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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푸.들 세미나] 니체 <아침놀> 5권 씨앗문장 (201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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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디아 작성일13-09-04 09:19 조회3,688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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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의 니체일기



흰 부엌, 흰 붙박이가구들, 흰 유리 통 창, 흰 바닥. 하룻밤 사이에 집이 바뀌었다. 부모님 돈에 의지해 순백의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정사각형의 비좁은 욕실과, 책이 탑처럼 쌓여있던 책상, 세 걸음만 가면 끝인 공간과 그동안의 희비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내 침대…. 모든 것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지금 난 화장을 고치는 여동생을 옆에 두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내 삶은 늘 극단을 오갔다. 내 사주가 금국 천지여서 그런 걸까. 어떻게 조응하는지에 따라 내 삶은 이 끝에서 때론 저 끝에서 펼쳐졌다. 성적, 인간관계, 남자, 돈까지. 반에서 1등을 하다가 20등을 하기도, 친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다가도 왕따를 당하기도, 단순히 여자가 필요했던 늙은 남자를 사귀다가도 지극정성인 남자를 만나곤 했다. 덧붙여 달러 월급을 받으며 고급호텔에 투숙하기도 했지만, 마을 회관 김치 냉장고 옆에서도 자곤 했더랬다. 
금국도 금국이지만 더구나 난 경금 일간이다. 불길을 만나면 바로 돌변하는 경금. 이거다 싶은, 게 있으면 이론 독파는 물론이고, 실천력도 놀랍다. 채식, 단식 등등등.   

452. 성급함 – 행동형 인간과 사색형 인간 모두에게 어느 정도의 성급함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성급함 때문에 그들은 실패할 경우 정반대의 영토로 움직이게 되며, 그 영토에 열정적인 관심을 갖고 새로운 기획에 몰두하게 된다. 


 채식 경험을 예로 들어보겠다. 우선, 윗글에서 ‘행동형’을 ‘채식’으로, ‘사색형’을 ‘육식’으로 ‘성급함’을 ‘강경함’으로 바꿔보자. 그러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된다. 도반들에게 말했듯, 극단적으로 치우치 행동은 그 극점과 맞닿아 있다. ‘왜 그럴까’에 대한 의문이 452번에서 풀렸다. 행동형이든 사색형이든 방식을 고민하는 이유는 방식이 불러오는 결과 때문이다. 채식을 택한 건 건강과 환경 때문이었다. 그러나 채식행위 또한 여지없이 봄(호기심), 여름(강경한 실천), 가을(습관형성). 겨울(회의)이라는 과정을 거쳤고, 지나친 강경함은 오히려 질병을 초래한다는 깨달음, 행위의 엄격함보다는 주체적 변용이 중요하는 깨달음 이후 결국 채식은 내게서 멀어졌다. 지금은 고기만 찾는 ‘정반대’의 영토는 아니지만, 고기가 앞에 있으면 꼭꼭 씹으며 감사하게 먹는 제 3의 영토에서 움직이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고기를 마구 먹지도, 고기를 혐오하며 멀리하지도 않는, 제 3의 영토.

더 언급하고 싶은 구절이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없어 더 쓸 수가 없다. 어쨌든 니체는 이번에도 짜릿한 깨달음과 용기를 주었다. 극단을 살았고 앞으로도 살아갈 가능성이 많은 나에게 니체는 말해주었다. 그렇게 방황하고 실패하다보면, 더 풍부한 배움으로 강력한 실천가가 될 것이라고. 그렇게 있는 힘껏 작은 실험의 주체가 되면 충분하다고 말이다.  
 
  
 
댓글목록

송씨님의 댓글

송씨 작성일

앞으로도 니체 일기 기대하겠어요.^^ 일상을 잘 들여다보는 그대의 글이 좋아요~~

나디아님의 댓글

나디아 댓글의 댓글 작성일

흐흐흐. 더 잘 들여다볼게요~캄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