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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푸.들 세미나] 니체 <아침놀> 4권 마지막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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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디아 작성일13-08-17 11:12 조회3,332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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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놀> 4권 발제

 

 

 

..들 세미나 / 2013.08.16.


 

그 때 왜 나는 숨이 가빴을까

 

2주 전 세미나에서 야동 감상고백 등 솔직한 일상을 털어놨다. 부끄러운 경험을 고백했다는 생각에 시원하기도 했고 도반들을 웃겨서 기분도 좋았다. 그런데 세미나가 끝난 후 보니, 얼굴은 벌겋게 열이 올라있었고, 호흡이 가빠오는 게 느껴졌다.

왜 숨이 가빠왔을까. 몸은 왜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 우선 399 부분을 잠시 살펴 보자.

 

399. 자기변호. - 많은 사람들은 이러저러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최상의 권리를 갖는다그러나 그들이 그것에 대해 자신을 변호할 경우 사람들은 더 이상 그를 신용하지 않으며 – 그리고 [그들에 대해잘못 생각한다.

 어떤 행위를 하고 그 행위를 변호하는 순간, 행위는 불완전해진다. 다른 방식이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해석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엔, 선택된 해석에 대한 의심과 나머지 해석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버섯처럼 피어난다. 결국 사람들은 행위를 보지못하고 해석하게 되며(신용하지 않으며), 오해를 하게 된다(잘못 생각한다).

변호하는 습관, 즉 행위를 샅샅이 훑고 곱씹는 버릇이 있었다. 다행히 배움의 힘으로 지난 상황은 금방 넘기고, 마주한 상황에 몰두하는 습관을 익혔다. 고로, 숨이 가빴던 건 발언에 대한 후회 때문이 아니었다. 원인을 니체의 책 다른부분 에서 찾았다. 393. 위험한 덕들 부분과 418. 진실을 연기하는 것. 이 두부분 에서였다.

 

393. 위험한 덕들. - “그는 아무것도 잊지 않는다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 이 경우 그는 이중으로 미움을 받는다.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기억과 너그러움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중으로 부끄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418. 진실을 연기하는 것. - (...) 요컨대 그는 배우로서의 재능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정직즉 진실을 연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숨이 가쁜 걸 발견한 순간, 의문이 들었다. 최대한 솔직해졌는데 왜 숨이 가빠온 걸까. 삶과 언어 사이의 간극이 현격히 줄었는데도, 왜 몸은 무리하고 있다고 외치고 있었을까.

그건 바로, 진실을 연기하고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말의 내용은 진실이었지만, 발언 행위 뒤엔 진실보다 거대한, 다른 마음이 작동하고 있었다. ‘솔직함간극 없음보여주려는 조바심, 이 조바심으로 이야기들을 급급히 꺼내놓은 건 아닐는지. 힘의 감정과 도반들의 감탄을 느끼기 위해 혹은 도반들을 부끄럽게 만들거나 압도하려고 말이다. 역시 뭐든 지 과한 건 안 좋다. 과해서 나쁜 건 야동만이 아니다. 진실을 말한다는 것도, 그 뒤에 작동하는 마음을 잘 살펴야 태과불급을 조절할 수 있다. 내 습이 금방 달라지겠냐마는, 몸의 반응을 잘 관찰하면 그나마 조절은 가능하지 않을까.

댓글목록

송씨님의 댓글

송씨 작성일

재밌었어요ㅋㅋ 그 고백을 듣고 난 뒤 이런 글을 써올 줄은ㅋㅋㅋ 답을 그 안에서 찾아오다니 못말려~~ㅎㅎ

나디아님의 댓글

나디아 댓글의 댓글 작성일

혜경쌤. 답을 책 안에서 찾았으니, 저 세미나 잘 하고 있는 것 맞는 거죠? 흐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