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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융 세미나>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3.4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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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인 작성일14-03-27 23:58 조회3,814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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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3, 4부를 지난주에 이어서 달렸다. 늑대 여인인 저자, 에스테스는 독자를 등에 태우고 달리며 잃어버린 야생의 본능과 퇴화한 아니무스를 일깨우고 있다. 창조적인 삶을 꿈꾸고 영적인 굶주림을 느껴 본 여성이라면 에스테스와 함께 달려야 할 것이다. 욕망이 강할 때 쉽게 덫에 걸리고 독에 물리는 위험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본능을 잃었을 때 어떻게 덫에 걸리고 올가미를 쓰는지 그녀는 민담이나 동화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보여주고 회복과 치유의 방법 또한 제시하고 있다.

 

빨간 구두혹은 분홍신이야기를 기억하는가? 빨간 구두를 신고 멈출 수 없는 춤을 추다 결국은 발목을 자른 소녀, 안데르센이 재구성한 잔혹동화이다. ‘악마의 무용화’ ‘악마의 뜨거운 신등 여러 이름으로 전해오는 이 이야기는 안데르센이 주고자 했던 교훈을 뛰어넘는 심리적 진실이 있다.

 

안데르센의 이야기와는 달리 가난한 고아소녀는 오랫동안 헝겊 조각을 모아 빨간 신을 만든다. 초라하고 반짝반짝 빛나지는 않지만 소녀에겐 소중한 신발이다. 손수 만든 빨간 신은 정신적 위안, 황폐한 삶에서 벗어난 열정적인 삶, 노예같은 삶에서 벗어난, 창조하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 열정과 만족을 느끼는 야성적인 삶을 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획득한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런데 소녀는 빨간 신이 주던 소박한 기쁨을 할머니의 호화로운 금마차에 올라타면서 잊어버리게 된다. 안락하지만 영적으로는 열등하고 속박된 삶은, 자신을 포기하고 남의 가치관에 쉽게 순응하고 아무런 비판없이 사회적 야망에 떠밀린다. 이것은 결국 자신의 빨간 신을 파괴적인 불에 내던지는 행위다. ‘빨간 신을 태워버려 영적인 기아상태에 있는 여인은, 빨간 구두를 신고 통제 불능의 춤에 빠진 소녀처럼 원래의 빨간 신과 비슷한 것이면 무엇이든 가지려고 손을 내밀어 탐닉하고 중독된다. 이를 분석심리학에서는 자아상실이라 부른다고 한다.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고 멈출 수 없는 춤을 추며 끔찍한 날을 보내던 소녀가 내면의  힘으로 실수를 깨닫고 자신의 발을 잘라 그 지옥에서 탈출한 것처럼 본능에 상처입고 밑바닥을 헤매며 고통스런 시간을 보낼 때 오히려 가장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던 야생의 본능을 깨우는 계기가 될 수 도 있다. 에스테스는 잃어버린 야생의 본능을 되찾기 위해서는 우선 어떻게 그것을 잃었는지 되돌아 볼 것, 건강한 본능을 가진 이들을 관찰하고 주변에 귀 기울이고 진솔하게 행동할 것, 자신의 기쁨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 오랫동안 어려움을 견뎌야 할 것 등 회복과 치유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꾼 삶이 주는 즐거움 없이는 살아가기 어렵다라고 이야기 한다. 

 

본능을 단련하고 마음껏 소리치고 원하는 것을 차지하라. 또 그것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내고 눈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모든 걸 들여다보고 관찰하고 빨간 신을 신고 춤을 추라. , 그 빨간 신은 반드시 직접 만든 신발이어야 한다.”(p 250)

 

이 이야기의 방점은 손수 만든 빨간 신이다. 소녀가 오랫동안 헝겊조각을 모아 빨간 신을 만든 것처럼 빨간 신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만들면서도 주위의 것과 비교하면서 초라함을 느끼거나 아예 팽개쳐 버리려고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남이 사주는 근사한 빨간 신이 아니라 내손으로 빨간 신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면 그 길에 들어설 것이고 결국은 자신의 빨간 신을 완성할 것이다. 우리는 '손수 만든 빨간 신'을 신고 열정적으로 춤을 추다가 때로는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가거나 넘어질 런지도 모른다. 그 신발이 빨간 색이라는 것은 삶이 고난과 열정 모두 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니  물질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손수 만든 빨간 신'을 벗어 버리게 하는 금마차의 유혹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댓글목록

일명님의 댓글

일명 작성일

빨간신이야기를 또 다른 시각으로 보게된 계기가 된듯합니다. 각자 손수 만든 '빨간신'을 갖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진님의 댓글

이진 작성일

자신이 만든 빨간 신이 나오는 이야기 버전과 그렇지 않은 버전이 얼마나 다르게 읽힐 수 있는지 알고 흥미로웠습니다. 빨간 신 이야기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해요~~쇼윈도우에 놓여진 반짝거리는 에나멜 구두가 아니라 오랫동안 헝겊 조각을 모아서 깁고 기워 만든 소박하지만 단단하고 귀여운 빨간 신이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