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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그몸]생을 생답게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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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달집 작성일13-08-27 18:52 조회2,5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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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생, 생을 생답게 사는 것
  

21. 안마도인법[按摩導引] / 22. 양생의 요결[攝養要訣]
엄마는 올해 팔순이 되셨다. 여태 살아오면서 크게 아프신 적 없었다. 늘 과식하지 않으셨고 술은 특별한 행사를 제외하고는 마시지 않으셨다. 담배는 일절 가까이 하지 않으셨다. 음식은 담백한 것을 좋아하셨다.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씻기고. 매일 해야 할 일을 거르지 않고 충실하게 하셨다. 새벽 다서 여섯 시면 일어나셨고 일찍 주무셨다. 지금도 매일 한 두 시간씩 지팡이 없이 걸어 다니신다. 엄마의 생체리듬은 규칙적이다. 그리고 강력하다.
회사를 다닐 때 힘들고 지칠 때면 엄마를 불렀다. 엄마와 같이 있는 게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했지만 희한한 건 그렇게 불규칙적이던 생활이 규칙적으로 바꼈다. 내 생활은 엄마의 리듬과 보조를 맞추면서 안정을 찾아갔다. 엄마의 강력한 리듬에 나도 모르게 순응하게 되었다. 그것은 태양이 생생불식하며 생명의 빛을 보내는 하루하루의 리듬과 다르지 않다. 엄마는 이 리듬을 저절로 깨치고 몸에 익힌 양생가셨다.
양생(養生)! 동의보감에는 잘 먹고 잘 사는 양생법이 많이 나온다. 이 책의 기본 베이스가 여기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양생의 비법 중에 약물이나 침을 이용하지 않고 제 손으로 제 몸을 두드리거나 만져서 양생하는 것이 안마도인법이다.
안마도인법에는 치아를 맞부딪히는 고치법과 침 돌리기, 얼굴의 눈····이마 만지기, 머리 싸안기, 허리 문지르기 등이 있다. 양생술의 기초인 고치법은 치아를 튼튼하게 하는 것인데 이것은 신장의 기운을 북돋운다. 신장은 골수, 곧 뼈를 주관한다. “치아는 뼈의 여분으로 신이 길러주는 것이다. () 신이 쇠하면 치아 사이가 벌어지고 정이 왕성하면 치아가 든든해지며, 허열이 있으면 치아가 흔들린다.”(외형편, ‘치아’) 또한 침은 진액으로 신장에 물기를 마르지 않게 적셔준다. 허리를 문지르는 것은 신장이 있는 곳을 문질러 데워지면 물이 잘 돌게 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신장에 물이 넉넉하고 잘 돌면 그곳에 저장되어 있던 정()이 척추를 타고 올라가서 뇌를 이룬다. 뇌의 원천은 신장인 셈이다. 하여 머리를 싸안고 만지거나 머리를 자주 빗는 것은 정기를 기르는 것이다. 이렇듯 안마도인법 모두 정기를 충만하게 만드는 비법이다.
안마도인법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양생의 요결도 핵심은 정기를 보양하는 데 있다.
 

태을진인칠금문에서는
첫째, 말을 적게 하여 체내의 정기(正氣)를 보양한다.
둘째, 색욕을 경계하여 정기(精氣)를 보양한다
.
셋째, 담백한 음식을 먹어 혈기(血氣)를 보양한다
.
넷째, 침을 삼켜서 오장의 기운을 보양한다
.
다섯째, 성을 내지 말아서 간기(肝氣)를 보양한다
.
여섯째, 어떤 음식도 맛있게 먹어 위기(胃氣)를 보양한다
.
일곱째, 사색과 걱정을 적게 하여 심기(心氣)를 보양한다
.
사람은 기()에 의해서 살고, 기는 신()에 의해서 왕성해진다
.
기를 보양하여 신을 온전하게 한다면 참된 도를 얻을 수 있다.
무릇 만물 중에 보존하여야 할 것으로 원기(元氣)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
(내경편, 신형, 214~215)
 

원기(元氣)! 이것은 선천의 천지부모로부터 부여받고 후천의 수곡에 의해 자양되는 근본 생명력을 말한다. 활동의 근본이 되는 힘이고 원음(元陰)과 원양(元陽)을 포괄한다. 그렇다. 나의 몸은 단순히 부모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천지자연으로부터 그 근본 생명을 받고 천지자연이 기른 수곡으로 자란다. 이것이 정()이다. 선천지정과 후천지정으로 태어나고 자라는 몸. 그러니 정, 이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그런데 이토록 소중한 정을 보양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소중한 줄 알았다면 행하면 될 텐데, 그렇게 하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혜강이 말하기를,
양성(養性)하는 데 다섯 가지 어려운 점이 있으니,
명리(名利)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 첫째 어려움이요,
희로(喜怒)없애지 못하는 것이 둘째 어려움이요
,
성색(聲色)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셋째 어려움이요
,
기름진 음식을 끊지 못하는 것이 넷째 어려움이요
,
()이 허하고 정()이 흩어지는 것이 다섯째 어려움이다
.
이 다섯 가지가 가슴속에 없다면 신실함과 유순함이 날로 증진되고
,
도덕이 날로 온전해져서 착해지기를 바라지 않아도 복이 오고
,
오래 살기를 구하지 않아도 자연히 오래 살게 된다
.
이것이 양생의 큰 가르침이다라고 하였다.
(내경편, 신형, 215)
 

명리(名利)와 희로(喜怒)! 이름과 이득을 얻고자 하는 욕심과 칠정의 산물. 이 마음씀이 신()을 허하게 하고 마음의 병을 만든다. 성색(聲色)과 기름진 음식! 정을 쏟고 신장의 물기를 마르게 하니 정은 흩어지고 몸은 망가진다. 쾌락과 욕망의 이 앙상블은 제어하는 힘이 없다면 죽음으로 향하는 폭주열차와 같다.
이것은 몸에서 일어나는 수와 화의 운동성을 제어하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원리와 같다. 물은 본디 내려가려하고 불은 위로 올라가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몸에선 그 반대의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나를 제어하는 상극의 힘이 있어야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장의 물은 위로 올라가서 연료가 되어 주고, 심장의 불은 그 연료들을 데리고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 그렇다. 모든 양생법의 핵심적 테제는 수승화강이다. 어떻게 하면 수승화강이 잘 되게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은 우리 몸 자체가 상극의 산물임을 말해준다. 하여 정의 보존과 확충은 끊임없이 상극의 원리를 펴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 이 사람이야말로 생을 생답게 사는 자다. 동의보감이 우리에게 전하는 간곡한 메시지 또한 이것이다. 살아있어도 죽어있는 듯이 살지 말고 생을 생답게 살라. 이렇게 가뿐할 수가. 동의보감은 가볍고 심플하다!
 

요즘 엄마의 소원은 자는 듯이 돌아가시는 거다. 내가 보기에 엄마의 소원은 이뤄질 것 같다. 늘 지나치게 행동하거나 무리하게 마음 쓰지 않으셨으니 돌아가실 때도 연극무대에서 페이드 아웃되듯 가시지 않겠는가? 꼭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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