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머튼 영성세미나 시즌2] 5주차 후기: 칠층산 마무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밥 작성일23-05-05 19:55 조회354회 댓글2건본문
“책은 끝났으되 탐구는 끝나지 않았노라”
칠층산을 마무리 짓는 토머스 머튼의 한줄처럼,
우리 역시, 그의 책을 또 한권 덮었지만, 그의 영성을 향한 우리의 탐구는
마치 출발점에 다시 놓인 것처럼 두둥둥~ 박동치고 있었다.
이 책의 부제에서 보듯, 현실의 ‘감옥 놀이‘(prisoner’s base: ‘보물섬 찾기 놀이‘로 번역)에서 시작하여
수도원의 “감미로운 자유의 맛”으로 마무리 지어진 [칠층산]을 읽고 나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의 마음은 충분히 이를 따라왔는가?”
그래, 책은 다 읽었어. 그런데 우리는 마음으로 충분히 토머스 머튼의 여정을 따라왔는가?
그의 ‘끝나지 않는 탐구’를 따라왔는가? 그저 텍스트만을 따라온 것은 아닌가?
현실의 ‘자유’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와는 반대로,
현실을 '감옥'으로, 수도원을 '자유'로 정의했던 그를 우리는 뒤따를 수 있는가?
아니 적어도 공감할 수 있는가? 우리에겐 어디가 자유이고 어디가 감옥인가?
우리의 ‘자유‘가 ’진짜 자유‘ 맞나?
대학에서의 교수 생활 역시 거의 성직자처럼 지냈을텐데, 그것을 안온함과
‘십자가를 짊어지지 않는 무기력함’의 나날이라고 여기고 이를 박차고 나왔던 머튼처럼,
우리는 자신의 편안한 삶에서 박차고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아니, 크던 작던 우리는 우리의 십자가를 진정 기쁜 마음으로 짊어지고 있는가?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그 사실이 바로 성소가 있다는 증표일지도 모른다”는 마크 교수의 한마디가
화살이 되어 가슴깊이 박히면서, 자신의 성소를 문득 깨달았던 머튼처럼,
우리는 우리 가슴에 깊이 박힌 화살을, 화살로 알아볼 수는 있을까?
혹시 모른척 눈감아 버리지는 않을까? 그러면서도 단지, 무언가 다른 증표를 원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
우리는 끝도 없는 질문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소소하게, 이렇게 적나나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까?
이런 부끄러움과 이런 속마음을 이렇게 정직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
자신의 속깊은 사정을 이렇게 세상에 드러낼 수 있을까?
머튼 자신의 말처럼, ‘본성을 거스르는 정직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글 한줄 한줄을 읽어나가면서,
우리는 그의 정직함을 통해 우리 안의 모순과 역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나의 이 부끄러운 모순과 역설을 민낯 그대로, 환한 빛 아래 드러내는 것.
얼마나 귀하고 빛나는 순간인가. 얼마나 흔치 않은 만남인가.
“수도자의 영혼은 그리스도께서 탄생하러 오시는 베들레헴이다” 라는 그의 글처럼,
우리는 머튼을 통해서 우리의 베들레헴에 한발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그의 ‘성덕, 완덕’으로 향한 열망이 우리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고.. 우리는 서로를 도닥였다.
‘새롭게 성인을 알게되는 것은 ‘하늘에 위대한 친구’를 둔 것과 같다‘는 머튼의 고백처럼,
우리도 [칠층산]을 통해 머튼이 우리의 든든한 친구로 다가오는 듯한 큰 선물을 받게 되었다.
“고마워, 위대한 우리 친구 머튼”
댓글목록
비아토르님의 댓글
비아토르 작성일연아쌤 감동적인 후기 읽으면서 지난 주 나눈 얘기들이 새록새록 가슴에 새겨집니다. 지난 주 들려주신 '화살의 경험들'도 떠오르네요. 귀한 사귐과 나눔에 항상 감사합니다^^
김밥님의 댓글
김밥 작성일에궁, 감사합니다 ㅎㅎ 저는, 선생님들이 함께 나누신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일 뿐인걸요. 마음 속 귀한 이야기들을 나눠주신 벗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