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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끼호테 1권 중후반부 말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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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리향 작성일14-04-04 12:12 조회3,0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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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클래식 세미나
돈 끼호테 1권 중후반부 발췌          2014331일 이경아
 

 

  발췌에 앞서 이런 좋은 수업을 이끌어 가는 곰샘과 여러 학인들에게 감사드린다.
오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2년여 시간동안 남는 시간을 어찌 보내야 할지,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고민하며 방황하고 있었다. 같은 또래 학부모들과 어울려 수다 떨고 맛 집 찾아다니는 것도 6개월 지나니 재미없고 보이차 배운다, 커피 배운다 하며 쓴 돈이 얼마이던가? 이런 나에게 로드클래식은 사막의 오아시스요, 경상남도 진주에서 운석을 찾은 느낌처럼 반갑고 귀한 수업이다.
  몇 년 전부터 곰샘의 이름을 들어왔지만 선뜻 찾아오기가 쉽지 않았다. 이제야 인연이 다았나 보다. 방황하지 말고 좀 더 일찍 올걸 하는 후회도 되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로드클래식수업이 이토록 간절하게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서유기 수업 중 곰샘과 여러 학인들이 짚어내는 행간의 의미를 들으며 나는 책을 읽고 온 게 아니라 글자만 읽고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 읽을 땐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곰샘이 짚어내는걸 보며 절로 감탄사가 나오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런 벅찬 감동을 안고 수업을 듣던 중 첫 번째 위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 왔다. 돈 끼호테 발췌~ 에고 학창시절 레포트 써 본 이후로 긴 글을 써 본 적이 없고 회사 다닐 때도 사건, 사고에 대한 경위서나 보고서만 써봤을 뿐인 내겐 나름 큰 시련이 닥친 거다. 발췌를 마음에 두고 책을 보니 내용은 커녕 글자도 눈에 안 들어오고, 자꾸만 감기기운이 있는 것처럼 여기저기가 욱신욱신 아프고, 왜 이리 집안대소사는 이번 주에 많이 생기고, 그간 연락 없던 친구가 밥 먹자 하고, 날짜는 계속 지나가고,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기까지 했다. 어차피 내 맘 깊은 곳에 있는 갈증들을 풀어가기 위한 과정이니 눈 딱 감고 재주 없음을 커밍아웃 하며 일단 써보자. 곰샘도 처음부터 글을 잘 썼거나 통찰력이 있었던 건 아닐 테니까~
 

신부와 이발사가 돈 끼호테를 구하러 가서 겪은 일
 

산속에서 홀로 고행을 하고 있는 돈 끼호테를 구하기 위해 신부와 이발사는 객줏집에서 변장을 하고 싼초빤사와 함께 떠난다. 산속에서 고행을 하는 돈 끼호테를 보니 얼마 전 읽었던 신문기사가 생각났다.
  퍼포먼스 작가 김미루 개인전 - 돼지 사육장에 이어 사막에서 낙타 옆에 벌거벗고 서서 사진을 찍었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차로 4시간 떨어진 사막에 터전을 만들어 10분 거리 바위산에 가야 와이파이가 터지고 태양열 전지를 충전해서 전력을 쓰며 2년째 살아가고 있단다.
현지인 조차 이해하기 힘든 생활이여서 요르단 현지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까지 찍어 갔다.
낙타가 생존 경쟁을 피해 사막으로 들어가 제 몸을 적응시켰듯 본인 역시 사막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느리고 명상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중앙일보 3/27일자)
그런데 꼭 벌거벗고 해야 했나? 그녀는 어떤 것에 꽂혀서 아니 무엇을 얻고자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세계적인 관심? 유명세? 돈 끼호테가 산속에서 고행 하는 거랑 뭐가 다른 걸까?
 

  싼초빤싸가 주인을 찾으러 간 사이 신부와 이발사는 달콤하고 사랑스런 노래 소리를 듣게 된다. 그는 바로 비련의 주인공 까르데니오.자기를 도와준다고 믿었던 돈 페르난도의 배신으로 사랑했던 루스신다와 돈 페르난도의 결혼식을 창문 틈에서 몰래 지켜봐야 했던 까르데니오는 루스신다가 결혼 서약 맹세 후 쓰러지는 걸 보며 집을 나온다. 죽이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떠나와 이 산골짜기에서 정신 분열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때 이들은 누군가가 하소연 하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또 한명의 비련의 주인공 도르떼아. 비록 농부의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감출 수 없는 우월한 미모의 소유자. 맙소사! 그녀가 바로 돈 페르난도가 루스신다를 알기 전, 한 때 사랑하고 농락했던 그 부잣집 처녀 도르떼아 라니 기가 막힌 만남이다.
  까르떼니오는 그녀를 통해 결혼식 이후 루스신다가 집에서 나가 행방불명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한편 도르떼아는 돈 페르난도를 못 찾아 어찌할 바를 모르던 차에 자신을 찾는다는 방을 보았고 이미 집에서도 신임이 떨어졌음을 알고 도시에서 빠져나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으며 지금 이렇게 혼자 숲 속에 있는 거였다. 까르떼니오는 자기의 복수는 하늘에 맡기더라도 루스신다가 돈 페르난도 손에 들어 갈 때 까지 보호해 주기로 한다.
 이들은 또한 이발사와 신부로부터 돈 끼호테가 미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무사히 집으로 데려 가는 일을 돕기로한다.
이제 도르떼아는 미꼬미꼰 대왕국의 미꼬미꼬나 공주이고 사악한 거인을 죽이고 복수하기 위해 돈 끼호떼를 일부로 찾아 온 거다. 주인만큼이나 허황되고 엉터리 생각을 갖고 있는 싼쵸빤싸는 주인이 진짜 황제라도 될 거 라고 믿고 있다. 미꼬미꼬나 공주는 돈 끼호테에게 자신의 청을 부탁하고 그 청을 수행하는 동안은 다른 모험에 휩쓸리지 않기로 한다. 돈 끼호테는 통치할 왕국과 결혼할 여왕이 생길 거라는 희망아래 싼초빤싸는 왕국의 높은 자리를 보장 받은 채로 다함께 길을 떠난다.
 

객줏집에 오는 다양한 손님들
 

  2의 돈 끼호테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객줏집 주인. 그는 기사 소설 속에 나오는 다른 어떤 기사도 실제로 없다는 신부의 말에 발끈하고, 왕실 어른들이 허가를 내려 찍어낸 책인데 거기에 거짓말을 쓰게 하겠냐며 그 내용들을 믿는 사람이다. 하긴 지금도 주위를 보면 TV나 신문에 나온 건 확인도 안 해보고 무조건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나 객줏집 주인이나, 싼쵸빤싸나 뭐가 다른 걸까?
  객줏집에 복면을 쓴 기마대 차림의 남자들과 얼굴 가린 여자가 묵게 되는데 목소리만 듣고도 그녀가 루스신다임을 알게 된 까르데니오, 복면이 우연히 벗겨지는 바람에 신원이 노출된 돈 페르난도 이렇게 4명의 비련의 주인공들이 객줏집에서 운명적인 조우를 하게 된다.
마침내 이 이야기는 해피 앤딩 으로 끝나게 되고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감동의 눈물을 펑펑 흘리는데 우리의 싼초빤사는 도로떼아가 미꼬미꼬나 공주가 아니라는 걸 알고 그토록 기대했던 희망이 한 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에 대한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깊은 잠을 자느라 상황 변화를 모르는 돈 끼호테는 여전히 마법에 걸린 거라고 헛소리만 한다.
  새로운 손님이 객줏집에 찾아온다. 군대에서 해병대 대장까지 되지만 뜻하지 않은 불운으로 포로가 된 남자. 그는 힘든 포로 생활을 하던 중 기독교로 개종을 원하는 부잣집 딸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인간승리의 ICON인 그는 그 부잣집 딸과 함께 자신의 고향집으로 가는 중이다. 돈 페르난도의 형이 그와 함께 포로 생활을 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다음 손님은 판관과 그의 딸 클라라. 포로는 첫눈에 판관이 자기 동생임을 알아보고 지금의 처지가 처지인 만큼 나서지 못하는데 신부의 재치로 서로 감격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뒤이어 클라라를 흠모한 나머지 귀족인 아버지를 속이고 집에서 나와 그녀를 따라오고 있는 돈 루이스와 또 그를 찾으러 4명의 하인들이 객줏집에 머물게 된다.
  다음은 맘 부루노 투구와 말장식의 주인, 아니 세숫대야와 말안장의 주인인 이발사가 들이 닥친다. 돈 끼호테와 싼초빤싸를 알아 보고는 강도라고 난리를 친다. 세숫대야가 진정 투구이냐 말안장이 진정 말 장신구냐를 놓고 돈 끼호테 일행들과 이발사간의 한바탕 설전이 벌어진다.
돈 끼호떼의 미친 기질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우스운 일이고 그걸 모르는 사람들에겐 바보 같은 짓으로 보였다. 불쌍한 이발사~ 주변 사람들의 동조에 결국 체념하고 세상 법이라는 게 임금 맘대로 라며 자기는 술에 취한 것도 아니고, 아침은 못 먹었지만 죄는 안 짓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하나 바보 만드는 건 정말 쉬운 일이다. 이발사는 얼마나 억울할까?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자기는 간첩이 아닌데 주변에서 자꾸 간첩이라고 하고 증거 조작해서 여론 몰이를 해가면 결국 간첩이 된다. 체제를 유지 하도록 다들 진실을 알면서도 눈감아 주고 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도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침묵으로 동조한다. 소수의 사람들이 진실 규명을 위해 싸우지만 권력에 밀려 이슈화가 안되는 게 현실이다. 이발사 아저씨! 체념하지 말아요. 당신이 맞아요.
  다른 한편으로는 세숫대야를 맘 부르노 투구라고 집착하는 돈 끼호떼가 이해된다.
몇 년 전 내가 그리 아끼던 명품 가방의 리본을 천진난만한 얼굴로 싹둑 자르는 어린 아들을 보며 그 가방이 그 애에겐 그냥 리본달린 주머니였던 거고 나에겐 너무 갖고 싶었던 명품 가방 이였던 거다. 이 부분이 돈 끼호테 정신세계 중 유일하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물론 나는 그날 이후로 명품요괴를 다 물리쳤지만 말이다.
마침내 신부의 재치로 돈 끼호떼는 닭장에 실려 고향집으로 향한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는 객줏집은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여러 인연들, 가지각색 사연을 가진 사람들... 이런 객줏집을 보고 있노라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별이 떠오른다. 우주에서 보면 우리도 지구라는 객줏집에 여행 와 잠깐 머무르는 거 아닌가?
 객줏집에 머물고 가는 사람들처럼 다양한 스토리를 가지고 말이다. 아무튼 2권에서 돈 끼호테가 과연 정신을 차리게 되는지? 아니면 원하는 것을 얻게 될는지?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2권은 맘 편히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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