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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그몸>세미나/<중국의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5~6장/20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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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oong 작성일13-06-13 12:01 조회2,972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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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소가 나란히 있는 線은 혈관 경맥과 엇갈리거나 평행하게 달려서 경맥과 유사한 이름으로 불린다. 가령 경혈맥(經血脈)과 경혈맥(經穴脈)의 구별을 살펴보자. 경맥(經脈)은 원래 경혈맥(經血脈)을 가리키는 말인데 약간 다른 관점에서 경혈맥(經穴脈)의 의미로도 사용되었으며, 사용자들은 아마 이것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세에 사혈이 특수한 경우의 자락(刺絡)에 한정되어 감에 따라서 경혈맥(經穴脈) 의미가 부각되었다. 거기서부터 경혈(經血)과 경혈(經穴)이 묶여서 경맥(經脈)의 개념이 만들어졌다는 이해가 생긴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경맥의 의미를 경혈맥(經穴脈)에 한정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경맥의 생리학적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한다.


저자인 야마다 게이지는 중국 과학사 학자이다. 그는 의학이 아닌 우주물리학과 서양사를 전공하고 교토 대학의 인문과학연구소에서 중국 고학 고전을 연구하는 것으로 학자 인생을 시작한 사람이다. 몸에서 시작한 시선을 우주로 확대하는 중에 있는 사람들과 우주에서 시작하여 몸을 해석하려는 사람의 시선은 얼마나 비슷하고 또 다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몸과 과학은 자기 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내린 해석을 끌어올 필요을 가진다. 혈관처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형의 것이 아닌, 비가시적인 경맥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信心이 필요했던가. 한편으로는, 미처 눈으로 볼 수 없는 경맥을 과학이 그 정밀함으로 포착하여 확대해서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들기도 한다. 

血脈에서 파생된 穴脈이라는 개념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저자가 내세운 것은 瀉血이다. 서양 의학에서 사혈은 한 바가지가 보통인 엄청난 양이었으나, 동양 의학에서 사혈의 양은 극히 적었고 그것도 혈이 충실하게 많은 경우로 한정되었다. 혈에 포함된 邪氣를 내보내기 위해서 서양이 量으로 사혈을 행했다면, 동양은 質로 사혈을 행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동양은 혈맥을 찔러서 사기의 기운을 빼내는 한편, 더운 약재를 복용함으로써 땀이라고 하는 血과는 다른 형태의 체액을 통해 邪氣를 내보냈던 것이니, 에너지의 소모를 훨씬 줄이면서도 질병에 적극적이고 다양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침.jpg


이는 동양의학이 기본적으로 氣의 운영체계로 몸을 보는 철학적 시선에 기댄 결과였다. 실체적 접근으로 몸을 보는 시선에서는 사기가 들어있는 혈을 전부 빼내야 치료가 되는 것이지만, 기의 순환으로 몸을 보는 시선에서는 사기는 몸의 특정 실체 안에 들어있는 것이 아니므로 사기가 작용하는 기운을 빼낼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을 한다. 반대로 부족한 기운은 몸의 기순환 주기에 맞추어서 그 기운을 북돋는 방법으로 접근을 한다. 그것이 자침(刺鍼)의 원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경맥의 생리학적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한다"는 단언에는 신중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위의 전체 인용문은 얻을 것도, 생각할 것도 많은 내용이었다. 


댓글목록

깜장토끼님의 댓글

깜장토끼 작성일

어제 씨앗문장 3개나 써야 한다고 하시더니, 오늘 이렇게 줄줄이 올라왔네요^^ 수고하셨어요~
각 씨앗문장마다 사진까지~^^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