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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 세미나 레드 북 뒷북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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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 작성일14-05-13 15:05 조회3,659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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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쓰기를 계속 미루고 있다.
세미나를 하면서 가슴 울리게 다루었던 귀절은 하나도 생각이 안나고,
다분히 의도적으로 잊고 지내다 어느새 일 주일 지나고 이 주일 지나고.....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고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하는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가면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겠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러고 있는걸까?
융 세미나에서 레드북을 함께 읽기 시작한 날은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되던 날이다.
이제와서 보니 100% 오보였던 소식을 듣고 귀가할 때 까진 정면을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다음날부터 내 시선은 정 반대로 돌아갔다. 대놓고 외면하였다.
그러고 싶었다. 아니, 그 사실을 바라 볼 수가 없었다.
저들의 고통에 내 아픔을 실을까봐 조심스러웠고,
저들의 고통이 점점 나의 고통으로 옮겨질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고개를 180도 돌려서 피한 곳에 레드 북이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자꾸만 세월호 사건의 필연과 외면하고픈 약한 정신의 실체가 툭툭 건드려진다.
 
 나는 두렵다. 그 때 영혼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그 두려움이 네가 나에게 맞서고 있다는 증거야 !" 맞는 말이다. 그것은 그대에게
반대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것이 그대와 나 사이의 신성한 신뢰를 깨뜨리고 있다.(33p)
나는 나 자신이 두려워 하는 것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래, 그것만이 아니다.
나는 나를 무서워하게 만드는 것을 사랑하기까지 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34p)
 
네가 지금도 여전히 살 수 있는 그 생명을, 너는 살아야 한다. 행복이 중요해. 너의 행복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행복도 아니다. 오직 행복 자체가 중요해.
 행복은 사회안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있다.(28p)
 
사건을 바깥쪽에서 보는 사람들은 언제나 이미 일어난 사건 만을 보며 그 사건은 언제나 똑같다.
그러나 안쪽에서 부터 보는 사람들은 모든 것이 새롭다는 것을 안다.
일어난 사건들은 언제나 똑같다. 그러나 그 사람의 창의적 깊이는 언제나 똑같지 않다.
사건들은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사건들은 우리의 내면에 들어와서야 의미를 지닌다.(48p)
 
선한 마음을 갖고 사악한 것들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라(65p)
 
내가 이 시대의 정신에 사로 잡혀 있기 때문에, 이 밤에 나에게 일어난 것은 반드시 나에게
일어나야 했다. 즉 깊은 곳의 정신이 강력히 분출함과 동시에 강력한 물결을 일으키면서
이 시대의 정신을 멀리 씻어내야 했다.(46p)
 
융의 표현대로, 우리는. 나는 깊은 곳의 정신을 외면하고 이 시대의 정신만 쫓다가 이 꼴을 만든 것이다.
거지 같은 이 시대의 정신.
댓글목록

일명님의 댓글

일명 작성일

레드북을 읽으면서  총체적 부실이 비단 외부적 사건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새록새록 드네요.  깊은 곳의 정신과 대면해야 한다는 절대적 소명!

라인님의 댓글

라인 작성일

경희샘~시대정신에 굴복해 살면서 깊은 곳의 정신을 외면한 댓가들이 참 아프게 느껴지기 시작해요. 사실 융처럼 깊은 곳의 정신과 접속하지 못하고 레드북을 읽고 있어서 그저 짐작만 할 뿐이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보게되네요. 시대정신을 쫓아가느라 정신없고 또 그 속에서 힘들어하는 저 자신을요.ㅜ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