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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그몸] 동의보감 내경편 신형 25~26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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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진 작성일13-08-28 08:12 조회2,6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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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사시에 맞게 조섭한다[四時節宣]


『동의보감』의 양생 부분을 읽을 때마다 늘 비슷한 경험을 하곤 한다. 처음에는 사뭇 경건한 마음으로 끄덕끄덕 나의 일상과 견주어 보다가, 어느 순간 가슴이 탁 막혀서 책을 덮게 되는 것이다. 문장 말미마다 줄이라, 하지 말라, 경계하라는 말이 일색인 것이 때론 수행을 넘어 일종의 ‘금욕 고행’법을 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걸 어떻게 다 일일이 지키고 사나...’ 하긴 그게 그렇게 쉬운 거였다면 이미 너도나도 신선이 되어있었을 것이다.


이처럼『동의보감』에 따르면 우리는 항상 무엇을 안 하거나 덜 해서 라기 보다 뭘 자꾸 해서 문제가 생긴다. 자꾸 먹어서, 자꾸 씻어서, 자꾸 ‘사랑’해서. 기뻐하거나 슬퍼하기도 너무 지나치면 몸의 기가 상한다. 그래서 늘 삼가고 또 삼가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처럼 양생하기에 좋은 계절도 없다. 가만히 있어도 덥고 힘이 드는 나머지 만사가 귀찮아지는 때가 아닌가. 누군가에게 화를 내기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도, 심지어 아주 가끔은 먹기조차 힘들게 느껴지니 말이다. 그렇다면 여름은 무더위 때문에라도 내가 의도하든 하지 않든 저절로 양생하게 되는 계절일까?


물론 그렇지가 않다. 더워서 웬만한 일에 다 손을 놓고 있는 듯이 보여도, 나도 모르게 부지런히 하게 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찬 음식을 먹고 선풍기와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 『동의보감』에서 여름이 오히려 일 년 중에서 양생하기 가장 힘든 때라고 말하는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잠복한 음(陰)이 체내에 있어 배가 냉활(冷滑)하리니...” 한 마디로 속기 쉬운 계절이라는 뜻이다. 바깥 날씨는 무덥고 체표에서도 열이 나지만 몸 속은 몹시 차가운 때가 여름이다. 따라서 이때는 “음식물이 조금만 차더라도 먹고 마시지 말아야”하며, “노소를 불문하고 다 따뜻한 음식을 먹”어 뱃속을 늘 따뜻하게 해야 병이 없다고 한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음식을 먹는 거야 딱히 어려울 것이 없지만, 더운 여름에도 따뜻한 음식을 먹고 따뜻한 물로 씻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여름철 양생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다.


또한 “여름 한철은 사람 정신이 피로해지는 시기로, 심장은 왕성해지고 신장은 쇠약해져 신장이 생화(生化)작용을 하여 수(水)를 만든다 하더라도 그것이 가을에 이르러야 응결되고, 겨울에 가서야 굳어지므로 여름에는 더욱 신장을 보양하고 아껴야 한다.” 그러므로 성교를 삼가고, 고요히 뜻과 생각을 안정시켜 심기를 편히 해야 한다.


그리고 며칠 전의 경우처럼 “갑자기 폭풍우나 우레와 번개 또는 몹시 어두운 때를 만났” 을 때의 대처 방법에 대해서도 『동의보감』은 적고 있다. 즉 이 같은 것들은 모두 “온갖 용과 귀신이 행동하고 지나가는 것이므로 마땅히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향을 피운 뒤 단정히 앉아 그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외에도 큰바람과 큰비, 짙은 안개와 심한 더위, 심한 추위와 모진 눈 등은 다 피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손상시킨다.




26. 선현들의 격언[先賢格言]


식(食):

- 식사를 한 뒤에는 100보 가량 거닐고, 자주 손으로 배를 문지른다.

- 배불리 먹는 것은 이로울 것이 없다. 음식은 늘 적당히 먹어야 한다.

- 밤참을 먹는 것은 새벽밥을 먹는 것만 못하다.

- 신맛은 근(筋)을 상하게 하고, 쓴맛은 뼈를 상하게 하며, 단맛은 육(肉)에 이롭지 않고, 매운 것을 많이 먹으면 정기(正氣)가 소모되고, 짠 것을 많이 먹으면 수명을 재촉하므로 한 가지만 지나치게 먹지 말아야 한다. 담박한 음식을 먹으면 신혼(神魂)이 자연히 안정된다.

- 여러 가지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늘 오신(五辛; 다섯가지 매운 채소; 마늘, 파, 생강, 겨자, 여뀌)을 절제해서 먹어야 한다.

- 비늘이 없는 물고기는 먹지 말고, 여러 가지 새나 짐승고기를 먹되 저절로 죽은 새나 짐승 고기는 먹으면 흔히 명을 재촉하게 된다.


“입 때문에 몸을 상하는 사람이 세상에 그득하다. (...) 저 우매한 사람을 보면 구미에 따라 오미를 지나치게 섭취하니 병이 벌떼처럼 일어난다. (...) 군침이 돌아 이끄는 대로 먹다보면 문득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병이 생기게 된다. [병이 생기면]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게 되니, 부모에게 근심을 끼치고, 의사를 찾고 기도를 드리는 등 온갖 짓을 다 하게 된다. 산야의 빈천한 사라들은 담박한 음식에 익숙하고, 동작을 쉬지 않으니 그 몸이 또한 편하다. (...) ‘음식을 조절하라’는 것은 『주역』의 상사(象辭)이고, ‘조그마한 입을 기르려다 큰 몸을 해친다’는 것은 『맹자』의 가르침이다. 입은 병을 생기게 할 뿐 아니라 너의 덕까지 망칠 수도 있으니, 입을 병마개처럼 막아 탈이 없게 하라.” (주단계, 『음식잠(飮食箴)』) 

음(飮):

- 술을 마셔도 크게 취하지 않게 마신다면 모든 병이 자연히 생기지 않는다.

- 특히 밤에 취하는 것을 재삼 막아야 한다.

- 술을 많이 마시면 혈기가 모두 문란해진다.

- 물을 절제하여 마시면 자연히 비장이 건전해진다.

- 빈속에 차를 마시지 말아야 한다.



색(色):

- 봄과 여름에는 성교를 줄이고, 가을과 겨울에는 양기(陽氣)를 튼튼히 해야 하는데, 혼자 자는 것은 진기(眞氣)를 지키는 길이므로 삼가 고요하게 지내는 것이 가장 좋다.

- 심한 추위와 심한 더위가 있을 때는 색욕을 탐하지 말라.

- 술에 취하거나 지나치게 먹고 방사를 행하지 말라. 오장이 다 뒤집히고 불기운이 몸을 서서히 태울 것이니 어찌 혼자 자지 않겠는가?


“저 우매한 자들을 보니 감정에 따라 욕정을 부려서 오직 만족하지 두려워하여 조독(燥毒)이 있는 최음제를 쓰고 있다. (...) 여자가 탐함이여, 그 욕심은 실로 크도다. 여자가 정숙해야 집안이 화합할 것이다. 남자가 탐함이여, 그 집은 저절로 망하게 되도다. 덕을 잃을 뿐 아니라 몸도 여위게 된다. 색욕을 멀리하면 음탕한 마음이 없어지며, 음식이 달아 몸도 편안해지고 병도 낫는다.” (주단계, 『색욕잠(色慾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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