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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클래식2> 경계없는 시대 『주석달린 허클 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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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파 작성일14-06-15 23:18 조회2,3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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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1p~600p                  박경옥
로클 세미나가 인기(인원)가 많아 두 팀으로 나눠서 한 시간 이야기한다. 다시 모여 2명의 발제자가 읽는다. 서로 책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 생각해 본 점을 이야기한다. 처음으로 이런 경험을 했는데 나누기가 더 잘되고 훨씬 집중이 잘 되었다.
 
1800년대만 해도 어린이와 어른의 경계가 느슨했다. 아이들도 어른과 담배를 한다. 그리고 주변사람들에 대한 경계도 별로 없다. 헉이 여자애 드레스를 입고 불쑥 들어간 집, 그냥 들어갈 수 있었다. 낯선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이름을 묻고 같이 이야기하고 밥도 준다. 존재나 관계가 상당히 유동적이었다. 지금 우리 삶은 엄청 관리당하고 있다. 학생은 학교나 학원에 있어야 한다. 다른 장소에 있으면 일단 시선이 곱지 않다. 약간만 선을 벗어나도 받아들일 수 없는 시스템이 점점 견고해진다. 그런 속에서 창의적 인간을 만들라고 애를 쓴다. 미래창조부에서 애를 쓰는 데 글쎄다.
 
헉이 살던 시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떠돌아다녔다. 미국식 유목이라고 할까. 지금 헉처럼 떠도는 아이가 있으면 누가 신고하거나 경찰서에 가야 할 것이다. 헉은 술주정뱅이를 둔 외부자이고 톰소여는 모험심 좋아하는 주류 중산층이다. 우리나라 시골에서 70년대까지 흔한 풍경이었다. 지금은 다른 집이 어떻게 사는지, 심지어 형제간조차 집에 오라고 하지 않으면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청소년 헉과 흑인 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직 어른이 안 된 신체와 백인 사이의 흑인은 대체 불가능한 표지이다. 인도의 불가촉천민처럼 어디를 다녀도 표시가 난다. 그런데도 헉은 자신의 영역에서 탈영토화한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떠나고 좋은 교육을 시켜 준다는 더글러스 과부댁을 떠나 자연에서 떠돈다. 길 위에서 생존을 한다. 강 위에서 몸으로 배운다. 인생에 대해서도 학교 다니는 아이들보다 더 빨리 알게 된다.
 
헉과 짐은 생존조건이 단순했다. 생존과 자유! 그래서 세상의 위선이나 부조리를 거울처럼 비출 수 있다. 탐욕이 없기 때문에 세상을 더 잘 볼 수 있다. 지식인은 흔히 지의식이 많아 세상이 잘 안 보인다고 한다. 탐욕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 안 보인다. 강물을 따라 내려가면서 헉은 증오와 살인을 목격한다. 숙원간도 처음에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 맹목적이 된다. 서로에 대한 총질은 맹목의 극치이다. 남의 땅을 차지하며 영토를 넓힌 미국의 초기 역사가 200년이 지나 자기네끼리 이권을 가지려고 증오하며 총질을 한다. 어쩌면 당연한 업보인지도. 증오도 외면할 수 없는 끌림이다. 언제 시작되는지도 모르는 지옥의 불구덩이와 같다. 그 속에서도 도주선을 타는 사랑이 있다. 증오와 사랑은 맹목의 양면이다.
 
프랑스 왕과 공작 이 사기꾼들은 문화와 종교의 핵심적 가치의 빈틈을 너무 잘 알았다. 사람들의 심리를 심리학자보다 더 잘 꿰고 있는 것 같다. 사기를 당한 사람들은 본인만 당하는게 억울해 물귀신 작전으로 주위사람을 물고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피라미드판매도 그 사기의 한 장면일까. 광고나 대중문화도 비슷하다. 썩 재미없는 영화도 누가 재미있다고 평점을 올리면 가 본다. 별 느낌 못 받아도 SNS에 포장을 한다. 서로 물고 물리는 모습이다. 종교는 더 심하다. 집단 최음에 걸린 것처럼 열광한다. 간증을 하면 모두가 흥분 상태가 된다. 성령은 성적에너지로 될 수 있다. 어떤 아우라, 공감대가 깔리면 아무런 비판없이‘은혜’로 받아들인다. 해적으로 변장한 왕이 순식간에 모자에 돈을 모으는 모습과 공작이 인쇄물을 나눠주며 사기치는 모습을 보라. 종교가 훨씬 돈을 많이 번다.
 
원하는 게 단순했기 때문에 헉과 짐은 사기에 그리 흔들리지 않는다. 인간은 안정과 평화를 위해 정착했다. 뗏목에서 떠돌이로 사는 것보다 정착민이 더 위태한 지경이다. 그들이 사기를 더 잘 당한다. 뗏목에서는 균형이 중요하다. 매순간의 중용이 있어야 물 위에서 흘러갈 수 있다. 균형을 잡지 못하면 바로 용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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