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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푸세미나>지식의 고고학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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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연 작성일13-05-02 15:44 조회4,244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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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서론을 끝내고 2장 언설적 규칙성으로 진입했습니다.
  푸코의 장으로 들어가려면 일단 푸코의 언표를 무조건 집어넣어야 한다는 점.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푸코의 가르침은 일단 넣어두고, 의심하는 것은 푸코의 몫으로 남겨두고, 저희는 그냥 아구아구 집어넣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푸코의 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구요.ㅠㅠ 세련된 언어들이라 아군인줄 알았더니 ‘~이 아니고’라는 반전으로 우리를 멘붕에 빠뜨려버리기를 수차례.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알 수 있다는 속담(?)은 푸코를 위한 것이었나 봅니다.
 
  제가 만난 푸코는 ‘개념 있는 간지남’이었습니다.(물론 푸코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 .... 나는 그곳에 있지 않다. 여기 이렇게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다.40쪽, 라고 하겠지만요.) 드라마 주인공으로 치자면 시크릿가든에 주원이 같은 남자. 고고하기로 치자면 이 남자 따라갈 사람없죠. 냉정한듯 뜨겁고, 모르는척하지만 다 알고 있는 남자. 츄리닝 하나를 입어도 그냥 입지 않는 남자. 어디서 왔는지 꼼꼼히 따지는 남자. ‘잘나가숑 가문 16대손이 한땀한땀 손수 뜬 옷’이라는 것을 알고서야 입는 남자. 푸코와의 첫만남은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사건들의 무더기(53쪽)를 잘게 부수어서 백일하에 드러내주는 남자.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 남자. 의심하고 이해하고 이용하기를 권하는 남자. 쓴다는 사실로 신분증명서를 대신하는 남자. 쓴다는 것이 바로 자유라고 말하는 이 남자. 어제 만남의 여운으로 인해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지게 하는 남자. 하지만 절대 쉽지 않은 남자. ㅎㅎㅎ
 
그럼 이제 씨앗문장을 시작하겠습니당^^
 
매순간 이책은 여기저기에 척도를 수립하며, 그 한계들을 모색하고, 그것이 의미하지 않는 바를 깨버리고, 그의 고유한 길을 정의하기 위해 도랑을 판다. 매순간마다 이 책은 가능한 혼동을 제거해 버린다. 이 책은 스스로의 동일성을 거부한다. 그 기본전제를 말하면서 : 나는 이것도 또 저것도 아니다. 이는 대부분의 경우 비판이 아니다. 이는 결코 모든 사람들이 왼쪽에서 그리고 오른쪽에서 틀렸다고 말하는 방식이 아니다. 이는 그의 이웃관계들의 외재성에 의해 단일한 定位 emplacement를 정의하는 것이다. 이는 타자들을 그들의 주제는 헛된 것이라고 말하면서 침묵으로 환원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개 그곳에서 말하는 바의, 내가 아직은 그토록 일시적이고 불확실한 것이라고 느끼는 언설 속에서 천천히 형태를 취하는 白色의 空間을 정의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푸코를 읽는 요령 하나, ‘아니다’에 동그라미를 치자. 기다와 아니다를 구별해야해요. 조심스럽고 주의깊고 꼼꼼하고 성실하게 이 작업을 하다보면 푸코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뒤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요. ㅎㅎㅎ
자신이 서 있는 지반과 이웃항을 확실하고 낱낱이 밝혔던(구조주의, 깡길렘, 게루, 알튀세르, 불연속, 분절....)것은 바로 이 말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요? 내가 이 책을 쓰는 이유는 백색의 공간을 정의하고자 하기 때문이라는 점. ‘존경하는 약샘’(^^)은 이 문장을 읽으면서 터미네이터의 한 장면을 연상하시네요. 빈 공간에서 스르르 적군이 형상을 만드는 느낌이라면서요. 맞나요?^^;; 아무튼 푸코에게는 주체가 아닌 그것이 있는 '장' 즉, 그 공간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했다는 점이 포인트인듯 해요. 불연속성을 포착해서 '표'화 하기, 계열화하기 뭐 이런 것 말입니다. '장'을 밝혀라!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요?
 
연속성의 이와 같이 미리 전제되는 형태들, 사람들이 문제시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또 충분한 권리를 가지고서 그에 가치를 부여하는 이 모든 종합들, 우리는 이들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분명 이들을 결정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 그들을 무심코 받아들이는 습관을 거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믿음도 습관이라는 거죠? 의심하라.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그 모든 것들을 의심하라. 그렇다고 무조건 거부할까봐 그건 아니라고 ‘무심코 받아들이는 습관을 거부’하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네요.
왜요? 왜 의심하되 거부하면 안되는거죠?
 
사실상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로부터 사이비자명성을 제거하는 것,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들은 조용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 차라리 그들은 스스로 한 다발의 물음들을 제기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이 결국 사람들이 처음에 믿었던 바와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①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②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다
③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①번과 ②번을 거친 ③번의 산은 다른 산이라는 요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라는 말을 푸코버전으로 하면 위와 같이 되는거죠. 푸코가 이 책에서 하려는 바가 ②번인 것이고요. 이 단계를 거쳐야 하는 이유는 믿음이 아닌 이용하는 자의 바람직한 태도라고 본거 같아요.(요거 맞나요? 반푸횐님들??^^::) 저는 일단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메트릭스의 네오가 자기가 네오인 것을 깨달으면서 적들에게서 코드를 읽어낼 수 있었던 것처럼 푸코도 이 과정을 통해서 드뎌 사건들의 무더기(53쪽)를 꿰뚫어 본 것이죠.
연속성의 이와 같은 직접적인 형태들이 일단 의심에 부쳐지기만 하면, 이제 모든 영역들이 해방된다. 거대한 그러나 정의가능한 하나의 영역 : 그것은 현실적인 모든 언표들의 집합에 의해, 사건들의 분산 속에서 그리고 각자의 고유한 순간 속에서 구성되었다.
  원래 그런 것은 없다는 것, 언표들의 집합에 의해, 사건들의 분산 속에서 각자의 고유한 순간 속에서 구성된 것이라는 것. 일단 여기까지 왔는데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제가 정리를 해 놓고도 모르겠는데, 모르는 상태로 씨앗문장을 써서 죄송합니당^^;; 망상 일점 없는 푸코를 몽롱한 제가 만나다보니 이런 씨앗문장이 탄생했네요. 하지만 이것도 이 순간 이렇게 구성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는 점. ㅎㅎㅎ 암튼 이렇게 계속 가봐야겠어요. 푸코처럼 살금살금, 한발한발, 조심조심!! 가다보면 극단으로 치닫는 '이분법적 사유'에 균열을 일으키고, 연암과 시성(감이당 3학년)이 말한 '사이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3학년 시성이 2학년 관식이에게 '글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 있다'는 조언을 해주었다기에^^;;)
댓글목록

poong님의 댓글

poong 작성일

푸코에 대해서도 일단 의심 좀 해보셔요~~ 그 사람도 역시 자기 경험 안에서 세상을 읽고 해석하는 거 아닐까요? 푸코 글의 정교함에 환호하는 동안 우리는 또 다른 습관 속에 빠지고 있는 중일 수도 있어용~ ㅋㅋㅋ 올려주시는 씨앗문장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김종희님의 댓글

김종희 작성일

후기의 정성과 내공에 감동했어요. 전 아직 개념없는 자라, 더듬거리고 있어요. 푸코가 던지는 광대한 의심의 스케일이 희미하게 뿌옇게 그려지다 마는 정도랄까. 저는 아직 개념없어요. 근데 푸코 치밀한 논증과정 궁금해요. 논증 실증에 바탕을 둔 개념이 환하게 제게도 다가오면 좀 개운할 거 같아요.  매트릭스 1편, 2편을 다시봤는데 감독이 푸코를 공부했을까요? 매트릭스가 푸코가 말하는 구조주의, 에피스테메인가라는 느낌? 프로그래밍된 주체? 역사의 위인전은 어쩌면 프로그래밍된 주체이기를 거부한 위인들로 재구성해야 할까요?

푸코와 평민은 어떻게 대화를 나눌까 궁금해요. 푸코의 전기에서 아직 그런 일화는 아직 보질 못했어요. 개념과 탈개념 사이 속에 푸코를 기대해봐요.

송씨님의 댓글

송씨 작성일

시연샘! 역시 또 푹 빠지셨어 ㅋㅋㅋ 두번째 읽어보는 씨앗문장이라오^^ 푸코를 통해서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또 새로운 지대를 찾아내는, 만들어 내는 섬세한 과정을  배우는 거 같아요. 쉽지는 않지만 꾸역꾸역 지평을 넓혀가리ㅋㅋ

시연님의 댓글

시연 작성일

ㅋㅋㅋ 약속하신 폭풍댓글을 이렇게 발빠르게 달아주시다니 역시 우리 반푸횐님들 짱!!!!
횐님들~~~ 사랑합니다.^^
약샘~~~생동감의 비결은 글씨체를 진하게 하는 것과 바탕을 초록색으로 배치하는 것아니겠어요~~~

오우님의 댓글

오우 작성일

시염샘! 대~~단하십니다. 그 날의 강의가 다시 눈 앞에 펼쳐집니다. 개념들도  테이믈에 잘 셋팅되어서 맛있게 먹습니다, 감사^^

약선생님의 댓글

약선생 작성일

우와~ 시연샘 너무 멋지십니다요!!! 문장들이 쏙쏙 들어와요..그 어렵다던 푸코 문장들이 이렇게 생동감있게 들어오다니, 이거 뭔가 약치신 문장 아닙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