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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그몸] 하나이면서 셋, 셋이면서 하나 : 동의보감 내경편 기 1~3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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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얼음마녀 작성일13-08-29 09:01 조회3,3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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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내경편 기(氣) 1~3조목 / 2013. 08.26 / 얼음마녀
(1. 기는 정과 신의 토대이다[氣爲精神之根蔕], 2. 기는 곡식에서 나온다[氣生於穀] 3. 기는 위기가 되어 밖을 지킨다[氣爲衛衛於外])
 
하나이면서 셋, 셋이면서 하나
 
 동의보감 입구에서 만나게 되는 정(精), 기(氣), 신(神). 이 녀석들에게 익숙해지고 그들의 차이와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 이들은 한의학에서 인체와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 기본 개념이다.
 
  정(精)은 생명의 기초를 이루는 물질적 토대를 의미한다. 기(氣)는 이 질료를 움직이는 에너지다. 그리고 신(神)은 정기의 흐름을 벡터를 부여하는 컨트롤러 역할을 한다. 이 셋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변전을 거듭한다. “정은 신을 낳고 신은 정을 기른다. 서로가 서로를 낳는 이 기묘한 관계. 그런데 이 둘의 관계를 적절하게 연결해 주는 매개체, 그것이 바로 기다. 정과 신을 생성한 기가 다시 정과 신을 매개한다. 이로써 기는 정과 신의 모태이면서 동시에 정과 신을 매개하는 실제적인 에너지로 작동한다.”(도담 강의안) -고미숙,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116~117쪽
  
 요약하면 정(精)은 우리의 몸 그 자체이고, 기(氣)는 몸과 마음을 연결하며 흐르는 에너지이고, 신(神)은 마음작용이다. 초심자들이 정기신을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은 이 셋이 계속해서 달라지면서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나누어 말하면 정, 기, 신이지만 이들 모두는 기(氣)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정기신은 셋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셋이다.
 
 어째서 그런가? 회남자 천문훈』에서 우주가 처음 만들어지기 이전 뒤엉키고 텅빈 상태
를 ‘태시’라고 하고, 태시에서 우주와 기의 움직임이 생겨났다고 말한다. 맑은 양기가 퍼져 하늘이 되고, 무겁고 탁한 음기가 모여 땅이 되어 천지가 생겨나고 기가 모여 형(形)이 이루어진다고 말이다. 사람도 결국은 ‘천지의 기를 이어받아 태어난 존재’-「소문보명전형론」인데 인체를 구성하는 기를 구분해보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가 모여서 형태를 이룬 것으로 예를 들면 인체의 장, 부, 형, 규, 정, 혈, 진액 등이고, 다른 하나는 흩어져 있어 직접 그 형태를 관찰할 수 없는 것으로 예를 들면 인체의 원기, 종기, 위기 등이다. 형체가 있든 없는 기(氣)로 이루어진 것이 사람의 몸이고 그 몸이 일으키는 마음작용이 신(神)이니 기(氣)에서 정(精)과 신(神)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이들의 관계를 따져보면 1조목에 나온 가계도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될 것이다.
 
  동원은 “기는 신(神)의 조상격이 되고 정(精)은 기의 아들격이 된다. 그러므로 기는 정과 신의 근본이 된다”고 하였다.
 
 한마디로 우주만물은 기(氣)일 뿐이다. 기(氣)라는 것이 ‘무형의 에너지이면서 동시에 물질을 구성하는 재료’라고 보는 해석은 양자물리학의 ‘소립자’ 개념과 연결된다. 모든 물체는 분자, 원자로 구성되어 있고 원자는 다시 전자, 중성자, 양성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궁극적으로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극미(極微)의 세계인 소립자(素立子)로 구성되어 있다. 양자물리학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물질은 모두 소립자로 구성되어 있다. 파동은 바로 이런 물질을 이루고 있는 소립자의 운동형식인 것이다. 양자물리학 즉 양자역학은 양을 가진 입자(量子)의 세계가 힘을 가진 에너지의 세계라는 것(아인슈타인의 E=mc2, 질량과 에너지의 상호전환)을 전제로 하고 있다. 소립자의 세계에서 물질과 에너지와 파동은 하나이면서 서로 전변한다. 이들 역시 나누어 보면 셋이지만 결국은 하나다. 정, 기, 신을 아우르는 기(氣)가 입자이면서 동시에 진동인 소립자라고 할 수 있다면 정기신 각각은 소립자가 모여 만들어진 물질, 에너지, 파동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이 기(氣)로 이루어져 끊임없이 전변하고 있는 우주 안에서 그 기(氣)의 아주 작은 일부가 모여 응축되어 생겨난 생명체인 셈이다. 내가 만들어질 때 받아가지고 태어난 것을 선천지기(先天之氣)라 하고 살아 가면서 우주의 기(氣)를 받아들여 얻게 된 것을 후천지기(後天之氣)라고 한다. 기는 정과 신을 낳고 그 둘을 매개하느라 우주공간으로 흩어져 버리므로 나는 끊임없이 후천지기를 얻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
 
 살기 위해 꼭 필요한 후천지기를 얻는 방법은? 바로 먹는 것이다.
 
 『영추』에“사람은 음식물에서 기를 받는다. 음식물이 위에 들어온 것을 폐에 전해주면 오장육부가 모두 기를 받게 된다. 그중 맑은 것은 영(榮)이 되고 흐린 것은 위(衛)가 된다.”
 
 어제 딸아이와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는데 “살면서 매일 해도 질리지 않는 즐거운 게 뭐야?”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응, 맛있는 걸 먹는 거랑 공부하는 거.” “왜?” “글쎄...그냥 살아보니까 이 두 가지는 질리지 않더라고. 매일 새롭고 말이야.”
이 글을 쓰다 보니 매일 먹고 또 먹어도, 먹는 것이 즐거운 이유를 알겠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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