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한그몸] 동의보감 내경편 신형 11,12조목 > 세미나

세미나

홈 > 세미나 > 세미나

[중한그몸] 동의보감 내경편 신형 11,12조목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시성 작성일13-08-10 09:46 조회2,801회 댓글0건

본문

 
내 몸의 내부순환로
 
 
네 등엔 은하수가 흐른다. 뭐라고? “이것은 마치 북두칠성의 자루가 한 바퀴 돌 때 상하의 별자리가 순환하는 것이 마치 은하수가 북두칠성을 중심으로 도는 것과 같다.” 젠장! 하나도 알아먹을 수가 없다. 누구 말마따나 이건 한여름, 정신이 오락가락한 상태에서 쓰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뒤이어 신나는 댄스파티가 벌어진다. 신나는 노래의 등장. 그 노랫말은 아주 섹시하다. “선약 찾아 굽기를 잠깐, 신묘한 약기운이 묘묘하게 삼관을 통하네. 삼관을 왕래하는 기(氣)는 다함이 없고, 한 줄기 하얀 맥이 니환(泥丸)으로 모여드네. 니환궁(泥丸宮) 위에는 붉은 쇠솥, 솥 안에서는 한 덩이 자금단(紫金團). 옥장(玉漿, 仙藥)으로 변하여 입안으로 흘러드니, 달고 상쾌한 맛이 혀끝에 퍼지네.” 온통 느끼고(!) 있는 이 양반. 이런 장면은 과거 본드 불면서 놀던 친구들에게서나 봤던 장면이다. 본드(외단)를 마시고 장풍을 날리고 상어를 잡고. 오~ 마도로스들! 그러나 그들에겐 그것이 실제로 눈에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지들끼리 피하고 쏘고 잡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 댄스뮤직은 좀 문제적이다. 이 노래를 읊조리는 양반은 클럽에서 약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놈들, 돈이 없어서 본드 불면서 놀던 친구들하고는 좀 다르다. 일단 그는 외단약을 굽다가 그만두고 자기 안의 선약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것은 삼관을 타고 올라가 니환에 가서 자금단이 된다. 그리고 이내 아주 감미로운 소스(玉漿)로 변하여 입안으로 흘러들어온다. 그 달콤함에 그는 자기도 모르게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혼자 즐기기엔 너무 아깝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노래가 끼어든다. 가사는 돌고, 돌고, 돌고. 그냥 돌 뿐이다. “사람 몸의 기혈이 상하로 순환하여 밤낮 쉬지 않는 것은 강물이 동쪽으로 흘러 바다에 이르도록 마르지 않는 것과 같다.” 끝없는 파티. 그렇다. 이게 지금 우리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못 믿겠다고? 음... 사실은 나도 그렇다.^^
 
외단에서 내단으로! 첫 번째 노래는 이 절정을 보여준다. 외단은 이제 퇴출이다. 두 번째 노래는 끝없는 순환이 그것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노래했다. 순환이 내단을 만든다. 이 사실은 실로 놀랍다. 내단과 순환을 이야기와 노래로 만들 줄 아는 아티스트들. 설득이 아니라 따라 부르면서 자연스레 동화되도록 만드는 이 절묘한 기술. 이 아티스트들을 모아 ‘내부순환로’라는 아이둘 그룹을 만드는 것은 어떨지...^^
 
그런데,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배치였다. 배유삼관(背有三關)이라는 파트는 단전유삼(丹田有三)에 이어 등장한다. 배유삼관 뒤엔 곧바로 보양정기신(保養精氣神)이 따라붙는다. 보이시는가. 이 지독한 3시리즈. 3단전, 3관 그리고 정기신. 『논어』와 고선생님 이후 본적 없는 이 3사랑. 이것은 3으로 몸의 중심을 설명하고, 그것을 연결하는 순환로를 설명하고, 그곳을 흘러 다니는 것들을 설명하고자 하는 ‘건설적 편집증’의 현현은 아니었을까. 온통 3으로 가득한 세계. 아~ 어지러워라~
 
등 뒤에 삼관이 있는데, 뒤통수에 있는 관문을 옥침관(玉枕關)이라 하고, 등뼈의 양쪽에 있는 관문을 녹로관(轆轤關)이라 하며, 수화(水火)가 교차하는 곳에 있는 관문을 미려관(尾閭關)이라고 한다. 이곳은 다 정기(精氣)가 오르내리는 길이다.
  
이 3관이 몸의 세 중심 3단전을 연결한다. 옥침관은 누우면 베개에 닿는 뒤통수에 있어 옥침(玉枕)이라고 했다. 미려관은 큰 바다의 깊은 곳에 있어서 그칠 사이 없이 물이 새어나오는 곳이라 하여 미려(尾閭)라 했다. 여기서 수(水)와 화(火)가 만나서 생긴 정기(精氣)가 끊임없이 새어나온다. 녹로관은 도르래나 물레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하여 녹로(轆轤)라고 이름 붙였다. 녹로관 옆으론 가장 양적인 경맥, 독맥의 기운이 이 물레를 돌려 정기(精氣)를 오르내리게 한다. 이 순환로들은 몸의 세 공간을 잇는 내부연결망이다.
 
 이 연결도로 위를 달리는 것은 정기(精氣)다. 정(精)은 몸의 근본이며 기(氣)는 몸의 형체를 유지하는 동력이다. 몸은 기본적으로 물질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것을 지탱하는 것은 기(氣)의 운동이다. 이 운동성에 벡터를 부여하는 것은 신(神)이다. 정(精)이 몸의 원료라면 기(氣)는 몸 전체를 연결하는 매니저에 해당하고 신(神)은 몸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선봉장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무릇 신명(神明)이란 생하고 변화하는 근본이며, 정기(精氣)란 만물의 본체이니, 그 형체를 온전히 하면 생하고, 그 정기를 보양하면 성명(性命)을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결론지었다.
 
흥미로운 것은 정기신 삼합(?)의 관계다. “정(精)은 몸의 근본이고, 기(氣)는 신(神)의 주인이며, 형체는 신이 깃들어 사는 집이다. 그래서 신(神)을 너무 쓰면 없어지고, 정(精)을 너무 쓰면 말라버리며, 기(氣)는 너무 피로하게 하면 끊어진다.” 삼합을 완성시켜주는 막걸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몸’이다. “만약 형체를 온전히 하여 신을 편안히 하고 몸을 수양하여 신을 기르지 않는다면, 기가 흩어져서 허공으로 돌아가고, 몸은 죽어서 썩는 것을 면치 못할 것이다.” 중심과 도로, 구성인자가 모여 있는 것만으론 몸이 아니다. 이것들이 살아 움직여야 몸이다. 아니 몸이 그것들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각각을 제 역할에 맞도록 배분하고 조율한다. 그 능력을 우리는 ‘생명(生命)’이라고 부른다.
 
정기신을 보양하라는 의미는 내 안의 생명력을 지키고 기른다(保養)는 뜻이다. 우리는 우리 안의 생명력으로 이 세계와 만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엔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이 생명이 품부 받은 자연(稟之自然)이자 자연의 이치(自然之理)다. 그 전까진? 별들이 흐르는 내부순환로와 함께, 렛츠 고 파리~!^^
 
服氣者 千百不死 故身飛於天 기를 먹는 사람은 누구라도 죽지 않기 때문에 몸이 하늘로 올라가지만,
食穀者 千百皆死 故形歸於地 곡식을 먹는 사람은 누구라도 다 죽기 때문에 형체가 땅으로 돌아가게 된다.
人之死也 魂飛於天 魄落於泉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하늘로 날아가고, 백(魄)은 황천으로 떨어져서
水火分散 各歸本源 수(水)와 화(火)가 서로 흩어져서, 각기 본디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生則同體 死則相損 살았을 때는 한 몸이었지만, 죽으면 서로 떨어져서
飛沈各異 稟之自然 혼은 날아가고 백은 잠기게 되어 각기 달라지는데, 이것은 부여받은 바의 자연스러운 이치다.
譬如一根之木 以火焚之 비유하면 한 그루의 나무를 불에 태우면
烟則上升 灰則下沈 亦自然之理也 연기는 올라가고 재는 아래로 떨어지는 것과 같은데, 이것은 또한 자연의 이치다.

 
-허준, 『동의보감』, 「내경편·신형문」, <保養精氣神>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