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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주역 2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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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냉이 작성일23-02-24 15:23 조회896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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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 주역 1학기 2주차 강의와 세미나 후기입니다.

  봄 햇살이 가득한 날, 감이당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다. 첫째주에 중천 건(重天乾), 중지 곤(重地坤)을 공부했고 이어 오늘은 수뢰 둔(水雷屯), 산수 몽(山水蒙)이다. 오늘 내겐 외국어처럼 신기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한 주역의 세계를 두 번째 접할 것이며, 중국 고서 서경을 처음으로 만날 것이다. 첫 수업처럼 다시 설레고 기대된다. 학창시절 외웠던 사서삼경 중 삼경의 두 책인 서경, 주역을 접하다니. 나에겐 놀랍고 신비로운 일이다. 더 놀라운 건 이런 내 마음을 수뢰 둔, 산수 몽이 알아준 것이다. 주역이 내게 말을 걸고 있다. 더군다나 오창희 선생님의 강의는 강약의 리듬을 탄다. 선생님의 강의는 부드럽게 나를 주역으로 이끌고 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먼저 수뢰 둔의 모양은 구름과 우뢰, 우뢰를 품고 있는 구름이다. 이 괘는 지금 나의 상태처럼 혼돈이란다. 음과 양이 소통되어 만물을 펼쳐내지 못했으므로 혼돈 상태이다. 혼돈 속의 움직임이니 제후를 세우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제후는 스승과 도반인가보다. 나를 이끌어 주고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이때에는 머뭇거리고 주저함이 필요하다. 거침없이 가다가는 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 조금씩 천천히 가야 한다. 주역의 길은 멀고 험하니까. 그리고 지금 이 혼란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색하고 부끄러운 이 혼란은 당연한 것이다. 첫 발걸음을 내딛는 것, 혼돈 그것부터 나의 시작이다. 왠지 고통의 피눈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으로 산수 몽, 이름이 예쁘다. 산 아래 물이 흐르다니. 그 물은 맑고 귀할 것 같다. 하지만 물은 어리석음도 뜻하니 그 어리석음이 나를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마치 내가 어린아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가 나를 찾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어리석음을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부드럽게 포용한다면 길이 보인다. 천지의 흐름을 타보는 경험의 길, 그 역동적인 파도에 나를 맡겨보고 싶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말로만 듣던 서경을 공부한다. 김주란 선생님이 이끄는 세미나로 진행된다. 선생님이 이끄는 세미나는 때론 가볍고 때론 무겁다. 우리를 들었다 놓았다 하신다. 오늘 세미나도 그랬다. 웃다가 침묵하다 감동한다. 서경은 옛 임금들의 마음 씀씀이를 기록해 놓은 책이고, 정치 방식을 기록해 놓은 책이다. 정치의 근본원리가 여기 있다고 한다. 권력을 지향하고 편가르기를 하는 오늘날의 정치가 아닌 정치의 본질을 본다.

그 모습은 우선 요임금의 정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요임금은 농사의 때를 정확히 알려 주어 백성을 굶지 않게 하였으며 인재의 등용을 신중히 하고 후계자를 잘 정하고자 했다. 나는 여기서 후계자가 현명한 자라면 소외되거나 미천한 자도 괜찮다는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정치인의 자질이다. 하늘의 뜻을 잘 실천하는 자, 오직 백성만을 바라보는 자라면 누구든 어떠하랴.

  그리고 요임금의 후계자 순임금의 정치는 어떤가? 순임금이 황제로 즉위한 후 제일 먼저 한 일 사방의 문을 열어 놓고 사방의 눈을 밝히고 사방의 귀를 통하게 한것이었다. 듣고 또 듣고 소통하며 살피는 것이 정치인 것이다. 그리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여 그들에게 경건하게 처리하라. 오직 하늘의 일을 밝혀라고 하였다. 그 하늘의 일은 이치대로 오직 백성을 살피는 것이리라.

  문명(요순의 명에 무늬를 잘 내었다는 뜻의)으로 경건하게 순임금 뒤를 이어받은 우임금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여기서 순임금이 우에게 정치를 대행하게 하면서 부탁한 말이 와닿았다. ‘인심은 오직 위태롭고 도심은 오직 미미하니, 오직 정밀하게 하고 오직 한결같이 해야 진실로 그 중용의 도를 붙잡을 것이다. 근거 없는 말을 듣지 말며, (백성들에게) 물어보지 않은 계책을 쓰지 말라.’ 도심은 근본적으로 남과 하나가 되는 마음으로 조화를 이루지만(舍己從人) 인심은 남과 나를 구별하며 경쟁과 투쟁을 유발한다. 어떤 일이든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도심이면 과감하게 행하고 인심이면 억제한다. 이것이 중용이다. 도심과 인심의 조화, 마음과 몸의 조화, 정신과 물질의 조화란다. 사실 나에게 중용이 무엇인지 확실히 다가오진 않는다. 당연하다. 첫술에 배부르랴. 하지만 우선 나를 내려놓는 것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무엇을 비울까. 내가 옳다는 아집과 독선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사랑의 화합으로 정신적 감화를 펴는 정치를 한 순임금이 묘족을 감화시킨 평화의 춤이 궁금하다. 어떤 춤일까? 문화의 힘은 대단하다.

  오늘은 바쁘다는 핑계로 서경강설에 나오는 국역과 강설만 겨우 읽어온 내게 굉장히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말 그대로 글자만 읽어온 것이다. 세미나를 하면서 세상을 잘 다스리는 정치의 본질이 나와 관계가 깊음을 알았다. 때문에 나의 삶도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사실 그 깊은 뜻을 낚아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천천히 그리고 굳건히 세밀하게 읽어 가려 한다.

  잠시 공원 산책을 하였다. 매화꽃이 피었다. 어김없이 봄이 오는가 보다.

댓글목록

이성근님의 댓글

이성근 작성일

후기 참 잘쓰셨네요^^ 감사합니다

홍선화님의 댓글

홍선화 작성일

일목요연한 내용 정리는 물론
따뜻하면서도 울림있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구구님의 댓글

구구 작성일

정성스런 후기 잘 읽었습니다.^^

다호님의 댓글

다호 작성일

후기를 읽으니 지난 시간에 공부했던 내용이 술술 머릿속에 정리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에 쓰신 어김없이 봄은 오는가보다, 란 말이 잔잔하게 마음을 흔듭니다. 어김없이 오고 가는 걸 받아들이는게 공부라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써니홍님의 댓글

써니홍 작성일

와~~후기를 이렇게 써야 하는군요. 놀람~~
저는 감이당 왕초보인데 담주 후기 차례가 돼서 걱정이 한가득입니다. 오늘 밤 잠 못 들거같아요^^

천개의강님의 댓글

천개의강 작성일

시작의 때에 있는 저희 모두의 마음과 모습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는 어린아이의 마음(산수 몽괘, 육오효 동몽 길)으로 천천히(반환)공부에 임하는(리거정) 도반들과 함께(리건후) 새로운 시작이라는 혼돈의 시기(수뢰 둔괘)를 건너가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