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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그몸] 동의보감 내경편 신형 9,10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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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달집 작성일13-08-06 10:16 조회2,6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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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국가 VS 부족사회
 

인체는 한 나라와 같다[人身猶一國] / 단전에는 세 가지가 있다[丹田有三]
동의보감을 처음 배울 때 모든 장부를 국가윤리와 연결시키는 것이 재미있었다. “심은 군주지관으로서, 신명이 여기서 나온다. 폐는 상부지관으로서, 치절하는 작용이 여기서 나온다. 간은 장군지관으로서, 모려하는 작용이 여기서 나온다.” 등등. 이것은 장부를 설명하는데 아주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부를 계속하면서 이것은 비유가 아니라 실질을 얘기한 것이고 그들의 세계관이 그렇게 펼쳐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대인들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문명권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문명권에서 보인다. 이 보편성의 기저에는 신()에 대한 고대인들의 생각이 있다. 그리고 그 관념의 변천에서 비롯된다.
모든 문명권에는 그들의 신이 있고 제사의식이 있고 주술사가 있다. 중국의 첫 문명으로 등장하는 하나라에도 상제(上帝)라는 지고무상(至高無上)한 지위를 가진 천신이 있었다. 하늘에 조정을 만들어 땅을 감시하고 만물을 생성 변화시키는 조물주이자, 화복을 내리는 인격신이기도 하고, ·바람·번개 같은 자연의 힘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자연신. 고대인들은 이 무시무시한 신에게 복종하고 순응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제정일치의 시대. 이 시대에 임금은 통치자이면서, 신을 대신하는 제사장이면서 백성들에게 직접적으로 화복을 내리는 주술사이기도 했다. 이후 은나라를 거쳐 주나라가 중원을 지배하게 되면서 상제는 천()의 개념으로 변천했다. 지고무상의 지위를 가진 상제도 바뀔 수 있고(무왕의 역성혁명) 그것은 천지자연의 법칙을 따른다는 것. 이것은 우주간 사물들을 인간사와 상호 영향관계에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천문을 관측하고 책력을 정하고 시초점으로 길흉을 제시한 것은 하늘과 인간사는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 하늘의 원리는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진()의 통일제국을 형성하면서 점차 땅의 원리로 바뀐다. 제국이라는 거대한 땅의 원리가 지배하게 된 것. 그것은 통치의 자의성을 제한하기 위해 어떤 규범의 필요성을 주장하게 되었고 새로운 국가형태에 맞는 법과 규칙을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새로운 국가유기체를 통해 중국은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여러 개의 단위로 구성된 유기체가 되는 경험이었으며, 각각의 단위가 전체의 안녕을 위해 복무하는 경험이었다. 모든 단위들은 도로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 도로 위의 교통이 원할할 때에만, 그리고 사람들이 막힘없이 여행하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물건을 수송할 수 있을 때에만 이러한 국가유기체의 질서가 유지되었다.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러한 새로운 경제와 사회유기체가 당시 일부 철학자들의 세계관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였으므로, 이들은 전일체라는 모형을 내면화함과 동시에 이것을 다시 인체를 이해하는 방식에 적용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새로운 의학에서의 인체는 국가유기체가 몸에 투사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파울 U. 운슐트, 의학이란 무엇인가, 궁리, 113
 

새로운 의학에서 인간유기체는 통일국가라는 유기체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병을 고치다는 그대로 국가를 다스린다는 치()와 동일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현명한 군주는 막힘없이 길을 통하게 하는 자다. 이는 인체와 국가를 운영하는데 있어 군주의 현명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군주가 밝지 못하면 12가지 기관이 위태롭게 되고, 길을 막아 잘 통하지 못하게 하면 형체가 몹시 상하게 되는데, 이렇게 양생하면 재앙을 입고, 나라도 이런 식으로 다스리면 종묘사직이 아주 위태롭게 된다.”
인체의 군주지관 심()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몸을 사통팔달 통하게 하는 것이 양생의 길이고 그것을 주도하는 것은 심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채택된 침 치료는 이러한 의학이 선택한 개입수단이었다. 침술은 본래 몸의 복잡한 교환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국소부위 간의 흐름, 그리고 모든 부위가 전체를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규율이 바로 침 치료의 목적이었다. 이것은 제국의 다양한 교역과 침투력 강한 관료주의로 대표되는 복합적 통일왕국”( 의학이란 무엇인가,130)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인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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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에서 보여지는 정기신 세 개의 단전은 어떤 중심이 보이지 않는다. “뇌는 수해로 상단전이 된다. 심은 강궁으로 중단전이 된다. 배꼽 아래 3촌 되는 곳이 하단전이 된다. 하단전은 정을 저장하는 곳이다. 중단전은 신을 저장하는 곳이다. 상단전은 기를 저장하는 곳이다.() 일신 중에서 정··신을 중히 여긴다.” 세 단전이 각각 자기 역할을 하면서 똑같이 중요하다. 통합의 핵심요소가 빠져 있다. 이건 뭘 말하는 걸까?
제국이 형성될 때 복합적 통일왕국에 대해 회의하는 부류가 있었다. 그들은 소규모 지역사회를 이상적 사회형태로 보았다. 그들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보여진 전통사회, 즉 부족사회를 이상향으로 보았다.
부족사회에서 관계는 적과 친구 그리고 이방인으로 구분된다. 부족민들은 관계를 맺는 방식에 따라 적과 친구가 유동적이다. 위험이 해소되면 친구가 되고 관계가 나빠지면 적이 된다. ‘친구라는 것은 공생할 수 있는 관계다. 서로가 동화되는 방식이 아니라 거리를 두면서 서로의 특이성으로 공존하는 방식으로 관계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정기신은 화합하지만 동일하지 않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관계다. 이것은 부족사회가 자신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전쟁을 수행한 것과 같다. 부족사회에서는 적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전쟁을 했는데 그 결과로 부족 집단이 분산되고, 덩어리가 파편화되면서 그 사회를 가볍게 하고 안정화시키는 방법이었다. 집단의 분산, 파편화, 원자화의 항구적 유지! 그것이 부족사회가 전쟁을 하는 유일한 이유이자 목적이었다.
회의론자들은(도가) “각 지역사회는 자급자족하므로 이웃 지역과 교류할 필요가 없다. 이웃 지역과 교역도 없고 영토확장을 위한 군사력도 없다. 기록을 위한 문자도 필요치 않았다. 새끼줄에 매듭을 조금 묶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과거를 기억할 수 있었다.”(130)
회의론자들의 이러한 생각은 부족사회의 세계관과 유사하다. 따라서 그들은 침 치료의 효과를 인정할 수 없었다. 국가 전체에 두루 미치는 법칙이나 자연의 작용은 인간의 상상력 너머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 법칙을 언어로 포착하여 인간의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그들이 다다른 지점은 사회적·개인적 존재 내부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그들의 이상이었다. 정기신은 그들이 존재 내부에서 찾아낸 영생의 포인트였다. 따라서 정기신을 기르는 것이 의학의 핵심이고 가장 낮은 치료가 약물이었다. 인위적 법칙에 구애받지 않는 자연물질, 즉 약물을 취함으로써 평화롭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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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국가를 어떻게 볼 것인가? 세계관은 인체관·질병관에 영향을 미쳤고 차이를 낳았다. 동의보감은 그 세계관에서 어떤 하나를 취하여 동일화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지 않았다.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드러내 보인다. 그 속에서 우리는 무한한 가로지르기와 교차를 경험한다. 때론 중앙집중적이고, 때론 쌍방향적이고 다중네트워크의 세계로. 그 차이와 다름 속에서 진리는 매순간 구성된다. 오직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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