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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클래식] 2/24 후기: 서유기 4-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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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밝을曉 작성일14-03-01 14:48 조회2,8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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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로드클래식 세번째 주 발제자 효진입니다.
이번 주에는 서유기 4,5권을 읽어와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참! 새로 오신 분이 계셨어요. 승무원 생활을 18년째 하다가 작년에 그만두고 로드클래식 세미나에 접속하게 되었다는 이경아 샘. 반갑습니다. ^^
 
 서유기 4-5권. 이번에도 삼장 법사 일행은 우리에게 파란만장한 여행기를 선사했습니다. 정말 도를 구하고자 하는지를 시험하는 관음보살의 함정(?)에 걸리기도 하고, 길을 가다 우물 밑에 3년 동안 수장된 왕을, 그리고 노예가 된 스님들을 얼결에(!?)구하기도 합니다. 또 험한 자연환경의 위력에 압도당하기도 하지요. 요괴 홍해아의 불구덩이와 흑수하와 통천하 요괴들이 바로 주인공들입니다.
 
울면 안 돼 손오공!
 
 그 거친 여정 가운데 손오공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소불위 힘을 자랑하던 손오공이 홍해아의 연기에 질식해 죽을 뻔 하다 살아났습니다. 게다가 손오공은 '울음보'를 터뜨렸습니다. 툭하면 울곤 하는 스승 삼정법사에게 감염이라도 된 걸까요? ㅋ
사오정은 손오공을 부축해 소나무 숲으로 와서 앉혔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손오공은 정신이 돌아오고 기가 잘 돌게 되자, 하염없이 두 뺨 위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어요. "사부님!
지난날 위대한 당나라 나설 때/ 바위 앞에서 나를 재앙에서 구해주셨지./ 수많은 산과 물가에서 요괴 만났고/ 천신만고 고생으로 창자를 도려내는 듯했지./ 아침 공양은 탁발해서 되는대로 먹고/ 참선하며 저녁에는 숲 속에서 자기도 했네./ 오롯한 마음으로 공과를 이루기만을 바랐는데/ 오늘 이렇게 다치게 될 줄 어찌 알았으랴?   - 솔 출판사, 서유기 5권 p47
 예전에 손오공은 싸움 밖에 모르는 전쟁광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손오공에겐 길을 함께 걷는 스승과 도반이 생겼습니다. 물론 아직도 전투 자체를 즐기는 건 여전합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앞뒤 분간없이 여의봉부터 꺼내고 상대를 죽이진 않습니다. 그리고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선 힘만으론 어렵다는 것을 여러 차례 전투를 통해 체득했습니다. 그래서 힘대결을 하기 전에 요괴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합니다. 
 요괴, 즉 마음의 번뇌로움과 상대를 하려면 먼저 그 정체를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요가의 위파사나 관법이나 불교의 수행법을 떠올려보면 쉽게 납득이 갑니다. 그 마음의 정체를 알면 80%가 해결이 됩니다. 감정이 일어날 때 그 감정의 실체를 알지 못하면 결코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너무 탁해서 속이 안 보이는 흑수하와 얼어붙어 흐르지 않는 통천하, 그리고 끄려고 하면 점점 커지기만 하는 홍해아의 불구덩이는 인간의 감정이 일어나는 형상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겹겹이 일어나는 짙은 파도 검은 물을 뒤집고/ 번갈아 일어나는 어지러운 물결 검은 기름처럼 휘몰아치네.(...) /온 땅의 먹물 세차게 흐르는 듯, 천 리에 덮인 재 도도히 출렁이는 듯 / 떠오는 물거품은 숯가루 쌓인 듯하고, 꽃처럼 부서지는 물방울은 석탄을 뒤집는 듯하네.
 그래서 곰샘은 말씀하셨습니다. 번뇌로움을 만나면 먼저 탐색을 해야 한다고. 우주적 차원에서 그 정체를 찾다보면 지성, 지식이 트인다고 합니다. 곰 샘 또한 과거 아팠을 때 동의보감과 만났다고 해요. 검색을 전후좌우로 하다보면 출구가 열린다네요. 세상 이치에 트일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무엇을 보아야 할까요?
  그 중에 하나가 무엇이 길을 가로 막고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서유기 안의 세상은 천상과 지상, 인간과 보살이 뒤섞여 만든 인연으로 구성된 장입니다. 그러므로 인연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면 해법을 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문제를 풀 때 조급한 마음을 먹는 건 금물이랍니다. 문제를 풀려는 데 급급해 그 문제를 지나쳐 버리면 더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고요. 삼장법사 일행도 그랬습니다. 강을 빨리 건너려다가 요괴의 술수에 걸려 물에 빠져버렸구요. 하지만 그것을 뭐라고 할 수만 없는 게 매번 함정에 빠지는 삼장법사 덕에 다른 중생들을 구할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니까요. 그들의 여정으로 인해 수 많은 번뇌로움- 크게 한 국가의 번뇌로움이 해결되기도 합니다.
 
길에서 만난 스승과 제자
"제자 손오공은,
계를 받아 불문에 귀의한 후로/ 나를 보호해 서쪽으로 온 그 은혜 깊구나./ 같은 날 큰 도를 이루길 바랐건만/ 어찌 오늘 네가 먼저 저승으로 돌아갈 줄 알았겠느냐?/ 살아선 오로지 불경 구하려는 마음뿐이었으니/ 죽어서도 여전히 부처님 생각하는 마음 남아 있겠지./ 만 리 길 떠날 영혼이여, 잠시 기다리게나. / 저승에서도 귀신 되어 뇌음사로 가자꾸나. p199
 차지국에서 도사와 법력 대결을 벌이다가 손오공이 죽은 줄 알고 삼장법사가 제자를 추모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대목 뿐 아니라 책 곳곳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의 애틋한 정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삼장법사와 제자의 관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런 이미지를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손오공이 오히려 삼장법사보다 의연하기도 하고, 스승이 마음이 약해지는 것에 틈틈이 바른 소리를 하니까요.
 곰 샘 말로는 길을 함께 하는, 혹은 생활을 함께 하는 사제관계는 정착촌에서의 그것과 다른 관계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정착촌에서는 보통 선생이 제자에게 배풀어줘야 하는 처지인데, 맨 몸으로 여행을 하는 이들의 경우 관계가 평등합니다. 오히려 제자가 선생의 생계를 책임지지요. 물론 존경심과 애정은 그대로 있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빈 몸으로 여행하는 삼장법사에게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 용마는 그야말로 존재 자체만으로 보물입니다. 이들 사이엔 권위와 계보가 자랄 수 없습니다.
 싸우고 빈 손으로 다시 떠나는 삼장법사 일행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곰샘은 이것이 구도와 혁명의 길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요. 과거의 영화를 끌고 가서는 구도와 혁명을 할 수 없다. 계산을 끝내고 빈털털이로 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어떻게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인식할 수 있을까요? 계속 서유기를 읽어가면서 배워보도록 하지요. ^^
 
 ** 다음 주는 6, 7권을 읽기로 했습니다. 재희 샘, 관식 샘이 간식과 발제를 맡아주시기로 했어요. 그럼 다음 주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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