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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3주차 수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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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란미란 작성일22-03-09 21:50 조회453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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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대중지성 3주차 수업후기

 

 

정미란


 

하루하루가 포근해져만 가는 3월이다. 절기상으로 경칩이다. 경칩을 전후로 봄이 시작된다. 겨울잠을 자던 만물이 땅속에서 깨어나듯, 우리도 철학 공부를 통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우리는 [2022 금요 랭귀지 스쿨] 첫 학기, 세 번째 수업을 맞이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오전 수업은 강독이다. 강독은 함께 글을 읽고, 의미를 해석하며 이해하는 공부법이다. 우리는 질 들뢰즈의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생성과 창조의 철학사(이학사)]를 강독하고 있다. 수업 내용은 들뢰즈의 소눈문으로 제5장 '스피노자와 우리'다. 제목에서 바로 느껴지다시피, '스피노자'와 '우리(나)'의 관계와 배치에 대한 들뢰즈의 답변이다. 들뢰즈는 "스피노자라는 환경 속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지각함과 동시에 "스피노자 방식으로 살아가기"를 제안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피노자라는 환경', '스피노자방식', '스피노자주의'는 무엇일까. 

 

스피노자는 인간과 신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곧 자연이라고 설명한다. 무한한 개체의 속성으로 변주되는 자연은 그 자체로 신이며, 우리다. 반대로 신도, 그리고 우리도 자연이다. 스피노자의 "모든 것이 하나다(일원론)"와 "자연이 곧 신(범신론)"이라는 세계관에 따라, 스피노자라는 환경 속에 우리가 그 자체로서 '충만하게' 있다는 것과 우리가 '변용시키고 변용되면서' 산다는 것에 대한 들뢰즈의 답변이다. 스피노자도 낯설고, 들뢰즈도 버거운 나에게, "스피노자와 우리"에 앞서 나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점심 식사 후 오후는 조별 낭송으로 시작한다. 조원이 돌아가며 고미숙의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북드라망)]을 소리 내 읽는다. 몸을 곧추세우고, 배에 힘을 주고, 호흡을 조절하며 한 문단씩 읽는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낭독을 하는 나를 바라보기. 낭독 후 조원들이 몸의 변화 등 느낀점을 공유한다. 나는 이번 낭독에서 느낀점은 낭독을 할 때 굉장한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겨우 '한 글자'라고 하지만, 정신을 딴 데 판 순간 텍스트가 아닌 입에서 나오는 데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한 글자, 한 글자 집중하자"   


마지막 3교시는 세미나 수업이다. 세미나 수업은 군나르 시르베크, 닐스 길리에의 [서양 철학사2(이학사)]를 참가자들이 발제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번 세미나는 변증법적 사유에 대한 이해, 헤겔의 '변증법적 관념론'과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에 대해 비교할 수 있었다. 헤겔과 마르크스의 변증법에 따르면, 국가(공동체)나 역사는 합리성을 통해 진보적 발전을 이루는 이상적인 시스템이다. 다만, 역사적 발전 과정으로 헤겔은 사유와 관념의 발전으로 본다면, 맑스는 헤겔의 변증법을 빌려 물질적-경제적 생활의 발전으로 해석했다.

 

또 하나, 내가 본 차이는 국가(공동체) 혹은 역사의 발전에 있어 개인의 책무 부분이다. 헤겔에게 개인은 자기실현과 자기인식을 통해 상호 관계를 함으로써 역사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마르크스는 역사의 발전을 위해 개혁과 혁명과 같은 개인(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역할과 연대를 요구한다. 역사의 발전 방향은 항상 진보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발전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나, 아니면 마르크스의 주장대로 계급 투쟁을 통해 급진적으로 실현되는 것일까. 사실은 이에 앞서 다시 원론적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무엇이 역사의 발전인가, 무엇이 진보인가" 

 

철학자들이 내 몸을 통과한다. 마치 영화처럼


이제 막 세 차례의 금요 대중지성을 통과했다. 일주일 중 단 하루 금요일을 위해 나머지 6일을 공부하는 것 같다. 교재를 읽고, 교재와 관련된 책과 영상을 찾아보고, 글을 쓴다. 조금 섣부를지 모르나 아직 힘들기보다는 나 스스로 충만해지는 기분이다. 내 인생에서 지난 3주 동안 플라톤의 '이데아'를 시작으로 스피노자의 '범신론'과 칸트의 '인식론'이헤겔에 이어 마르크스의 '변증법'까지 한꺼번에 내 몸을 수욱 통과한 것 같다. 마치 영화 속 한장면처럼.   

댓글목록

광명2님의 댓글

광명2 작성일

차곡차곡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지나왔구나 함께 영화를 본 느낌이에요.^^
곳곳에 산수유가 눈에 띄네요. 봄여름가을겨울 함께 나아가요~

박수경님의 댓글

박수경 작성일

그 동안 배운것을  마무리하듯 정리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슴니다.
 서양의 철학자를 통하여 나를 만나고 세상을 배우는 길에 함께 할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나영님의 댓글

나영 작성일

마무리가 특히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통과하기만 해도 몸속에 뭔가가 남으면 좋겠는데 아직 전 그런 경지는 아닌듯 하지만 앞으로 긴 시간 꾸준히 함께 해보자구요 ^^

라니님의 댓글

라니 작성일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부럽~ 저번 시간은 수업이 좀 적응이 되었는지 약간 편해해진 기분이어서 다른 분들 후기가 궁금하더라고요.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저도 정리문 쓰는 한 주간은 그 충만함을 살짝 느껴본 것 같아요ㅎㅎ

박영주님의 댓글

박영주 작성일

힘든 공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계신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계속 정진하시길 !!

오!늘~님의 댓글

오!늘~ 작성일

이천년 서양 철학을 영화 속 장면, 대사, 음악들이 '몸을 통과'하듯이 '수욱' 받아들이고 계시는군요. 멋지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