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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4주차 수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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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잘견디자 작성일22-03-14 14:41 조회418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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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대중지성 4주차 후기

                                                                                           이지연


지난   동안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지면서   줄도 읽지 못하는 백지처럼 텅빈공허한 나날들이 쌓여갔다다행히  수업 덕분에 나는 비로소 잠긴 눈을 열고 차츰 독서 습관을 되찾아 나가고 있는 중이다처음에는 집중하기가 너무 힘이 들어서 ‘서양철학사1’   전체를 통째로 낭독하며 겨우 몸으로 읽어나갔다글자들이  머리 속으로 흘러 들어가 온전히 정보로 처리되지는 못했을지언정 적어도  몸을 통과해 지나가기는  것이다.


몸이 먼저 익숙해진 덕분일까이제는 제법 예전의 에너지 수준을 차츰 회복해가는 중이다그래도 수업 준비는  부실했다처음부터 읽기 시작한 군나르 시르베크의 ‘서양철학사’ 읽기는 어느새 조금은 편안해진 반면, ‘들뢰즈’ 책은 여전히 수업 전에 거의 들춰보지 못했다.


하지만 후기를 써야만 하는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금에서야 나는 우리가 읽은 5(스피노자와 우리)까지 간신히 읽어냈다. 4장은 읽다가 슬쩍 밀어냈다그리 재미있지 않은데다 후기를 써야한다는 압박감에 마음이 급해서 건너뛰었다.


사실 들뢰즈나 스피노자가 스스로 떠안은 철학적 과제가 무엇이건 간에아직 그들의 철학적 문제의식이 내 안에 절박하게 혹은 절실하게 울려 퍼지지 않아서 크게 흥미가 생기진 않는다그냥 강독 시간에 이런 저런 해설을 들으며 귀를 열어두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2장의 ‘루크레티우스편은 무척 재미있었다그동안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에 대해선 거의 결론에 해당하는 짤막한   문장의 소개글 이외에는 그의 원자론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지에 대해 번도 자세히 들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그에 비하면  책은 데모크리토스-에피쿠루스-루크레티우스로 이어지는 고대의 원자론을  상세히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다나는 그저  세상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선언 정도가 고작일  알았는데그들이 원자라는 개념을 통해 세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꽤나 치밀하고 촘촘한 이론을 구축했다는  알게 되었다.


마치 ‘원자론 오래된 화석을 발견한 기분이라고나 할까현대의 원자론이 지금의 모습으로 다듬어지기까지그런 생각들의 모태가 되어온 생각의 토양 혹은 토대들을 확인할  있었던 점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는 철학자들이  책보다는 과학자나 수학자들의   소박하고 명료한 글들이  좋다구체적인 예를 들어  심정을 표현해 보자면 이렇다.


신체 두고서 철학자와 과학자가 설명하는 방식은 매우 다르다.


루크레티우스가 신체를 일종의 ‘복합체라고 설명할 때나스피노자가 모종의 ‘집합체 개념을 염두에 두고 신체(물론 인체에 국한되는 의미는 아님)’ 정의내리는 것에 비하자면 세이건이 코스모스에서 하나의 ‘군집체로서의 신체를 설명하고 있는 어조는 사뭇 다르다


물론   개의 서로 다른 개념들을 같은 차원 안에 구겨넣고 단순 비교하는 것이 무척이나 거칠고 부적절하다는 점은 염두에 두고 있다하지만 일단 이런 개념들이 ‘단일자에 의해 형성되지 않고이질적인 개체 혹은 요소들이 여러  결합되어 형성된 복합적인 무엇 대체적으로 가리킨다고  세이건의 설명은 훨씬 더 직접적이고 명료하다. (인용된 영어 원문 참조)


Every cell of your body is a kind of commune, with once free-living parts all banded together for the common good. And you are made of a hundred trillion cells. We are, each of us, a multitude.


자연의 다양성의 원인에 대해서도 들뢰즈의 설명은 내게는 무척이나 추상적으로 느껴진다하지만 다윈은 이에 대해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해답을 이렇게 주고 있다.


Evolution works through mutation and selection.


아직까지 나에게는 다윈의 대답이 훨씬  웅장하고 벅찬 느낌으로 다가오는 반면들뢰즈의 목소리는 알아듣기 힘든 희미한 웅성거림으로만 들린다


다만철학만이 대답을   있는  가지 근본적 질문들이 있음을 알고 있기에앞으로 1년간 철학에 대한 감응 능력을 키워가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보고 싶다.


사실 코스모스를 읽다가 케플러와 뉴턴이란 인물들을 마주치면서 서양의 합리주의적 전통 속에 기묘하게 섞여든 신비주의적 요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는데다행히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통해서 그에 대한 질문은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는 중이다러셀의 책은 놀랄만큼 나의 관심사와 포커스가 겹춰지는 부분이 있어서 흥미롭게 읽는 중이다.


필연성을 믿었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믿음이 과학혁명 시대의 인물들에게까지 암암리에 이어지며 케플러나 뉴턴 같은 인물들의 과학적 성취에 상당한 동력을 제공했다는 점은 여전히 흥미롭다


어찌되었건 철학은 과학적 탐구 정신의 모태이자과학적 탐구심  자체를 스스로 상대화시켜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반성적 토대라는 점에서 여전한 역할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임을 안다.

댓글목록

오!늘~님의 댓글

오!늘~ 작성일

텍스트를 읽어내시는 능력이 탁월하시다고 느껴졌습니다. 배우고 싶네요^^

광명2님의 댓글

광명2 작성일

지난 몇 달동안 아프셨었군요..점차 나아지고 게시다니 다행이에요.
독서량이 대단하시네요.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모닝빵님의 댓글

모닝빵 작성일

샘~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철학으로 다시 보는 "신체" 재밌었습니다.
그냥 몸이 몸이지, 다이어트등 으로 관리해야지만 하던 몸, 세포가 철학으로 만나니 다시 새로워졌습니다.
나를 이루는 세포,생각,습관, 그것들의 감응과 변용,,,
아무튼 모르겠는 들뢰즈지만 제 내재적 무언가를 건드리는 것 같기는 합니다. ㅎㅎ

나영님의 댓글

나영 작성일

들뢰즈의 글이 난해하긴 해도 참 멋있죠,, 클래스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도 읽어내시고 공부에 대한 열망이 크게 느껴집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여여한일상님의 댓글

여여한일상 작성일

루크레티우스, 다윈, 케플러, 뉴턴, 러셀... 등과 깊은 감응 중이시군요.
모두의 생김새가 다르듯 끌리고 공감되는 사상이나 이론도 각자 약간은 차이가 있을듯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들뢰즈도 잘 모르겠는 가운데 전복적이고 매혹적인 철학을 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변용"과 "내재적 평면"그리고 "스피노자주의자 되기"....
각자 다른 빛깔과 마주침으로 그 "변용의 장"에 함께 하게 되어 기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