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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클래식] 12주차 <현장서유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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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혜안 작성일14-05-05 18:11 조회2,7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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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혜숙입니다. 소설 <서유기>의 여행팀에 한발 늦게 합류했다 다시 잠시 하차한 후 돌아오니, 소설이 아닌 실제 <현장 서유기>와 발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로드클래식 첫 번째 시즌도 끝나, 홀가분한 맘에 후기 생각도 잊고 있다가 뒤늦게 올립니다.(^^;;)   

 

현장스님의 능력 : 실제 현장스님은 소설 속 좀 모자란 삼장법사와 달리 거의 완벽한 인물이었다. 굳건한 의지와 명석한 두뇌, 총명함, 유연하기 이를 데 없는 언변과 소통능력, 용기와 배짱, 지혜, 훌륭한 인품까지...곰샘은 실제 현장스님의 많은 능력을, 소설 속 삼장스님은 제자들 -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과 나누어가졌음을 알았다고 하신다. 그래서 삼장스님은 모자랄 수밖에 없다고. 밴드가 아니고 혼자서 구법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현장스님은 아무튼 능력이 뛰어난 인물임엔 틀림없었다.

 

진리탐구의 열정 : 많은 능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현장스님의 구법여행이 가능한 건 당연히 아니었다. 스님이 애초 무모하기 짝이 없는 모험 여행을 시도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진리 탐구를 향한 열정이었다. 그의 목적지는 인도의 날란다 사원. 당시 지식과 학문, 지성의 성소였던 곳. 그곳에 가서 <유가사지론>을 배워 익히는 것이 스님의 최종 목적이었다. 이 경전은 미륵보살이 친히 구술하여 전해내린 것이고 인류의 지혜를 반영하는 정밀하고 심오한 불경이라고 한다. 이것을 배워서 다시 돌아와 널리 전파하고자 하는 마음, 그 간절한 일편단심이 19년간의 기나긴 구법여행과 돌아와서 다시 19년간의 번역작업을 추동하는 힘이었으리라.


천지만물과 감응하는 신체 : 구법의 길에서 만나는 가지가지 험난한 간난고초, 죽을 고비, 기적 같은 장면들, 감동적인 얘기들이 펼쳐진다. 사람과 자연과 만물들이 한데 얽혀 일어나는, 지금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 그런 일들이 소설이 아니고 실제로 일어났다니 참 재밌기도 하면서 놀랍기도 하고 믿어지지 않기도 했다.(궁금하면 읽어보세욤~^^)

어제 곰샘의 <계몽의 시대> 근대성 강의를 듣고 생각했다. 현장스님이 살았던 당시의 시공간과 지금여기 시공간의 차이. 그 시공간을 내면화하면서 살고 있는 신체의 차이를. 스님이 목적지 날란다 사원에서 공부한 기간은 대략 5년 이었다. 나머지 14년은 길 위에서의 시간이었다. 오고 가고 헤매고 순례하면서 만나는 온갖 인연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마음을 다해 관계를 맺고 배우고 설법하고 논쟁하면서 천천히 천천히 가는 길. 그 길 자체가 목적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신체와 오로지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는, ‘빨리빨리라는 속도에 길들여진 신체의 차이. 천지자연과 호흡을 같이하며 감응하고 교류할 수 있었던 신체와 천지만물과의 감응은커녕 적대적인 단절에 훈련된 근대적인 신체의 차이. 아마도 그건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근대문명의 세례를 듬뿍 받고 살아온 나의 신체가 극복해야할 만큼의 커다란 간극이자 회복해야할 지점이 아닐까.

 

마음을 지켜내는 일상 : 현장스님은 끝없이 배우려했고, 늘 배움의 길 위에 있었다, 진리를 향한 길 위에. 그렇다고 그의 삶이 아주 특별한 것이었을까. 곰샘은 말씀하신다. 일상적으로 보면, 그는 길을 걷고, 배우고, 번역한 게 다였다고. 하루에 번역 분량을 정해 놓고 반드시 하고 자는 일상이 있었다고. 비범하고 뛰어나 보이는 스님의 진정한 위대함은, 매일 매순간 한 곳으로 모아진 마음, 진리탐구를 향한 마음과 그를 지켜내는 담백한 일상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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