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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 세미나 송년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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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인 작성일13-12-29 19:38 조회4,103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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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좋다> 후반부는 저자인 가와이 하야오와 나카자와 신이치 두 사람이 척척 죽이 맞아 신나게 풀어놓는 불교와 ‘행복’ ‘부정’ ‘대일여래’에 관한 이야기다. 앞부분도 어려웠는데 후반부는 정말 옆에서 그저 멍하게 입벌리고 대화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읽었다. 그들만의 웃음코드나 비약을 당최 따라가기가 버거워서 오늘의 발제자인 용남샘의 자상한 강연(?)을 기대하며 세미나에 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용남샘이 응급실로 직행하셔서 불교가 좋다 후반부 세미나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이진 샘이 직접 그려서 나눠 준 예쁘고 상징성도 풍부한 융 세미나 로고도 받고 일명 샘이 짜오신 내년 세미나 일정과 책 목록을 보며 의논을 했다. 2013년에 융 전집도 버거워하며 읽었지만 이번에도 만만치 않은 책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책 두께부터 목침을 능가하는지라 읽다 포기하고 베고 누워 자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래도 같이 하는 동지들이 있으니 자다가도 일어나 꾸역꾸역 읽어갈거란 믿음은 있다. 2014년 융 세미나의 씨앗문장은 ‘생산성을 높이는 원년이 되자’ 이다. 그래서 10월에는 그동안 읽은 책을 바탕으로 토론하여 주제를 정하고 11월에는 에세이를 발표하기로 했다. 더불어 신화테마여행을 겸한 해외세미나까지 계획하고 있으니 정말 행복한 1년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융 세미나란 공부의 장에 접속하고 있는 것이 행복하지만 동시에 나의 한계를 맞닥뜨리는 것이 괴롭다. 이진샘이 융 세미나까지 나를 이끈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나르시시즘’이라고 대답했던 것과 같은 지점일 것이다. 변화를 원한다고 하지만 내게 있는 것은 하나도 덜어내지 않고 내게 없는 날개를 달고 싶어하는 나를 본다. 내 사전에 ‘변화’는 교묘한 줄타기인가보다. 욕망의 배치를 달리하지 않으면서도 변화를 원한다고 말하며 변하지 않으려 용트림하는 줄타기다. 직면하기 두려워하고 위험은 늘 회피하며 살아온 삶이라 고백하는 나에게 우리 샘들은 그런 회피도 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며 ‘안전과다’의 상태라고 진단을 내렸다. 어쩜 무의식적으로는 ‘안전과다’의 상태라는 것을 느끼고 더 불안해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상태로 쭉 갈 수 는 없을 거라는 것, 고여 있으니 터질거라는 것, 밖에서 터뜨려지는 것보단 안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길을 내서 터보자는 꼼수를 부리는 거다. 일명샘 말대로 병화일간에 식상이 없는 내가 하는 ‘날로 먹기’인 셈이다. 그러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줄타기하며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공부하면 변화가 오긴 오냐고 엄살을 부리고 있다. 모여서 부대끼며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껍질이 벗겨지기도 하고 교묘한 줄타기에서 과감하게 줄을 끊고 어느 쪽으로든 굴러 떨러지고 싶은 맘이 들거라는 우리 샘들의 진심어린 말들을 붙잡고 싶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융 세미나를 하면서 진정으로 내 욕망의 배치가 달라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


 맛있는 해물찜으로 저녁을 먹고 따뜻한 자몽차를 마시면서 송년회를 마무리했다. 우리의 용남샘이 아프셔서 함께하지 못하고 현주샘과 송희샘도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음주와 가무가 빠진 송년회였지만 일명샘, 경희샘, 소임샘, 이진샘 모두 함께 융 세미나에 대한 무한 긍정과 동지애를 나눈 따뜻한 시간이어서 즐겁고 감사했다. 

댓글목록

경희님의 댓글

경희 작성일

안전과다 , 날로먹기, 거의 모든 사람들의 지병이지요 아닌 척 할 뿐~^

일명님의 댓글

일명 작성일

샘, 그날 4자성어가  난무했죠? 음식권력까지 ㅋ 무서운 나르시시즘의 껍질을 조금씩 벗겨가면서 즐겁게 공부해보아요.^^새해에는 융팩토리의 생산성을 높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

이진님의 댓글

이진 작성일

생산성 높이는 원년...ㅋㅋㅋ 샘 이러다 우리 공장 되겠어요 여튼 참 많은 화두가 오고 간 자리였습니다.그렇게 힘든 말들을 그렇게 즐겁게 할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답니다^^ 종숙샘의 자기고백적인 후기 잘 읽었습니다.서로 거울도 되어주시니 감사하고요 샘 우리 언젠가는 나르시시즘에서 벗어날 날이 오겠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