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클래식] 2월 17일 세미나 후기 > 세미나

세미나

홈 > 세미나 > 세미나

[로드클래식] 2월 17일 세미나 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예진 작성일14-02-23 12:31 조회3,164회 댓글0건

첨부파일

본문

 
안녕하세요. 지난 주 『서유기』 2권을 발제한 예진입니다.
 
저는 요즘 웬 일복이 터졌는지, 지난 며칠 간 여러 사람 밥 먹이고 청소하고 돈 벌어오는 데 열중하다 보니
이제야 후기를 올리게 되었네요.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서유기』 2권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건 삼장법사라는 캐릭터의 의외성이었는데요.
당 태종이 모시는 큰 스님이자 말썽꾸러기 제자들을 깨달음의 길로 이끈 스승이라고 하니까
저도 모르게 그에게 뭔가 대단한 걸 기대했었나 봅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영화에 나오는 영웅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과 오랜 수행으로 닦아진 무술 실력, 그리고 보너스로 평범한 중생들은 넘볼 수 없는 신비로운 능력까지.
그 모든 걸 두루 갖춘 초월적 캐릭터를 은연중에 그리고 있었던 거지요.
  
그러나 실제 소설 속 삼장법사는 무술은커녕 버젓한 재주 하나 가진 게 없고
무슨 일만 생겼다 하면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리는, 순둥이 중의 순둥이였습니다.
그렇다면 의문이 들었어요. 이렇게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그 험한 서역행 길을 갈 수 있었던 거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질문에는 이미 하나의 전제가 깔려 있었던 것 같아요.
모험, 혹은 고행의 길은 어떤 완성된 주체, 완벽한 영웅만이 갈 수 있는 것이라고 하는.
그 모험의 과정 속에서 그가 계속해서 변화해 간다는 사실은 간과한 채 말이지요.
앞으로는 각 인물들이 새로운 상황을 만나면서 변해가는 모습에 좀더 초점을 맞추어 읽어볼까 합니다.
어쨌든 위 질문에 대한 제 나름의 해답은 위에 첨부한 발제문에 적어보았으니 참고하시고요.
 
곰샘께서는 이런 삼장법사 캐릭터에 대해서
이렇다 할 재능이 없었기에 그가 오히려 수행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가 만약 이런저런 잔재주를 부릴 수 있었더라면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처럼 사사로운 유혹에 쉽게 넘어갔을 거라고 말입니다. 어찌 보면 『서유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요괴들은 모두 저마다의 ‘화려한’ 재능을 차마 내려놓지 못해 요괴가 된 자들이니까요.
또 한편으로는 삼장법사가 그토록 ‘무능’했기에 제자들이 스승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각자 스스로의 힘으로 넘을 수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도 하셨어요. 부모나 스승이 재주가 많으면 자식이나 제자들이 자꾸만 의존하려 하게 마련인데, 삼장법사의 제자들은 의존은커녕 겁쟁이 스승을 어떻게든 잘 보살피고 수호해야 할 책임을 떠안고 있었으니까요.
어쨌든 이처럼 우리의 통념으로부터 벗어난 삼장법사의 행태, 권위적이고 엄숙하기보다는 지극히 평범하다 못해 때론 우습기까지 한 그의 모습이 『서유기』라는 소설에 색다른 묘미를 더하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다음 세미나 시간인 2월 24일에는 『서유기』 4, 5권을 읽어 와서 만납니다.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캐릭터 하나하나가 점점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오네요.
특히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의 입담은 시간이 갈수록 무르익는 듯!
그럼 선생님들 즐독하시고 내일 또 뵈어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