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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기초탄탄 세미나 2013/1/28 혜시와 공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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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oong 작성일13-02-05 13:19 조회3,741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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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우란의 <중국철학사>  제 9장 혜시와 공손룡

   혜시는 사물의 본질과 법칙을 다음과 같이 논했다. 

① 가장 큰 것은 그 바깥에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태일(太一)이다. 가장 작은 것은 그 안에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소일(小一)이다.② 두께가 없는 것을 축적할 수는 없지만, 그 크기는 천리에 이른다.

③ 하늘은 땅만큼 낮고, 산은 못과 수평이 같다.

④ 태양은 남중하면서 기울고, 생물은 생기면서 죽는다.

⑤ 大同은 小同과 다르다. 이것이 小同異이다. 만물은 어느 면에서는 모두 같고, 어느 면에서는 모두 다르다. 이것이 大同異이다. 

⑥ 남방은 끝이 없지만, 그러나 끝이 있다.

⑦ 오늘 월나라로 가서 어제 그곳에 도착했다. 

⑧ 연환은 풀 수 있다.

⑨ 나는 세계의 중앙을 안다. 연나라 북쪽과 월나라 남쪽이 그것이다. 

⑩ 만물을 다 같이 사랑하라. 천지는 한몸이다.

(<중국철학사>풍우란, 박성규 옮김, 까치, 2012, p. 316~323)


  <장자>의 '천하편'에 실린 혜시 학설 10사를 옮긴 내용입니다. 이중에서 7,8번째 내용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7번은 날짜라는 것은 사람들이 정해놓은 것으로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주장입니다. 날짜 변경선에서 왔다갔다 하면 얼마든지 오늘가서 어제 도착할 수 있겠지요? 8번 내용도 시간이라는 전제가 없기 때문에, 고리가 수명을 다하도록 내버려두면 연환을 푸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혜시의 주장은 공손룡이 닭다리를 3개라고 주장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납득이 되는 내용입니다. 공손룡은 닭다리라는 '개념'과 '실제' 닭다리를 합해서 닭다리가 세 개라는 주장을 합니다. 개념이나 실제를 동급으로 놓고 더해버리는 것이지요. 

  혜시의 철학은 항상 변하고 있는 개체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변화의 철학'이라고 하고, 공손룡의 철학은 변하지 않는 일반 개념에 중심을 두어 '불변의 철학'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혜시가 모든 것을 뭉뚱그려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면, 공손룡은 모든 것을 해체하여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금방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혜시나 공손룡 같은 변자들을 세상에 쓸모없는 인간들이라고 몰아 세우기엔, 쓸모있다고 알려진 이론들이 자칫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메너리즘에 빠진 이론이 득세하면서 혹세무민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었던 것이 역사의 증언입니다. 어느 시대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생각들에 대한 꼼꼼한 고찰이 필요합니다. 혜시나 공손룡 같은 변자들은 오로지 이지(理智)를 통하여 바라본 세상을 말하는 것으로써, 감각과 경험에만 의지하기 쉬운 우리들의 사고에 파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얼음마녀님의 댓글

얼음마녀 작성일

혼자서 읽을 때는 '이게 대체 뭔말이래~~@@;' 했더랍니다.
세미나 때 발제 해오신 풍샘의 설명과 명쾌한 예시를 들으면서
그제서야 '아~, 이런 얘기였구나!' 했지요.
계속해서 변화하면서 매 순간 순간 다르게 감각되어지는 개체들을
어떤 기준에서 보는지에 따라 서로 같다는 혜시의 10사는
'내가 갖고 있는 기준이 무엇인가?'를 되묻게 합니다.
그때 그때 다른 기준을 가지고 논변하는 공손룡과 혜시를 읽으면서
'이건 뭐지?' '이건 왜 이렇게 일관성이 없어? '하면서 머리에 쥐가 났었는데요.
세미나 때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렇게 그때 그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 자체도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걸 발견한 순간 골치 아프던 텍스트가 아주 경쾌하고 재미있는 것으로
확 변해버리는 멋진 경험을 했습니다. 
이래서 우리는 세미나를 하는 거죠~ㅎㅎㅎ

송씨님의 댓글

송씨 댓글의 댓글 작성일

맞아요. 세미나의 진가를 확인했던 시간이었어요.^^ 여러 생각들이 모여서 의문을 함께 풀어가는~훌륭한 중한그몸세미나~~

감이당님의 댓글

감이당 작성일

닭다리가 세 개인 경우를 경험하게 된 건 순전히 통닭집 아줌마의 실수에 의해서였는데... 공손룡은 머리로 그것을 이루어냈군요^^
앞으로 치킨을 먹을 때면 떠오를 거 같은 공손룡... 먹는 순간 저것을 독차지해야겠다는 생각, 늘 치킨박스를 열 때마다 하던 이 생각의 메너리즘에서 이젠 조금 벗어나야 할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씨앗문장^^