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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그몸] 두 형제 이야기 : 영기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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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씨 작성일13-09-04 22:14 조회3,716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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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신형·氣」 4,5,6 조목
 

 두 형제 이야기 : 영기와 위기
 

언니와 나는 한 엄마, 한 아빠에게서 태어난 자식들이다. 그런데 요상도 하지. 성격도 그렇고 생김도 그렇고 완전 딴판이다. 언니와 간혹 쇼핑을 가면 가게 주인은 괜히 말 붙이며 친한 척 한다. “둘이 친구구나!” 언니는 자신이 어려 보여서 그런 거라며 좋아하지만, 내가 보기엔 안 닮아서 그런 거다. 언니가 쌍꺼풀 수술을 하고 나자, 우리는 완전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위기와 영기라는 애들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신간동기(腎間動氣)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6조목을 보면 기해(氣海)와 단전(丹田)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걸 보면 기의 부모라고 해도 될 듯) 이들은 영 딴판으로 논다.
 
영기(榮氣)의 운행은 수태음(手太陰)에서 시작하여 족궐음(足厥陰)에 이르러 끝나는 것으로 몸을 한 바퀴 돈다. 몸을 한 바퀴 도는 것을 자세히 보면 겉으로는 신체와 사지에 이르고, 안으로는 오장육부에 이르러 두루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따라서 그것이 50번을 도는 데는 밤과 낮, 음과 양의 구별이 없다. 그러나 위기(衛氣)가 돌아가는 것은 그렇지 않아, 낮에는 단지 신체와 사지의 바깥에 있는 양분(陽分)을 돌아 오장과 육부의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는다. 밤에는 단지 오장과 육부의 안에 있는 음분(陰分)을 돌아 신체와 사지의 밖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반드시 50번을 돌아서 아침이 되어야 비로소 영기(榮氣)와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에서 크게 만난다. ( 『동의보감』 「신형·氣」 5)
 
영기는 좀 우아한 애다. 얘는 태양처럼 항상 변함이 없이 빛난다. 그래서 부모님이 이름도 그에 맞게 지어주셨다. ‘꽃 영(榮)’. 나무에 불이 두 개 얹어져 있다. 불타는 나무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아이. 사실 이 불들은 꽃을 뜻한다. 꽃 미모를 자랑하며 자체발광하는 영기는 인품에서도 꽃향기가 난다. 부처님이 시방세계를 두루 살펴보시듯 평등안(平等眼)으로 우리 몸을 돌아다닌다. 그에게는 빛과 어둠의 경계가 없다. 영기가 있는 곳에 빛이 있으라! 반면 위기는 좀 우락부락하게 생긴데다 성격도 거친 녀석이다. 출세하면 장군이지만, 아니면 조폭이다. 그래서 이름도 성격이랑 딱 맞췄다. ‘지킬 위(衛)’. 쌍둥이 형 영기와는 달리, 위기는 해만 떴다하면 쌈박질을 하러 집밖으로 나간다. 꽃 같은 형이 집에는 꼭 들어오라고 당부하자 해가 지면 마지못해 집에 들어간다. 아침에 수태음폐경에서 형이랑 잠깐 만났다가 의견차가 난 위기는 성질을 못 참고 집밖으로 뛰쳐나간다. 

위기, 이 녀석은 집 밖을 나가서 대체 무얼하고 다니는 걸까? 위기가 걱정된 영기는 흥신소에 의뢰하여 위기의 발자취를 밟았다. 대문을 박차고 나간 위기는 화를 참지 못하고 머리 꼭대기로 올라간다. 그러고는 단숨에 등으로 내달렸다가 새끼발가락까지 뛰어내려온다. 성격이 다이나믹해서 그런지 극단적으로 움직인다. 흥신소 사람들 쫓아가느라 애먹었다. 추가비용을 달았다. 그러나 흥신소 사람들이 뒤로 넘어간 사건이 있었으니! 갑자기 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더니 과학시간에 보았던 플라나리아처럼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눈꼬리에서 두 가닥으로 나뉘더니 한 줄기는 새끼손가락 바깥으로 나갔고(수태양경), 다른 한 줄기는 새끼발가락과 넷째 발가락 사이로 떨어졌다(족소양경). 마지막 줄기는 다시 새끼손가락으로 올라갔다. 이런 젠장! 흥신소 사람들은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다시 거기로 갈 거면 왜 내려왔어!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마지막 줄기에서 분화한 위기는 귀로 올라가더니 자이로드롭처럼 툭 떨어져 발등에 닿다가 둘째 발가락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족양명경). 흥신소 사람들은 토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젠 놀랍지도 않게 위기는 또 갈라져 귀 아래에서 엄지손가락으로 갔다가 손바닥으로 사라졌다(수양명경). 신출귀몰한 위기는 발에 이르더니 발바닥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안쪽 복사뼈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눈으로 돌아간 위기. 이러기를 25회. 흥신소 사람들은 난폭한 위기를 따라다니느라 기진맥진하고 말았다. 위기라면 치가 떨렸다. 자신들을 따돌리려고 그런 것인지, 원래 저렇게 동선이 지저분한 앤이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은 스스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그런데 언니랑 나랑 닮은 점이 꼭 하나 있다. 목소리다. 목소리만큼은 엄마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아니 언니 남자친구도 구분해내지 못한다. 그래서 언니가 잠깐 건너 방에 간 사이 내가 언니 전화를 받으면, 언니 남친은 의심하지 않고 나에게 다정스레 여러 말들을 건넨다. 나는 들을 만큼 듣고는 깔깔거리며 큰 소리로 외친다. “언니 전화 왔어!” 

영기와 위기도 닮은 점이 있다. 영기가 안에서 50번 돌듯, 위기는 밖을 25번 돌고, 집으로 들어가 마저 25번을 다 채운다. 영기는 자기만 주어진 직분을 잘 지키며 살고 있다고 믿었다. 위기는 껄렁거리기만 하고 자신의 반만큼만 열심히 살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위기, 자신의 몫을 얼마나 잘 해내고 있는가! 안이든 밖이든 부지런히 제몫을 하고 살면 되는 거 아닌가! 훗날 몸을 추스르고 흥신소 사람이 영기를 찾아왔다. 흥신소 사람이 영기에게 말했다. “위기 걔, 진짜 빡쎄게 살더라! 너나 걱정해~~”

 


*참고로 저와 언니는 둘다 위기 같습니다.^-----------^
댓글목록

최민경님의 댓글

최민경 작성일

송씨..는 누구인강?? 글 완전 폭소유발입니다. 전 이런 글 사랑합니다.
우리, 아당장만나!!~~이 정도로 ㅋㅋㅋ
열렬팬됐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