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내경편 신형>

5장 기의 성쇠 [人氣盛衰]

1. 『영추[靈樞]』「天年 54」인용

인간의 일생을 10살 단위로 구분하여 오장육부와 혈맥의 기운이 성장하고 쇠하는 과정을 몸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 양상, 증상 등과 연결 지어 설명하고 있다. 특히 50세부터는 간심비폐신의 기운이 10년을 주기로 차례로 쇠약해져, 오장이 모두 허약해지는 100세에 죽게 된다고 적고 있다. 그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0세: 오장이 비로소 안정되어 혈기가 통하기 시작하지만 진기[眞氣]가 아직 아래에 있으므로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20세: 혈기가 왕성해지고 근육이 고르게 자라기 때문에 뛰기를 좋아합니다.

30세: 오장이 더욱 안정되고 근육이 견고해지며, 혈맥이 왕성하고 충만하기 때문에 걷기를 좋아합니다.

40세: 오장육부와 십이경맥이 모두 크게 왕성해졌다가 평온하게 안정되고, 주리[腠理, 살갗과 그 결]가 성글어지고 화색이 점점 나빠지며, 수염과 머리털이 차츰 하얗게 되고, 기혈이 평온하면서 성하고 요동치지 않기 때문에 앉아 있기를 좋아합니다.

50세: 간기[肝氣]가 점점 쇠약해지고, 간엽[肝葉]이 얇아지기 시작하며 담즙[膽汁] 또한 줄어들기 때문에 시력이 떨어져 밝게 보이지 않습니다.

60세: 심기[心氣]가 쇠약해지기 시작하고, 근심과 슬픔이 많으며 혈기의 운행이 느려지기 때문에 누워 있기를 좋아합니다.

70세: 비기[脾氣]가 허약해지기 때문에 피부가 마르고 거칠어집니다.

80세: 폐기[肺氣]가 쇠약해져서 백[魄, 넋]을 잃기 쉬우므로 헛소리를 잘합니다.

90세: 신기[腎氣]가 마르고 4장[四藏]의 경맥도 덩달아 허해집니다.

100세: 오장이 모두 허약하게 되고 이에 따라 신기[神]가 없어지며, 형체만 남게 되므로 죽는 것입니다.

2. 『소문[素問]』「陰陽應象大論 05」인용

사람은 40세부터 차차 몸이 무거워지고 활동력이 줄어들며 구규[九竅]의 기능이 떨어져 콧물,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이것은 몸에 음기[陰氣] 혹은 신기[腎氣]가 줄어들어 기가 상역[上逆]함에 따라 하초[下焦]는 허해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상초[上焦]가 실해지기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6장 늙으면 자식을 낳지 못한다 [年老無子]

『소문[素問]』「上古天眞論 01」인용.

자식을 낳는 일, 즉 생식[生殖]의 관점에서 여자와 남자의 일생은 각각 7살 단위와 8살 단위로 펼쳐진다 [『동의보감』, 법인문화사, 203쪽 참조.]. 여기서 7과 8은 각각 소양수[少陽數], 소음수[少陰數]로서 주역의 상수론에 따른 것이다. 즉 여자를 음, 남자를 양이라고 했을 때 그것을 각각 8괘로 나타내보면 여자는 음 안에 양을 품고 있는 형상의 감괘[坎; ☵ ; 1양 2음], 남자는 양 안에 음을 품고 있는 형상의 리괘[離; ☲ ; 2양 1음]로 표현된다. 그런데 주역의 삼천양지법[參天兩地法]에 따르면 여기서 양효는 3, 음효는 2에 해당하므로 이를 계산해보면, 여자에 해당하는 감괘는 1양×3 + 2음×2 = 3 + 4 = 7이 되고 남자에 해당하는 리괘는 2양×3 + 1음×2 = 6 + 2 = 8이 된다. 한의학에서 여자와 남자의 생체주기를 각각 7세, 8세로 보는 것은 이와 같은 형이상학적 추론에 의한 것이다.

한편 『중국사유』를 쓴 마르셀 그라네는 이를 또 다른 방식으로도 설명하였다.

"사마천에 따르면, 수7은 십이지 중에서 [양의 완벽함을 표현하는] 巳로 표기되는 위치인 남-남-동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양의 수들이 7에서 완벽함에 이른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위치가 갖는 고유의 성수[星宿]는 일곱 개의 별로 나타나는 까닭에 칠성이라 불린다. 그리고 남자가 수 8을, 여자가 수 7을 성장주기로 하는 것은 바로 남자와 여자의 출생 위치가 각각 [십이지 중의] 寅 [동-북-동=8]과 申[남-남-서=7]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라네,『중국사유』169쪽 - 고미숙,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368쪽에서 재인용.]

수를 별의 위치과 연관지어 이야기하고 있다. 남자는 십이지 중에서 인간에게서 양이 시작되는 寅에 해당하고 여자는 인간에게서 음이 시작되는 申에 해당하므로, 각각 동쪽[寅]과 남쪽[申]에 해당하는 성수[成數]인 8과 7로 나타낸다는 뜻인 듯 하다.

여하튼 이 장의 주제인 사람이 늙으면 자식을 낳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생체주기에 따라 여자 나이 14세, 남자 나이 16세에 하늘로부터 천계[天癸], 즉 사물을 生할 수 있는 기운이 사람에게 이르게 되는데 이것이 여자 49세, 남자 64세에 비로소 고갈되기 때문이라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