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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1주차 수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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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승화니 작성일22-02-20 21:53 조회667회 댓글10건

본문

 

- 스스로 엮이었으니 스스로 통과하리라. -

                  2022. 02.20 -김승환-



 

  첫 수업에 대한 설렘은 첫 23페이지(들뢰즈가 만든 철학사)를 30분간 붙잡고 있으면서 걱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시간 날 때마다 짬 내서 읽고자 했던 들뢰즈님의 책은 시간을 어찌해서든 확보해야 하는 목표로 바뀌고 말았다.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이 책상 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배부르고 뿌듯했는데 갑자기 소화불량이 되는 것 같았다. 다이어리의 첫 수업 일정엔 별표 3개가 추가되었다. 

 

  성실함과 꾸준함은 있어도 아니다 싶으면 포기는 빨랐다. 한 페이지 읽는데 30분 이상이 소요되어도 짜증이 나지 않은 것에 감사해 하고, 스스로 엮이었으니 스스로 포기는 절대 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은 정승연 선생님의 친절한 자료를 읽고 더욱더 강해졌다. 그렇게 첫 수업을 맞이했다. 

 

  강독이란 것도, 발제라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래도 따라 하다 보면 하겠지... 했는데 첫 수업부터 내가 강독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시계를 보니 47분. "오~ 곧 쉬는 시간이네... 설마 나까지 강독을 하지 않겠지"라는 기대는 물거품으로 돌아갔고 난 최대한 천천히 읽어가며 이해하려고 애썼다. 무슨 말을 했는지 얼머부렸던 기억만 난다. 들뢰즈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생성과 창조의 철학사'가 아니라 '소멸과 후퇴의 철학사'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첫날 오전 수업이 끝났다. 

 

  힘쓴 일도 없었고, 열심히 듣기만 했는데 온몸의 에너지가 모두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그동안 쓰지 않던 뇌를 그리고 온몸의 기운을 쏟아내서 그런 것일까? "그래, 1학기가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하니 믿어보자. 들뢰즈를 만난 것도 인연이라고 하니 친하게 지내보자! 감응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하니 감사해 하자."라며 다짐해 본다. "이해나 지식으로 접근하지 말라"라고 하니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 

 

  표현 역량을 키우려면 감응 역량을 키우면 된다고 한다. 봄에 꽃 나들이를 왜 가는지 몰랐던 나에게 감응력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다행인 건 맛집을 왜 찾아가는지, 봄에 꽃 나들이를 왜 가는지 지금까지도 몰랐다면 감이당과 인연도 되지 않았으리라. 언제부터인가 어떤 감응이 왔는지 모르게 글을 쓰고 있었고, 그래서 인연이 된 감이당. 그리고 금요 랭귀지 스쿨.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라고 한다. 

모르는 것을 두려워 한 적은 없다. 아는 척했고, 남들이 눈치챌 만하면 도망치거나 포기하면(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 테두리 안에서 어깨에 힘을 주고 두 눈을 부릅뜨고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러다 보니, 새로움이 내 안으로 들어올 일 만무했고, 감응 역량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래 이제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표현 역량을 위해 나의 감응 역량을 키우리라. 

들뢰즈를 정복하려 하지 말라 하셨다. 들뢰즈가 플라톤주의를 뒤집든 말든 나는 나의 감응 역량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붙들고 늘어지리라 다짐해 본다. 

 

스스로 엮이었으니 스스로 통과해야 한다. 

그래도 함께 하는 도반들이 있으니 외롭지는 않겠지.....



댓글목록

나영님의 댓글

나영 작성일

첫수업 후기를 세번째 수업 점심시간에 읽고 있습니다~  두번의 수업이 끝나도 참 몸도 마음도 움직이지 않았던 책들과 관심 없었던 서양철학이라는 주제로 괴로워하며 관두고 싶다는 마음이 컸지만 중도포기만 하지 않는걸로 결정하고 이제야 글들을 읽어보러 왔어요.  김승환 샘 말씀대로 다같은 마음으로 힘들어 하신다는 걸 알고 나니 외롭지 않네요~  후기 감사히 잘 읽었어요 !

반야님의 댓글

반야 작성일

"힘쓴 일도 없었고, 열심히 듣기만 했는데 온몸의 에너지가 모두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첫 수업... 특히 들뢰즈 강독 후 거의 비슷한 심경이였을듯해요...*^
그래도 함께 하는 도반들이 있으니 든든하네요

광명2님의 댓글

광명2 작성일

김승환 선생님 글과 댓글들에 공감됩니다. 첫수업에 대한 설렘이 어려움으로 다가올 때...선생님 말씀처럼 나에게 온 이유가 있겠거니..하니 좀 편합니다. 1년.. 함께 감응 역량 키우는 시간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공감되는 후기 감사합니다~

비타빈님의 댓글

비타빈 작성일

"스스로 엮이었으니 스스로 포기는 절대 하지 않으리라는 다짐" 제 마음에 콕 와닿는 말씀이이에요! 정복하려 애쓰기보다 그저 우직하고 꾸준하게 밀고 가는 힘을 키워보아요^^

larabina님의 댓글

larabina 작성일

어려움을 함께 겪어 나가니 조금은 위로가 되는~~이런공부를 내생애 언제 또 해보겠나 싶기도 하고.. 에너지 소비가 엄청나지만 우선은 지나가 보는 걸로~~솔직한 후기 잘 보았습니다.!! 힘내자구요!! 홧팅!!

오!늘~님의 댓글

오!늘~ 작성일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와의 감응하는 것"이라는 정쌤 말씀을 저도 맘에 새겼습니다. 들뢰즈와 시작하는 한 해를 어떻게 감응해갈지 기대됩니다!!^^

이지연님의 댓글

이지연 작성일

혼자하기 어려운 공부라 함께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책을 읽지도 글을 쓰지도 못해 고통스러웠는데, 이렇게 강제적인 조치 덕에 ㄷ몇 줄이라도 읽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전 감사한 마음입니다. 1년을 잘 견뎌보고 싶습니다. 제가 제일 못하는 게 버티기라 올해는 잘 버티기만 해도 성공이라 여겨질 것 같습니다. ^^

박수경님의 댓글

박수경 작성일

첫 수업을  끝낸 우리들의 마음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직은 낯선 분들과 익숙하지 않은 환경속에서 전문적인 철학서를 잃고 세미나를 한다는 것이
 많은 부담과 함께 무척 편안하지 않은 시간이었던것 같아요. (적어도 전 그랬어요.ㅎ)
하지만 이과정을 마친 후 나에게 주어질 나름의 보상은 있겠죠? 그 상을 기대하며 한걸음씩 나아가 보렵니다.

박영주님의 댓글

박영주 작성일

선생님도 힘드셨다니 마음 편해지네요~ 동지애가 느껴집니다♡♡

정미란님의 댓글

정미란 작성일

후기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 방금 '역량'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하고 찾아봤는데...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이라내요..
결국 용을 쓰고, 힘을 쓸수 밖에.. 앞으로 더 험난하겠지만. 우리 외로워지지는 말아요 ^^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