게 감이당에 들어섰다.

아침을 시원찮게 먹은 탓에 배가 허전했는데, 박영주 선생님이 맛있는 모시송편 두 박스를 쏘셨다. 와우, 이렇게 감사할 수가..아침부터 웬지 느낌이 좋은 날이다. 박영주 선생님, 모시송편 정말 잘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전 수업시간에는 아쉽게도 사정이 있는 네 분의 선생님들이 함께 하지 못해서 조촐하게 네 명의 선생님들과 우리 조의 튜터이신 희진 선생님과 총 여섯 명이 여유롭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전 시간 가장 인상깊었던 스토리텔링의 핵심 키워드는 ‘말’이었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말. 솔직하게 말하는 것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오갔다. 그 중에서 희진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솔직하게 말을 한다는 것은 상황이나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상태에서 그냥 내가 생각하는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감이당에서도 글을 쓰고 서로 피드백을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그 사람을 위해서 하는 말 이어야지, 내가 내뱉고 싶어서 하는 말은 아니어야 합니다.’ 

솔직하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자칫하면 내 마음만 편하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하셨다. 솔직함이 미덕이고 용기라고만 생각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


긴 호흡으로 가졌던 오전의 이야기 시간이 끝나고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었다. 늘 그렇듯 싱싱하고 건강한 재료로 나의 장 건강에 일조를 하는 금요일의 점심식사. 오전에 먹었던 맛있는 모시송편 간식 덕분에 그리 배고프지 않았는데도 밥을 먹고 나서 선생님들이 주시는 자두와 신비 복숭아(신비로워서 이름이 신비복숭아라고 한다!)까지도 술술 들어가는 걸 보니, 오전에 집중했던 수업의 열기가 새삼 느껴졌다.

 

산책 후 오후 낭송이 끝나고 다시 오후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후 수업에서 가장 집중했던 주제의 핵심 키워드는 ‘죽음’이었다. 삶에 대한 성찰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우리들에게 죽음은 아직 어렵다. 쉽게 꺼낼 수 없는 아픈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공유하면서 서로 위로하는 시간을 통해, 우리 모두 죽음이라는 의미에 대해 한발 다가선 듯했다. 임꺽정을 읽으며 살던 대로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한 갖바치의 죽음을, 우리는 모두 동경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언제나 살아온 대로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사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희진 선생님이 해주신 이 말씀이 아직도 머리 속에 맴돈다. 종종 삶의 허무감에 빠지는 나에게 새로운 시선을 던져주신 것 같다.  

 

오후 수업의 열기가 잠잠해 질 무렵,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매주 새로운 존재로 변화하며 성장하고 있는 선생님 한분은, 슬럼프가 찾아온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말씀하셨다. 지난 주까지도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는 모습에 선생님 자신도, 우리 조원도 모두 함께 기뻐하고 응원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지난 일주일동안 스토리텔링의 주제에 대해 깊이 사유하다가 또 하나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주치신 듯했다. 임꺽정을 읽으며 그동안 자신이 부정적인 것이라고 규정해왔던 것들이 바로 스스로를 억누르고 통제해 온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카오스의 상태를 맞이하신 듯했다. 혼돈을 넘어 자신에게 억압된 야생성을 깨워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 우리 앞에 나타날 선생님의 모습이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어느 때보다도 공작관을 맴도는 에너지는 강하고 격렬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서로에게 애정을 가지고 모두가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눈 것이 처음인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2023년 6월 23일 금요일은 계묘년 무오월 임자(壬子)일이었다.

화(火)인 선생님은 ‘수극화’의 극하는 기운으로 한발 더 성장하신 듯 했고,

목(木)인 선생님은 ‘수생목’의 생하는 기운을 받아 새롭게 태어나신 듯 했으며,

수(水)인 선생님은 ‘수'인 자신의 기운을 받아 진짜 자신을 찾고 계신 듯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런 서로에게 한발 더 다가선 듯 했다.


그렇다, 임자(壬子)일인 그날은 우리 모두 임자를 만난 날이었던 것이다. ^^


* 김보성 선생님과 안경희 선생님, 함께 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습니다.

* 시댁의 상중이셨던 안경희 선생님께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덧붙임>

()은 천간(天干) 10개 중 하나로 ()에 해당한다. ()는 숫자로는 1이다. 물에서 생명이 시작되므로 물을 제일 번째로 보는 것이다. ()도 ()에 해당한다. 지지(地支) 12개 가운데 ()가 제일 번째이자 물이다. 따라서 '임자'는 천간에서도 번째이고, 지지에서도 번째에 해당하는 육십갑자(六十甲子)이다. 그러므로 "임자만났다" "일등을 만났다(혹은 최고를 만났다)","제일 센 상대를 만났다"는 뜻이 된다

(출처 : 조선일보오피니언>전문가칼럼>[조용헌살롱] 자시(子時))

 

 

 

댓글목록

반야수님의 댓글

반야수 작성일

"혼돈을 넘어 자신에게 억압된 야생성을 깨워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 우리 앞에 나타날 선생님의 모습이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저도 궁금해집니다. 다음 시간 샘들의 이야기 기다려집니다. ~~^^

도깨비님의 댓글

도깨비 작성일

샘의 후기 덕분에 그날의 뜨거웠지만 묵직하고, 냉철했지만 또 은근했던 마음들이 떠오릅니다. 신기한 건 음양오행과 사주명리의 큰 테두리 안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 그럼에도 우리는 늘 자아에 매달려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히는 매일의 윤회를 되풀이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은 나아가고 있음은 틀림없는 거겠죠? 잘 읽었습니다.

비빌언덕님의 댓글

비빌언덕 작성일

느낌으로만 남아있던 그날의 많은 일들이 금아샘의 후기글 덕분에 다시 선명해 졌습니다.^^ 산책하면서 얘기했던 매일 들어오는 일주에 따라 일기를 써본다는 금아샘 말도 기억에 남네요. 항상 깊은 사유와 냉철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공부하시는 금아샘께도 응원을 보냅니다. ^^ 선생님 덕분에 공부가 더 풍성하고 즐거워지는 듯 해요. 감사해요.^^
 즐겁지 않으면 배움이 아니고, 배우지 않으면 즐거움도 없다.
 즐거운 연후에야 배운 것이고, 배운 연후에야 즐겁다.
 고로, 즐거움이 배움이고 배움이 즐거움이다!
 아아! 세상의 즐거움 중에 이 배움만 한 것이 또 있을 것인가?
                                                      -왕심재의 낙학가樂學歌-

박영주님의 댓글

박영주 작성일

수극화라 수가 화를  극해서 '성장'했고, 수생목이라 수가 목을 생해서 '새롭게 태어나고'했고, 수는 자기의 기운을 받아 '자기를 찾고'있다는 말이 참 좋습니다. 우리 모두 어떠한 상황에서도 배움을 얻기를 바랍니다.

깨트린님의 댓글

깨트린 작성일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임자일의 열기가 생각나네요. 생생한 후기 감사합니다. 금아샘^^

저도 희진샘의 말씀이 마음에 많이 와닿았는데 이렇게 정리해주시니 다시한번 되새길수 있어 더 좋네요.

"솔직하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자칫하면 내 마음만 편하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하셨다. 솔직함이 미덕이고 용기라고만 생각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사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임자일을 최고로 빛내준 건 솔직하게 자신의 힘든 얘기까지 나눠주신 도반들, 따뜻한 가슴으로 들어주신 조원들, 그리고 서툰 저희들의 생각을 다듬어주시고 정리해주신 희진 튜터님인것 같습니다.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2조 화이팅!!  ㅎㅎ

윤님의 댓글

작성일

'임자 만났다'를 '최고를 만났다','제일 센 상대를 만났다'라고 흔히 쓰면서도 그 임자가 명리의 '壬子'인줄은 몰랐네요~♡
8주차 금요일~ 심리와 흐름이 어떠했는 지 복기해 봐야겠어요^*^
늘~깊은 사유로 맑은 울림을 주시는 금아샘 후기 !
정성과 잔잔한 파동을 느끼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