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머튼 영성 세미나 시즌 2_2주차 후기 > 세미나

세미나

홈 > 세미나 > 세미나

토머스 머튼 영성 세미나 시즌 2_2주차 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Jisu 작성일23-04-15 12:04 조회520회 댓글4건

본문

토머스 머튼의 자서전 칠층산 제13장 지옥의 써레질과 4장 장터의 아이들은 토머스 머튼이 사춘기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 가던 시기, 런던 남부의 작은 시골 마을인 오컴의 기숙학교부터 케임브리지 대학, 그리고 뉴욕 컬럼비아 대학 재학 시기의 일부를 다룬다(1929~1937). 이 시기 머튼은 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죽음을 겪는다. 다섯 살에 이미 어머니를 잃었고 이후 동생을 전쟁에서 잃게 되니 육친의 죽음을 인생의 전반에 모두 겪은 셈이다. 지옥의 써레질, 장터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머튼은 이 시기에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개의치 않고 장터에서 계속 노는 아이처럼 비참한 영혼의 어둠 속에서 방황한다.

그러나 이 시기의 머튼에게도 은총의 빛이 비추는 순간들, 회심의 기회들이 있었다. (‘제가 하늘로 올라가도 거기에 당신 계시고 저승에 잠자리를 펴도 거기에 또한 계십니다’). 케임브리지 대학 입학 전 로마 여행을 하면서 성당의 순례자가 되어 감동을 받기도 했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신을 찾아와 하느님한테서 온 내적 빛을 전달해 주는 것 같은 강렬한 체험을 하기도 했지만, 머튼은 다시 쾌락의 탐닉에 빠지게 된다.

머튼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빛과 어둠의 숨바꼭질에서 움켜쥐었다가 놓았다가 움켜쥐었다가를 반복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머튼의 탁월한 점은 우리 대부분이 자신의 심장에 박힌 화살을 보지 못하는 반면, 머튼은 쾌락의 한가운데서도 자신의 심장에 박힌 화살의 고통을 강하게 느꼈다는 점이다. (‘진실로 많은 이가 너무나 늦게까지 깨닫지 못하는 진리가 있다. 그것은 피하려고 애쓸수록 더 큰 고통을 당한다는 진리이다. 상처입을 것을 두려워 하는 만큼 더 작고 사소한 것에서조차 괴로움을 당하게 마련이다’)

자신은 이기심과 탐욕에 빠진 20세기의 인간이 되었다고 선언한 머튼이 어떻게 세속적인 쾌락과 성공의 추구에서 방향을 돌릴 수 있었을까? (‘자본주의의 부드러운 자비심 아래 발전된 이른바 물질주의 사회문화는 세속주의의 극한점으로 보이는 것을 생산해 냈다’) 우리가 그의 여정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도 방향을 돌려보고 싶기 때문이고 우리도 희미하게나마 자신의 심장에 박힌 화살의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의 심장에 박힌 화살을 기독교에서는 원죄라고 할 것이고 불교에서는 무지라고 할 것이다.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구원(‘사랑만이 우리 자신의 이기심이라는 황무지에서 우리를 구출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랑은 모든 영적 생명력과 행복의 원리다’)일 수도 있고 깨달음일 수도 있다. 구원도 깨달음도 홀로가 아니라(‘하느님의 사랑의 섭리에서는 다른 사람의 기도로 은총이 부여된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어떤 이의 기도로 나는 갇힌 줄도 모른 채 지옥에서 구원받게 되었다’) 나에게 친절을 베푼 존재, 나의 무지를 자각하게 한 존재,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존재들 덕분에 또는 탓에 가능하다.

머튼의 무릎 꿇음은(‘내 힘만으로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번민 앞에 나는 재빨리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바로 이 낭패가 나를 구원하는 기회가 되었다’) 자신의 교만함에 대한 통렬한 자각이고 항복이다. 우리가 두려워서 버티고 버티는 항복이 그에게 어떤 길로 전개될지 칠층산에서 계속 읽어 나갈 것이다.

장터에서 노는 아이는 어둠이 내리면 결국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각자 돌아갈 집은 다를 수 있지만,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자신에게 질문해 보자. (‘그대가 그르다 하여 내가 옳다고 할 수 있는가? 그대가 악하다고 하여 내가 선하다고 증명할 수 있는가’)

 

댓글목록

파란타조님의 댓글

파란타조 작성일

장터에서 노는 아이는 어둠이 내리면 결국 집으로 돌아간다. 저는 이 구절이 맘에 남네요. 오늘도 어떤 집을 꿈꾸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지수쌤 잘 읽었습니다~~

비아토르님의 댓글

비아토르 작성일

쌤들이 각각 암송해 주신 문구들과 감동적으로 어우러져 있는 후기 읽으면서 머튼의 생애와 고뇌를 다시금 깊이 묵상해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밥님의 댓글

김밥 작성일

'자신의 심장에 박힌 화살'..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립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마고함니님의 댓글

마고함니 작성일

지수쌤 감동적인 후기 잘 읽었어요.
'우리도 방향을 돌려보고 싶기 때문'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특히 생애 후반에 들어서니 더욱 더 그런 마음이 강렬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