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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3주차 수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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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영 작성일22-03-10 18:50 조회403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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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차 수업 후기 

 

강나영


적어도 ‘편하지 않다’   라고 말하고 싶은 나.



  몇년 전 부터인가, 불편하다 싫다 대신 편하지 않아, 좋지 않아… 로 좀더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겠다고 결심 했었다.  그런데 이 수업을 듣고부터 그 결심이 깨졌다.  첫번째, 두번째 시간이 지나면서 더더욱 심해졌다.


너~무 불편해.!!!

너~무 싫어!!!


굳이 강조에 느낌표 까지 더해 가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불평을 쏟아냈다.  (그들은 뭔죄…)  단지 어렵고 ‘노잼’ 이라는 이유만은 아니라고 믿고싶고, (하핫)  정군샘의 언어를 빌먼, 감응 을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굳이 이 짜증나는 텍스트에 감응하고 싶지 않아서? 


나의 오랜 만트라 중 하나는, “Simple is beautiful.”  


그런데 이 철학자들은 심플은 고사하고 풀 수도 없는 문제를 최대한 복잡하고 어럽게 꼰 다음 다시 그걸 풀어보겠다고 하는 듯 보인다.  동양철학은 간결하고 이해도 쉬운 편에 읽으면 뭔가 시원~ 해지는 반면, 여기 서양 아재들은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속을 더 과열되도록 만든다.  도대체 왜 ?  양기가 넘쳐서 그런가 ㅋ.  이런 생각들로 불편해 하던 일주일이 지나 금요일 오전 10시 10분 전이 되었다.  어쩌겠나…모든 불평들을 뒤로하고, 최소한 내 자신을 좀더 잘 알게되는 계기가 되겠지? 라며 도망 치고픈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도대체 나는 왜, 무엇이 그다지도 불편한가? 를 찾아 보는 것이 오늘 세번째 수업에 참여하는 나만의 목표였다.  


그래, 일단 왔으니 열심히 하자.


  첫 수업은 내겐 그.나.마. 가장 재미있는 정군샘의 들뢰즈 강독 시간이다.  왜냐? 내가 읽을때는 뭔 소리인지 해석이 불가능한데,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 아!  들뢰즈가 이런 말을 하고 있었던 거구나 라는 갑갑증이 해결되는 지점 때문.  선생님은 나의 불만을 미리 알고 계셨던 듯,  본격적인 수업 전 ‘철학은 사물의 디테일한 뉘앙스를 읽는 것이다’  라고 하셨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남, 그렇게 필기되어 있었음).  아… 그래서… 너~무 디테일 한 거구나.  그걸 읽을 수 있다면 어려워도 할 만 할지도 모르겠다며 되뇌었다.  그리고 두 선생님들의 정리문들을 따라가며 글 쓸때의 주의점이나 잘못된 점들을 짚어 주셨는데 특히 미시적 차이와 디테일을 살려야 한다는 조언이 와 닿았다.  글을 쓸때 신문기사를 쓰는것도 아니니 디테일이나 조금의 차이점 같은것은 중요하지 않다 여겼는데, 그리 쓰여진 문장을 예시로 보며 설명을 들으니 이런 디테일로 글의 퀄리티와 의미까지도 달라지는구나 깨닫게 되었다.    


  오늘의 들뢰즈는 스피노자의 철학에 대한 글이다.  수업 전 스피노자의 생애를 간략하게 들었는데 그것도 흥미로웠지만 그 유명한 ‘사과나무’ 명언이 스피노자의 입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유력한 설 이라는 얘기는 살짝 충격이었다.  가짜뉴스였나 ?  그리 잘못 알려지게 된 경위가 궁금했지만 수업의 맥을 끊지 않기 위해 질문은 살포시 넣어두기로 했다.  나중에 구글 검색이나 한번 해 보지 뭐.  들뢰즈의 ‘스피노자와 우리’ 를 한줄한줄 읽어가며, 설명을 들으며 여전히 머리속은 복잡했고 난무하는 낯선 단어들과 인물들의 이름들을 노트에 정렬하기도 바빴지만 이 날은 선생님의 스피노자에 대한 열정과 존경에 살짝 전염이 되었는지 이전 수업들 보다 집중도도 높아지고 불편함도 거의 사라진 더더욱 즐거운 강독 시간이었다.  


  낭독 수업은 언제나처럼 돌아가며 낭독하고 느낌을 이야기 했다.  그리 신경 쓸 것도 없고 편안한 시간이긴 하지만 낭독하면서 느끼는 신체의 변화라는 것이 첫번째 시간에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무슨말을 해야할지 살짝 난감했다.  마지막 서양철학사 세미나 시간은 저번주 조별 토론때 돌아가며 서로 힘든 지점을 이야기 하고 앞으로 어떻게 고쳐 나갈 것 인가를 다같이 고민했던 덕인지 이전 시간보다 다양한 선생님들이 토론에 참여하셔서 많은 분들의 생각들을 우리들 만의 언어로 나눌 수 있어 훨씬 편안하고 흥미로웠다.  


자,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나는 어찌하여 그다지도 불편했었던 것인가? 에 대한 오늘의 대답.


정군샘의 강의를 받아 적은 노트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스피노자 식으로 산다고 하는 것은 변용을 받아들인다는 것인데, 그럼으로써 변용력을 키워 더 자유로운 상태가 될 수 있다.   (*워딩을 그대로 옮긴것은 아님)

 

  나는 여태 스피노자 식으로 살기를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살고 싶어서 감이당의 수업을 들으러 제발로 찾아간 것인데, 처음의 기세좋던 의지란 꼴랑 두번의 수업만에 바닥이 나 버리고, ‘변용역량 키우기 힘들고 짜증난다’… 라며 (고백: 실제로 노트에 그렇게 적어둠 -.-;).  어려운 책을 골라 놓으신 선생님들만 원망하고 있었던 못난 인간 이었던 것!  


  이렇게 자기 반성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되면 좋으련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혼자 불평하기는 아마 계속 될 것이다. 인간이 그렇지 않은가…  니체의 영원회귀가 떠오른다  - 여기에 맞는 이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끝까지 불편해하며 또 반성하며 굴러굴러 쭉 가기만 해도 어딘가 싶다.


  올해 말 쯤엔 투덜대는 자유로운 영혼 정도는 될 수 있으려나?



댓글목록

광명2님의 댓글

광명2 작성일

ㅋ뻥뚫기는 시원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이제서야 댓글 남기네요.^^
변용의 장을 넓히는 길에 함께 해서 좋네요.

모닝빵님의 댓글

모닝빵 작성일

쌤 너무 너무 공감하며 읽었어요~ ㅎㅎ 저는 어려운 텍스트에 너무 쪼그라들어요!!
저의 올해 목표는 쪼그라드는 나를 받아들이기 입니다. 올해의 끝에선 우리 모두 변용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박영주님의 댓글

박영주 작성일

변용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누구나 마찬 가지인가 봅니다. 작년에 대중지성에 잘 적응했었다고 생각했는데 해가 바뀌니 또
새로운 새롭더라구요~ 코로나로 힘든 와중에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오!늘~님의 댓글

오!늘~ 작성일

저도 만나는 사람, 사물, 모든 것들에 변용/감응하며 살아가고 싶네요. 공감가는 진솔하고 재밌는 후기 감사합니다~

나영님의 댓글

나영 댓글의 댓글 작성일

댓글 감사합니다~ 이미 내공이 크신것 같던데요  이번에 인연이
되어 참 좋습니다 ^^

오!늘~님의 댓글

오!늘~ 댓글의 댓글 작성일

저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