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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클래식3> 브레이크와 바람-『그리스인 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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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파 작성일14-09-03 18:14 조회2,4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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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옥
 조르바는 뜨거운감자다. 그가 말하는 자유를 덥썩 먹고 싶지만 그 자유는 쉽지 않다. 끝까지 해보고 그 다음에 오는 해방감. 브레이크 없이 마구 달려가서야 만나는 자유이니까. 그는 지옥도 천당도 바라지 않는다. 어떤 사상도 그 앞에선 무력화된다. 그는 좋다고 기뻐하지도 안 됐다고 실망하지도 않는다.
 그가 하는 말은 불온하다. 그리스가 콘스탄티노플(이슬람)을 점령했다는 소리나 터키가 아테네를 점령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떠든다. 국가, 종교의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에겐 “뭐?뭐라고?” 하며 당장에 감옥에 처넣어 고문을 할 것 같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그의 인생엔 브레이크가 없다. 인생의 경사에서 브레이크가 없다면 끝까지 굴러 가거나 장애물에 걸려 넘어진다. 그는 야생의 바람을 맞으며 신명나게 전속력으로 달릴 뿐이다.
 
진짜 바보는 누구?
 조르바는 버섯이다. 나무가 땅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몸을 분해해야 한다. 버섯은 조용히 솟아나와 자기 소명을 다한다. 나무를 땅으로 돌아가게 한다. 조르바도 마찬가지다. ‘나’가 가지고 있던 자본을 흩뜨린다. 자기 돈으로 움직이지 않지만 당당하다. 때로는 바보처럼 굴면서 돈을 쓴다. 그의 곁엔 계집들이 따른다. 그녀들은 그보다 한 수 위다. 그녀들은 조르바를 조롱하고 물고 할퀴며 그에게서 영양분(돈)을 빼앗아 갈 줄 안다. 그는 결혼도 하고 1천번 아니 3천번이나 여자랑 자봤다고 떠벌리지만 그녀들은 세상을 떠돌지 않고도 조르바보다 더 영악하다.
 조르바가 케이블을 사러 가서 만난 롤라는 「괜찮죠,할배?」한마디하면 조르바가 어떻게 나올지 벌써 알고 있는 여자다. 무슨 말을 하면 조르바가 지갑을 열지 알고 있다. 버섯을 따서 요리를 할 줄 아는 여자이다. 조르바가 보기에 그녀는 자유를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카바레의 퇴물로 크레타의 싸구려 여관을 꾸려가는 오르탕스 부인도 마찬가지다. 조르바가 불쌍히 여기지만 그녀는 오직 지금을 살아 낼 뿐이다. 조르바가 여자도 인간일까하는 질문은 그녀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럼 누가 바보일까. 사람에겐 바보같은 구석이 저마다 있다. 가장 바보같은 놈은 바보같은 구석이 없는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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