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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그몸] 동의보감 <내경편, 신형, 정> 7, 8 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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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3-08-26 18:24 조회2,873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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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당당(精精堂堂)하게 사는 법

경마에 미친 선배가 있었다. 그의 일상은 모든 것이 경마로 채워졌다. 도서관에서 들려오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는 말발굽 소리로 들려온다고 했다. 아침수업에 지각을 면하기 위해 머리를 풀어헤치고 달리는 여자들은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경주마들 같다고 했다. 그의 증상은 날로 심해져갔다. 급기야는 학교를 작파하더니 경마방에 들어앉았다. 그리곤 어느 날, 해장국이나 한 그릇하자며 나를 부른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게 다 경마로 보여. 젠장!” 해장국집 앞에 ‘안경마을’이 있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 이 축복받아 마땅한 구절은 불변의 법칙이다. 정(精)에 대해 쓰려니 나도 선배처럼 되어간다. 이제 그의 심정이 이해된다. 이리저리 정(精)을 찾아 헤매다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이른바 남성의원 혹은 비뇨기과들의 작명센스가 그것이다. 아주 죽인다. 트루맨남성의원. 진실한 남자를 만들어주는 남성병원이란다. 혹은 진짜 남자를! 길맨비뇨기과의원. 여긴 남성수술 혹은 시술 전문병원을 표방한다. ‘길’이라는 접두사가 아주 흥미롭다. 맨탑남성의원. 남성을 맨 위에 올려준다는 건지 남성들 가운데 탑을 만들어준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노림수는 분명하다. 이 가운데 놀라운 이름 하나를 발견했다. 아담스비뇨기과의원. 아담하게 해준다는 것인지 아담과 이브의 그 아담인지 혼란스럽다. 아~ 상상을 멈출 수 없다. 젠장! 모든 게... 그것(?)으로... 보인다...
 
아, 나는 왜 이토록 무더운 날 이토록 뜨거운 망상에 시달려야 하는가. 이게 다 『동의보감』 때문이다. 아니 이렇게라도 떠넘겨야 그 망상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다. 살기 위해 나는 이 순간 『동의보감』을 읽는다.^^ 『동의보감』에는 훼손된 남자들을 위한 정(精)-탈환 프로젝트를 아주 상세히 다루고 있다. 잠시 감상해보자.
 
정을 단련하는 비결. 이 비결은 전적으로 신(腎)을 다루는 데 달려 있다. 내신(內腎:腎臟)의 한 구멍을 현관(玄關)이라고 하며, 외신(外腎:생식기)의 한 구멍을 빈호(牝戶)라고 한다. 정액을 배설하지 않아 파정(破情)이 안 된 남자는 외신의 양기(陽氣)가 자시(子時)에 일어난다. 그리하여 인체의 기는 천지의 기와 서로 합치된다. -『동의보감』, 「내경편·정(精)」, 법인문화사, p.233-234
파정이 안 된 남자. 아마도 갓난애들과 삼장법사 빼고는 없을 이 남자는 인간문화재임이 틀림없다. 더구나 지금은 색(色)의 시대가 아닌가. 그런데 그 인간문화재는 시간에 맞추어 천지와 교합한다. 하루의 음양이 바뀌는 자시(子時). 그는 야수가 된다.^^ 그럼 보통의 우리 훼손된 남자들은 어떤 실정인가? “정액을 배설하고 파정이 된 남자는 몸의 양기가 발생하는 시기가 점차 늦어진다.”(234) 설마 우리가 잠들어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축시(丑時)에 발기되는 사람, 인시(寅時)에 발기되는 사람, 묘시(卯時)에 발기되는 사람, 그리고 끝내 발기되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 이렇게 되면 비로소 천지의 기와 서로 응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234) 그런데 이걸 잠 안 자고 누가 확인해주나? 무척 궁금하고 얼굴이 붉어진다.(나만 그런 거니~)
 
재밌는 건 점차 시간이 늦춰지더니 아예 천지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남자다. 불행히도 발기되지 않는 남자. 그는 천지간의 가장 불쌍하다는 환과고독자(鰥寡孤獨者)다. 만물을 생한다는 천지와 교신이 끊어져버린 남자. 그렇다고 기죽을 것까진 없다. 『동의보감』은 수시로 병 주고 약 주는 책, 그래서 끊을 수 없는 잔인한 책이 아니던가. 그들을 위한 최강의 정(精) 단련법이 이어서 등장한다. 
 
정을 단련하는 비결은 자시(子時)에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앉아서 두 손을 마주하여 뜨겁게 비벼서 한 손으로 외신(外腎)을 감싸 쥐고, 한 손으로는 배꼽을 덮은 다음 정신을 내신(內腎)에 집중시킨다. 오랫동안 계속하여 연습하면 정(精)이 왕성해진다. 서번(西蕃) 사람들은 장수하였는데 매일 밤 잠잘 때 늘 손으로 외신을 감싸 쥐고 따뜻하게 하였다. 이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동의보감』, 「내경편·정(精)」, 법인문화사, p.233-234

왜 이렇게 자시를 중요하게 여길까. 보시다시피 이유는 신(腎) 때문이다. 자시(子時)는 하루 가운데 물의 기운이 가장 강한 시간이다. 우리 몸에서 물은 신(腎)이 관리한다. 그렇기에 정(精) 단련자들은 자시(子時)에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반복되는 연습이다. 아, 이 축복받아 마땅한 만고의 진리여. 그런데 이렇게 단련을 해도 정(精)이 부족하다면? 그땐 방법이 없다. 더 가열 찬 연습뿐!^^ 이 수련기간을 거치고도 정(精)이 부족하다면 이젠 음식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 음식이나 막 먹는다고 정(精)이 생기는 건 아니다. 일단 “쌀의 정액”을 먹어야 한다. “대개 죽이나 밥이 거의 끓어갈 무렵에 가운데에 걸쭉한 밥물이 모이는데, 이것은 쌀의 정액이 모인 것이다. 이것을 먹으면 정을 가장 잘 생기게 한다. 먹어보면 효험이 있을 것이다.”(234)

보다시피 일단 밥을 잘 먹어야 한다. 라면이나 치킨, 기타 등등의 야식들로 인생을 허비해선 곤란하다. 그것들은 정(精)을 위협하는 적들이다. “달고 향기로운 맛을 가진 음식들은 정을 생기게 할 수 없고, 오직 담담한 맛을 가진 음식물이라야 정을 보할 수 있다.”(234) 요새 세상엔 환영 받기 쉽지 않은 음식들이 정(精)을 보하는 최고의 음식들이라는 것. 무미건조하고 담담한 것들로부터 정(精)이 생겨난다는 것. 하여, 『동의보감』은 일상 또한 그러하기를 학수고대한다. 이른바 평상심(平常心). 그 마음을 지켜나갈 때 정(精)-탈환이 가능하다는 것. 왠지 모르게 끌린다. 자시(子時)부터 분주해지는 남자, 담담한 음식을 가까이 하는 남자, 평상의 마음을 갖고 사는 남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정(精)이 왕성해지는 남자. 공허(空虛)한 남자가 아닌 정정당당(精精堂堂)한 남자로 사는 법. 남은 건 연습뿐이다.^^
댓글목록

약선생님의 댓글

약선생 작성일

아,,,,아,,,아담스비뇨기과라니요! 정말 놀라운 작명이었습니다. ^^;;  동의보감의 '정'편은 정말 다시 봐야 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