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한그몸 세미나] 중국 의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1~4장 > 세미나

세미나

홈 > 세미나 > 세미나

[중한그몸 세미나] 중국 의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1~4장

페이지 정보

작성자 예진 작성일13-06-17 17:30 조회3,020회 댓글1건

본문

"마왕퇴, 장가산 한묘의 출토 의서는 전국 시대 후기인 기원전 3세기 중엽에 중국 의학의 원형이 태어나 있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약물 요법을 중심으로 하는 임상 의학은 아직 대증 요법의 단계에 머물러 있었지만, 구법과 폄법 그리고 양생 영역에서는 진단과 치료 원칙의 탐구나 이론적인 기초 다지기를 위한 노력이 시작되고 있었다. 구법이 낳은 맥(脈)의 방법과 이론, 폄법이 만들어낸 사혈, 절개의 도구와 방법, 그리고 이 둘을 계승하고 통합해서 침요법 기술이 출현한 날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중국 의학은 침법의 출현과 함께 폭발적인 발전을 보이게 되었다. 그때는 바야흐로 전국(戰國)에서 진(秦)의 통일 국가로 이행하는 시기였다." (야마다 게이지, <중국 의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사이언스북스, 2002. 74~75쪽.)

지난 시즌 풍우란의 <중국철학사(상)>을 함께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이제까지 유가, 도가, 법가...하며 따로따로 그 내용만을 접해오던 중국의 사상들을 
각각의 역사적 맥락 속에 위치시켜 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하나의 사상을 당시의 정치, 사회, 기술, 기후적 조건들에 비추어,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통해
고정된 것으로만 생각했던 철학이란 녀석들이 비로소 꿈틀꿈틀 생동감있는 것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 의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를 읽으면서는 
'의학' 또한 그런 '철학'들과 다르지 않음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신농씨와 황제씨의 설화로 시작되는 중국 의학, '맥(脈)'이론을 바탕으로 한 중국 의학만의 침구요법이
오랜 옛날 역사가 쓰여지기 이전부터 인류가 우연히, 혹은 자연스럽게 터득해온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전국시대 후기부터 한대(漢代)에 걸쳐, 새로운 시대적 요청에 따라 '만들어진 담론' 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은(殷)나라의 갑골문과 1970~80년대에 걸쳐 발굴된 마왕퇴, 장가산 한묘의 의서들은
그러한 중국 의학의 '창작' 과정, 그리고 <내경>, <난경>, <본초>를 기준으로 '단절'된 중국의 의료 역사를 증언해준다.

그리고 그런 야마자 게이지의 해석을 따라가다보니, 뭐랄까... 
지난 1년 반 동안 의역학 수업 시간에 무턱대고(!) 암기해왔던 한의학 개념들이 
이제야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한의학이 하나의 담론으로서 어떤 시공간적 좌표 위에 놓여있는지를 구성해보면서, 
이 책을 통해 한의학에 보다 입체적으로 접근해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제는 그 많은 것들을 암기하면서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건가'하는 의문이 줄어들런지...?! ^^;

댓글목록

약선생님의 댓글

약선생 작성일

중국 의학의 '창작' 과정 ㅎㅎㅎ 개인적으로는 사혈이 침구로 변하면서 중국의학이 비로소 생성되었다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심층을 보지 않고도 표층을 제어하여 심층의 병을 판별하고 치료한다는 것이야말로 기, 음양오행 등이 영향을 끼치며 발견된 완전히 새로운 사유인 것 같습니다. 정말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