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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클래식3> 명예와 전쟁- 일리아드 세미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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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파 작성일14-11-05 21:07 조회3,5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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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11월05일 박경옥
10월,진해에 갔다. 아침 4시반에 일어나 김밥을 싸들고 아들과 고속버스를 타고 갔다.  아들이 해경에 입대했다. 중국어선들과 싸우는 한국 해경들.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위험하다. 세월호 이후 한동안 해경(의무경찰)을 뽑지 않았다.요즘은 군대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갈 수도 없다, 아들은 그 중 빨리 가는 걸로 지원했다. 한국의 젊은이라면 군대를 갔다와야 한다. 군대 안가는 방법을 한동안 연구하던 아들도 군대에 갔다.아들을 낳을 때 ' 아들 세대는 통일이 되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을 품었었다. 지금 세대는 무엇을 위해 군대를 가야 하나.동족에게 총부리를 겨누기 위해?  전쟁이 있을 때는 영웅을 만들어내는  서사가 나온다. 
 
용기와 명예는 피를 낳는다. 트로이 전쟁에 나오는 전사들은 명예를 위해 싸운다.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시작하는 일리아스. 친구의 죽음은 전쟁에 다시 뛰어드는 이유가 된다. 가족이 죽은 사람도 전쟁에 나간다. 끝없는 전쟁이 이어진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 당시의 사람들은 죽음이 나쁜 것은 아니고 영광과 명예는 싸우다 젊을 때 죽는 것이었다. 청동기시대엔 전쟁이 일상이었다. 가문을 지키는 게 가문이 남는 비결이었다
 
명예란 무엇인가? 이것은 가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리스 로마시대의 명에는 자기 배려, 자기 절제, 윤리적 사회적 지탄을 받지 않는 것이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주어진 삶에 비겁하게 돌아가지 않는 태도다. 적(敵)은 계속 바뀔 수 있고 신(神)도 마음이 수시로 변한다. 명예와 용감함은 그 시대의  삶의 기준이자 실마리, 준거였을 것이다.
 
그리스 사람들은 전쟁을 통해 자신의 명예가 올라간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른다. 파트로클로스의 장례식엔 전차 경주와 원반 던지기, 창던지기를 했다. 헥토르의 장례식은 12일간이나 계속됐다. 트로이의 왕자이자 실질적인 권력자의 죽음답게 장례식은 성대했다. 죽음도 그 사람의 지위에 어울리게 치러준다.
 
아킬레우스는 전쟁의 전리품인 여자문제로 아가멤논과 대립한다. 그는 중요한 시점에 그리스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한 발짝 물러난다.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죽자 그는 전쟁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기원전 8C 때의 우정은 애정과 우정이 섞인 관계였다. 동양의 의리와 우정에선 섹슈얼리티는 들어있지 않다. 그의 운명은 전쟁 속의 삶이었고 전장에서의 죽음이었다. 이미 신이 그의 운명을 알려주었다고 해서 피해가지 않는다. 제우스신은 아르고스(그리스), 트로이 양쪽 다 약속한다. 한쪽만 절대적으로 사랑한 게 아니다.
 
변덕스런 신(神)이 많았던 그리스 시대는 훨씬 자연적이고 현실에 집중했다. 그들은 자연의 기운이 신의 형상으로 드러난다고 믿었을 것이다. 동양적으로 말하면 음양오행의 기운이기도 하다. 태양신 제우스가 바람둥이이고 자식을 많이 낳은 것은 강력한 힘을 지닌 신에 의지하고 싶은 인간의 바람이 아니었을까.
 
척박한 해안지대에서 바다를 통한 해상무역과 해적질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그리스 사람들은 왜 그토록 명예를 중시했을까. 상업의 신, 헤르메스는 배신도 서슴지 않는데. 그만큼 지키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했을 것이다.
 
아들은 해경에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 바다에서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배우고 오겠다고 했다. 다음에 요트를 운전할 수 있고  급할 때  수상 안전요원이  될 수 있다. 2년간의 군대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아야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명예보다  삶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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